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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생각의힘 정혜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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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저자는 각각 전문 영역에서 솜씨를 발휘할 때 정성스럽고 빈구석이 없었다. 그리고 세심하고 찬찬하며 아끼는 마음이 담뿍 느껴졌지. 나는 보탬도 거둠도 없이 그저 이것만 제대로 전달하면 되겠다 싶었다.(2020.09.14)



책 뒷이야기가 더 궁금한 기자와 편집자의 솔직한 인터뷰.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에서 중쇄를 응원합니다.


시의적절한 책을 낼 것. 편집자들이 언제나 놓쳐서는 안 될 조건이다. 8년차 편집자인 정혜지 씨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마주하며 “어떤 책이 독자에게 유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했다. 코로나19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좀더 쉽고 편안하게 ‘코로나19’와 ‘대한민국’의 현재를 전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때마침 『과학의 품격』의 저자인 강양구 과학전문기자가 코로나19에 관한 책을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 쓰고 싶다는 뜻을 비쳐 왔다. 뉴 노멀과 언택트, 연결과 밀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이렇게 시작됐다.





다시 돌아왔다.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 혹시 이 코너를 알고 있었나?

알다마다! 2019년 내 목표 중 하나가 북관리사무소 초대장을 받는 것이었다. 신간을 내보낼 때마다 목을 빼고 메일함을 살폈다. 오늘은 ‘보낸 사람’에 ‘프랑소와 엄’이 있을까! 그러나 없었다. 안 왔다. 그렇게 시즌 1이 끝났고(사실 끝난 줄 몰랐다). 이렇게 시즌 2의 문을 여는(맞는가!?) 중대한 역을 주셔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적고 있다. 벌써부터 재미있다. (덥석)

하하! 시즌2의 문을 열 책을 고심 끝에 결정했다.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책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를 읽고, 초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어떻게 기획되었나? 두 저자를 섭외한 계기도 궁금하다. 

올 초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이재갑 교수님과 강양구 기자님이 얼굴을 맞댈 일이 많았다. 두 분의 인연은 2015년 메르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 기자님이 교수님에게서 엄청난 인상을 받으셨다고. ‘도대체 이 교수의 무엇이 특별하기에 이렇게 시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일까?’ 생각하셨단다. 그렇게 교류가 시작되었고 바이러스와 관련해 각각 의사와 기자로서 머리를 맞대고 조언을 구하고 토론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신 것! 이 경험과 고민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한 기자님 덕분에 기획이 시작되었다. 두 저자의 역할이 컸고 출판사는 살포시 숟가락을 얹었다.


 

제목이 참 좋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누구의 의견인가? 

나야 나… 농담이고(아니, 내가 지은 게 맞다), 두 분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노라니 절로 이 제목이 떠올랐다. 사실 초창기에 혼자 갖고 있던 제목은 ‘살아간다’가 아니라 ‘싸운다’였다. (그렇다. 과하고 과격하다…) 다만 코로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것은 ‘싸워서’ 해결될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님은 대담 가운데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나더라도 언제건 코로나20이라든가, 코로나30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말씀도 해주셨고 말이다. (아아. 슬픈 이야기를 꺼내서 송구하다) 바이러스와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그것을 담담하고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오케이.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하는 책이다.

프롤로그를 쓴 이재갑 교수는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작업을 즐겁게 해줬다”고 편집자를 칭찬했다. 어떻게 밝은 모습으로 저자들을 대했나? 이 지독한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도 밝을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좋은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이었는지, 궁금하다. 

하나가 더 있다. 뜨끈한 신간이 나온 후 교수님께 사인을 청하자 그때는 또 이렇게 적어주셨다. “함께할수록 즐거운 분입니다”라고. 이쯤 되니 수줍지만, 오히려 교수님께 묻고 싶더라. 그런데 말이다! 그 답을 프랑소와 엄이 알려주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 그것이 작업 시간 내내 나를 화평하고 즐거운 사람으로 만든 것이었다. 덧붙이자면, 저자분들부터 언제나 스윗하고 나이스하셨다. 선생님들 최고! 

그나저나 편집자는 보도자료 쓰는 걸 가장 싫어한다고 들었다. 당신도 그런가? 보도자료 쓸 때, 꼭 강조하려고 했던 내용은 무엇인가?

무거운 마음으로 고백한다. 나는 보도자료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실은 좋아한다. 보도자료 쓰는 단계만 되면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는 것을 느낀다. 후하후하. (농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쉽게 쓰지 않는다. 고통 속에 쓴다. 참. 그러고 보니 보도자료를 찢긴 경험도 있다. (7년 전 일이다. 라떼는 말이야…) 하여간 이번 보도자료도 고민이 많았다. 이미 코로나19와 관련한 숱한 담론이 쏟아져 나온 상황이고 ‘그래서 무어가 다른지’ 말해야 했다. 나를 폭 찌른 단어는 ‘살뜰’이었다. 두 저자는 각각 전문 영역에서 솜씨를 발휘할 때 정성스럽고 빈구석이 없었다. 그리고 세심하고 찬찬하며 아끼는 마음이 담뿍 느껴졌지. 나는 보탬도 거둠도 없이 그저 이것만 제대로 전달하면 되겠다 싶었다.

