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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숙 "인권으로 한 권을 엮으세요"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이태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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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며 마음속으로 한 기도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0.1mm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이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2020.08.28)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은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인권 그림책을 읽어 준 초등 교사 이태숙의 독서 에세이다. 불편한 주제 ‘인권’에 관한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마음 나누기를 하며 편견을 깨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림책은 마음에 다가가 정서적으로 울리는 인권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아주 좋은 교재다. 성차별, 인종 차별, 성폭력과 가정 폭력, 학교폭력 등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읽으며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인권 교육에 어려움을 느끼는 교사, 학부모에게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길잡이다.



안타깝게도 요즘 다문화, 장애,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정서가 늘고 있어요. 게다가 21세기에도 인종 차별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요. 이런 때에 아이들이 인권 감수성을 길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지요. 살아보니, 살아갈수록 더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옳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벽을 치고 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와 다른 아이’라는 경계선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걸 봅니다. ‘다름’이 곧 그 아이의 ‘개성’으로 연결되지 않아요. 또 인간존중은 어느 한 시기의 교육으로 내면화되기 어렵지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하는 인권 감수성 교육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은 ‘나의 이 말이 상대방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 한 행동이 친구 입장으론 속상한 일이겠구나!’ 등 돌이켜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이뤄져야 습관으로, 행동으로, 가치관으로 변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인권을 주제로 꼽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원고 작업할 때 초기 원고의 반이 잘려 나갔습니다. 더 할 말이 많았는데 반 이상이 잘려 나가니 저로서는 말하다 만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선생님이 “인권으로 한 권을 엮으세요.”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유치원 교사가 인권 교육을 강조하거나, 중고등 교사가 인권으로 그림책을 엮기는 무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림책을 수업으로 활용하는 곳은 아무래도 초등이 많을 테니 이 일은 초등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하며, 어쩌면 이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부하며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벽이 많고, 벽이 많은 만큼 무관심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늘어나는 ‘혐오’ 관련 기사들은 저를 다급하게 만들었지요. 느긋하게 공부하며 진행하던 준비가 벽을 만드는 여러 사건을 만나며 이 책을 빨리 써야겠다는 각오로 바뀌었습니다.

‘인권’은 불편한 주제예요. 불편하면 회피하게 되지요. 그동안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회피하면 더 크게 저를 치더라고요. 차라리 직면하는 게, 작게나마 실천하고 나를 바꾸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어요. 그래서 작게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불씨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지요. 이 책이 정말 작은 불씨가 되어 존중하는 사회로 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책에서는 인종차별, 성차별, 성폭력, 가정 폭력, 학교폭력 등 우리 사회와 밀접한 불편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림책이라도 불편한 주제의 그림책을 바로 들이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풀어 가면 좋을까요?

불편한 이야기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도망치고 싶고, 나는 아니라고 외면하고 싶은 게 일반적입니다. 그렇다고 감추고 덮을 수는 없어요. 그럼 더 크게 곪아 터지지요. 우린 이런 걸 많이 경험했잖아요. 

그래도 어린이에게 날 것의 상태로 들이밀 수는 없어요. 책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문학작품으로 승화된 작품을 골라야 해요. 적적한 비유와 상징이 있는 작품으로요. 또 한 권의 책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책을 경험하게 해야지요. 마지막으로 결론이 바람직하게 끝나 아이들이 안심하고 책을 덮을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학년의 경우는 주제별 읽기로 이어나갑니다. 

제가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신문 기사나 뉴스의 이야기를 가져와 분위기를 만들고 그림책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교과 수업과 관련하여 그림책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시각장애를 다룬 책들이 몇몇 소개되었는데요, 아이들과 ‘장애’를 주제로 함께 읽을 만한 다른 그림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그리고 함께 나눠 볼 만한 생각거리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장애인을 원인별로 나눠보면 선천성 장애인보다 후천성 장애인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이는 현재는 비장애인이지만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교통사고라든가 나이듦에 의하여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장애’ 관련 그림책 수업을 할 때는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림책 속 주인공만의 특별한 삶의 이야기가 아닌 거지요. 장애를 다룬 책들은 그래서 화자가 그 가족일 때가 많아요. 

