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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인생이 엉킨 실타래 같을 땐, 서핑!”

『난생처음 서핑: 파도가 우리를 밀어줄 거야 』 김민영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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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다들 같은 파도를 타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서퍼마다 타는 파도가 달라요.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아직 내 파도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요. 우리 모두 각자의 파도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2020. 09.10)


여기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는 서핑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있다. 취준생 시절에 빚을 내서 대책 없이 서핑 여행을 떠난 이후로 벌써 5년째 파도와 밀당을 하고 있는 김민영 작가. 꿈을 가진 사람을 더 혹독하게 다루는 세상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그는 예상치 못하게 발리 바다에서, 그리고 서핑에서 다시 일어날 용기와 위안을 담뿍 얻었다고. 그의 말마따나 난생처음 서핑을 하면서 파도에 말리고, 다치고, 깨지면서도 고비를 넘고 넘어 바다 위에서 무지개를 보고, 실력을 쌓아 그린웨이브를 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없던 어쩐지 없던 기운도 솟아나고 괜히 가슴이 뿌듯해진다. 파도에 얻어맞아 머리는 물미역이 되기 일쑤고, 눈 코 입 몸의 구멍구멍에서 바닷물이 줄줄 흘러나오지만, 그걸 다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호쾌하고 상쾌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서핑의 매력이다. 그리고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곳’이 바로 바다고. 바다와 파도, 그리고 서핑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김민영 작가를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서핑이 핫한 레포츠이긴 한데, 작가님이 서핑을 시작한 계기는 좀 남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서핑을 시작하게 됐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서핑을 제일 처음 체험한 곳은 포르투갈이었는데, 실제로 서핑을 시작한 곳은 사실 발리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포르투갈에서는 정말 멋모르고 바다 위에 올라서는 1% 남짓한 그 짧은 순간이 멋있어 보여서 서핑을 체험했다면, 발리 이후부터는 쭉 나머지 99%의 순간 때문에 보드에 몸을 싣고 있거든요. 파도에 말리고 구르고 물 먹고 또 헤쳐 나오고. 그게 꼭 제가 사는 모습 같아서 서핑을 시작했고 여태 도무지 놓지를 못하고 있네요.

서핑을 시작했을 때 제가 헤쳐나가고 싶었던 바다는 ‘취준의 우울’이자 불면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취준이 끝나고 나니 다른 종류의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더라고요. 동나지 않는 파도처럼 삶이 주는 시련은 끝이 없네요. 그러니 바다로 가는 이 발걸음도 멈출 수가 없는 거죠.

서핑을 시작한 지 이제 5년쯤 되신 거죠? 본인의 서핑 실력을 객관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유튜브에서 큰 파도 터널을 가르는 모습을 보면 무척 멋있는데, 그 정도 타려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하는 걸까요?

서퍼들 사이에는 ‘바닷물을 많이 먹은 만큼 실력이 는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쉽게도 일상 틈틈이 짬을 내서 하는 제 서핑 실력은 고수의 반열에 들려면 아직 멀었어요. 휴가를 쥐어짜서 찾는 바다는 항상 오랜만이고, 그래서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바로 그린웨이브를 탈 수 있는 라인업에 나서기보다는 화이트웨이브에 몸을 실어보는 편이거든요. 초보는 아닌데 그렇다고 숙련된 고수도 아닌, 중수 정도라고 해야겠네요.

큰 파도 터널을 가르는 것을 두고 ‘배럴을 탄다’고 해요. 옷 브랜드에도 있지요. 흠, 그런데 발리에 살면서 매일같이 서핑을 하는 제 친구들 중에는 아쉽게도 배럴을 타는 사람이 없어요. 세 살 때부터 서핑을 하는 애들만 배럴을 탈 수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좀처럼 쉽지 않은 경지예요. 하지만 다들 바다에 떠 있다 보면 언젠가 배럴을 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지요.



책을 보면 짱구, 시아르가오 등 여러 서핑 장소가 등장하는데, 가장 좋았던 파도 맛집, 서핑 스폿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바다마다 너무 다른 파도가 들어와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워요. 제게 고향 같은 곳은 꾸따인데, 꾸따 바다에는 다양한 레벨의 파도가 들어와서 좋아요. 서핑을 막 시작하는 친구와 서핑을 오래 한 친구가 동시에 떠 있을 수 있죠. 아기 파도가 들어오는 곳 100m 옆에 어른 파도가 들어오거든요. 모두에게 열려 있는 바다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짱구 바다를 가장 좋아해요. 짱구는 라인업이 다른 바다에 비해 꽤 먼 편이라서, 파도를 타러 나가는 데 오래 걸리거든요. 하지만 멀리 나간 만큼, 파도가 길기 때문에 한 번 타면 롱 라이딩을 할 수 있어요. 바다 위에 서 있는 시간이 다른 바다에 비해 꽤 긴 거죠. 돌바닥이라서 항상 긴장을 놓칠 순 없지만요. 게다가 짱구 근처에는 파도만큼이나 힙하고 맛있는 곳이 넘쳐난답니다.