편집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어느 정도 완성된 원고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작업이 좀 버겁기는 했다. 연차에 비해 이런 훈련이 부족한 편집자 탓이다. 또 2부와 3부는 대담인데 이 또한 내가 경험이 얕은지라, 대담집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취미도 특기도 자기 반성이다) 참, 이 부분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두 저자가 워낙 바쁘셨다. 대충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나는 주절주절 말이 좀 많다. 그래서 말을 줄이지 못하는 점, 바쁜 이의 시간을 줄여주지 못하는 점에서 자괴감이 좀 들기는 했는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떳떳)

하하하! 말이 많은 건, 책과 저자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책을 편집할 때, 가장 좋았던 시기는 언제인지 궁금하다. 

두 저자가 대담을 하는 날, 가운데 자리에 앉아 오른쪽 귀와 왼쪽 귀에 그들의 목소리를 담던 시간. 그때가 가장 좋았다. 아, 내 귀 이렇게 호강해도 되나. 그래서 (무려 세 대의)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음에도 한 톨이라도 놓칠 세라 열심히 타이핑하며 주워담았다. 나름 의식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찌나 놓친 이야기가 많았는지 (또) 좀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 책을 만들고, 알게 되어 정말 다행스러웠던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가 요즘 ‘언택트(비대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른바 언택트 사회가 가능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택배 서비스다. 그리고 그러한 택배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소는 다름아닌 물류센터다. 그런데 그곳이야말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니까 기자님 말씀마따나 “거대한 역설을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바이러스가 취약한 곳을 골라서 일부러 침범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사회 전체를 공격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곳은 막아내는 반면, 아닌 곳은 온몸으로 받아낸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취약한 곳은 재난 후에도 취약하다. 이 열네 글자가 너무 슬펐다. 뉴 노멀도 좋고 언택트도 좋지만,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이야기가 공허해지지 않도록 큰 물음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화두에 올리게 되어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와,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그리고 여기서 잠깐! 띠지 사진이 꽤 괜찮다. 저자 사진을 찍는 경우가 아주 흔하진 않고, 저자들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강양구, 이재갑 저자는 흔쾌히 따라 주었나? 

오, ‘미’에 엄격한 프랑소와 엄의 칭찬을 들으니 양 어깨가 으쓱하다! 양재역 근처에 있는 친구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그렇게 막 친하지는 않아서 친구의 친구였다고 말해야 정확한데(이번 촬영으로 많이 친해졌다), 사진을 워낙 잘 찍는 것은 알고 있었다(인스타 염탐). 두 저자는 ‘와이 낫!’ 느낌으로 매우 흔쾌히 동의했다. 친구가 펭수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물개박수를 치셨다. 그렇다면 믿고 찍어도 되겠다고! 온라인 서점 상세페이지에 올라간 사진은 두 저자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나는 그 버전도 참 좋다. 비하인드로 그 사진을 찍을 때 두 분은 실제로 열띤 토론을 주고받으셨다. (일 중독자들이셨다…)

추천사를 김혼비 작가에게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이 품고 있는 적절한 의외성이 아닐까 싶은데. 

대담 중에 혼비 작가님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본문에도 등장하는데, 나는 그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어찌나 고개를 흔들면서 들었는지 목이 다 아팠다. 한 번 듣고 나니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꿈에도 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본문에 나온다) 그래서 연락을 드렸다. 주렁주렁, 주절주절, 제발 추천사를 적어주십사. 작가님은 “무척 영광이지만, 책에 걸맞은 좋은 추천사를 쓸 수 있을지 무서워졌다”고 하셨다. 그러나 편집자가 연락을 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며, 기꺼이 맡아주신 것! 그리고 근사한 추천사를 안겨주셨다. 여러분, 읽어주시라. 두 번 읽어주시라!

솔직히 이 책, 6개월 안에 몇 쇄가 목표인가? 증쇄를 2-3천 부를 찍는다고 생각할 때. 

조심스럽다. 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손에 집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 세상 일이 내 마음 같겠나? 조심스레 오른쪽 다섯 손가락을 펼친다.  

이 책을 딱 한 줄의 카피로 정리한다면? 

바이러스가 침투한 곳곳의 깊숙한 면면을 섬세하고 뾰족하게 들여다보는 이 책은 살뜰하다, 그러니 읽어 주시라! (쉼표로 두 문장을 잇는 꼼수를 부렸다. 부디 자비를. 흑)

<채널예스>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도 이 불편한 동거는 계속될 텐데. 모쪼록 언제나 무탈하시길 바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매달 도착하는 <월간 채널예스>, 그리고 웹진 <채널예스>를 즐겨 찾기 하자!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이재갑,강양구 저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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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프랑소와 엄

알고 보면 전혀 시크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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