속도감, 스릴, 쾌감, 성취감 등등 서핑의 매력도 다양할 텐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서핑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요?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얘기를 많이들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살면서 저는 제가 자연의 일부라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서핑을 하기 전까지는요. 바다 수영을 할 때도 저는 바다를 건너야 하는 대상, 개척해야 하는 존재로 여겼거든요. 그런데 서핑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도시의 소음 하나 섞이지 않은 파도 소리와 수직으로 물을 뚫고 튀어 오르는 물고기 떼를 보고 있으면 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런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자꾸만 서핑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서핑의 매력이죠. 

살다 보면 가끔 어디서부터 엉켰는지 모를 실타래를 풀고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사실, 풀고 있는 건지 내가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그런 때에 저는 자연스럽게 살아가기 위해 서핑을 하러 가요.

멋지게 파도 위에 올라서는 시간은 매우 짧고 대부분은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평소에 해두면 좋은 운동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바다 위에서든 육지에서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코어예요. 우리 움직임은 다 코어근육과 연결돼 있어요. ‘테이크오프 할 때 팔을 쓰니까 팔 근육을 길러야지’, ‘두 발로 일어서야 하니 하체 근육을 키워야지’ 이런 생각을 해도 결국 코어 근육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니 바다에 못 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저도 플랭크나 브릿지 같은 코어 운동을 주로 하는 편이에요. 언제나 코어를 지키면 나머지는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서핑을 시작했을 때 취준생이셨다고요. 서핑을 하면서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했는데 특히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나요?

서핑을 하기 전 제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득바득’이었던 것 같아요.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가득했거든요. 등수와 성적을 올려서 나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처럼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오르막길에 벽이 생겼어요. 그게 취준이었죠. 또 아득바득 넘으려고 예전처럼 애를 썼는데 자꾸 넘어지기만 하지, 도무지 넘어가질 못 하는 거예요. 무기력해지고 우울이라는 상처가 생기고 불면까지 왔죠. 이렇게 계속 넘어질 거라면 넘어져도 덜 아픈 곳에 있고 싶었어요. 그게 바다였죠. 그런데 바다에 가보니 끝나지 않는 오르막길 같은 건 없더라고요. 오히려 파도의 오르막은 찰나고 내리막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 알았죠. 벽이 아니었구나, 그저 오르막이 끝났을 뿐이구나 하고요.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우울이 좀 옅어졌어요. 서핑을 하고 나서 침대에 누우면 불면이라는 말을 떠올릴 새도 없이 잠들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취준생을 비롯해서 울퉁불퉁한 인생의 파도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멀리서 보면 다들 같은 파도를 타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서퍼마다 타는 파도가 달라요. 같은 바다에 있지만 보드의 모양도 다르고, 파도 타는 방법도 다르고, 파도도 다르죠. 그걸 알면서도 가끔 내가 못 타는 파도를 잡아타고, 내가 못 타는 보드를 신나게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더라고요. 그럴 때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아직 내 파도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요. 우리 모두 각자의 파도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김민영

JTBC 디지털 피디. 인턴, 프리랜서, 계약직이라는 갖가지 이름으로 S사, M사를 거쳐 J사에 입사했다. 한번 빠져들면 뭐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몰두하는 성격이다. 어렸을 때부터 치킨을 좋아해서 대학교 때 치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치믈리에(치킨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땄을 정도. (그 덕에 방송에도 얼굴을 비췄었다.)

유달리 남에게 지는 걸 싫어하는 승부욕의 화신. 축구, 농구, 테니스, 스쿼시, 요가, 필라테스 등등 안 해본 운동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여러 운동을 섭렵했고, 타고난 승부욕으로 남보다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했다. 그랬다. 서핑을 만나기 전까지는 스스로 무슨 운동이든 빨리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신했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바다와 파도에 푹 빠져서 지금은 5년째 서핑에 홀릭 중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척 가장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유튜브 서핑 채널로 힐링을 하고, 명절과 휴가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틈만 나면 서핑을 하러 발리 바다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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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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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물미역, 눈 코 입엔 짜디짠 바닷물 그래도 인생이 요동친다면 서핑만 한 것도 없지! 망망대해 같은 인생, 바다 위에서 얻은 위안과 다시 일어설 용기 푸른 하늘빛을 그대로 이어받은 드넓은 바다 위에 서프보드 하나에 의지해 자유롭게 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위에 서서 호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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