신체장애 그림책에서 요즘은 우울증이나 자폐증 이해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요. 겉모습은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행동이 어딘가 남다른 거지요. 『벽 속에 사는 아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마음이 아파 읽고 난 뒤에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책은 권정생 선생의 원작을 김재홍 작가가 그린 『그해 가을』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김재홍 작가가 해석한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을 외면한 인간을 ‘holy bible’ 위에 인간 벌레의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그 벌레가 제 모습으로 오버랩되어 많이 불편했습니다.

인권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분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셨는데요. 역사적 사건을 함께 설명해야 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아이에게 내용을 전하면 좋을까요?

가끔 아이들은 “이게 실제 이야기인가요?” 하는 질문을 할 때가 있어요. 판타지가 그대로 보이는 책은 오히려 쉽게 받아들이는데 그 경계가 모호한 책은 한 번 물어보지요.

2장과 3장에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천의 바람이 되어』만 예외.) 실제 사건에 대해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또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훨씬 잘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실제 사건이 배경일 때는 배경을 설명하고 그림책을 읽습니다.

위인의 삶은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평생 실천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더 큽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위인전을 많이 읽히겠지요. 인권 관련 위인 그림책에서는 그림책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교사가, 안내자가 이 실제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그림책만 읽어주는 것은 감동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떻게 힘들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구체적인 삶을 미리 공부하고 설명해주며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합니다. 작가들도 위인 그림책을 제작할 때는 많은 시간 동안 사료 조사를 거치는 이유겠지요. 

또 흐름을 잘 이끄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3장을 주제별로 ‘어린이 인권’, ‘장애인 인권’, ‘사랑의 실천’, ‘인종 차별’ 식으로 묶어 읽었는데 아이들은 전에 읽은 것과 나중에 읽는 것을 스스로 연결하여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들과 매일 아침 인권 그림책을 읽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림책 인권 수업 이후 아이들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요?

인권 관련 그림책을 읽을 때 작은 주제를 나눠 보통 1~2주씩 읽었습니다. 주제 읽기가 좋은 점은 다양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달라지는 주인공과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실천하는지 관찰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교사로서는 한 권, 한 권에 대한 설명이 매번 필요하지는 않았어요. 읽기 전에 “요즘 읽고 있는 주제가 뭔가요?” 하고 한 번 상기시키는 정도였지요.

하지만 선생님들은 저처럼 2주 동안 읽을 목록을 다 구입한다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는 없을 거예요. 같은 주제의 책을 3~4권이라도 빌리면 첫날 좀 자세하게 설명하고 영상을 보여주고 난 뒤 그림책으로 읽어나가면 좋겠어요. 그래서 책에 관련 영상을 많이 소개했습니다.

‘인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은 아주 진지합니다.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아니라 심각하고 ‘나라면 어떻게 하지?’ 질문하는 책들이라서 생각을 많이 하고, 깊게 하지요. 

또 친구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이건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해!”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옆에서 그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지요. 다름을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은 친구 이해에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표정이 밝아지고 친구 간의 소통은 물론,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도 자연스러워졌지요.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에도 나오다시피 요즘 그림책은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많이 다루어지지 않아 그림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다른 주제가 있을까요?

그림책의 주제가 다양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이 나오고 난 뒤에 많이 들은 이야기가 생소한 책들이 많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예쁜 이야기의 그림책을 그동안 많이 읽어왔다는 이야기겠지요. 

우리나라에는 다문화와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그림책이 아주 적었어요. 참고목록으로라도 많이 넣고 싶었는데 겨우 『찬다 삼촌』 한 권이었지요. 우리 사회는 다문화를 수용하고, 그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야기가 많아야 하는데 아쉬웠습니다. 

또 성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그림책이 예전보다는 많아지고 있지만,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습니다. 다양한 관점의 책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인권 교육을 하고 싶지만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과 학부모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대한민국 영토 안이 아닙니다. 세계이며,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편견이 사고를 지배한다면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겠지요. 차별과 편견이 없으며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의 기본기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며, 내 주변의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함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쓰며 마음속으로 한 기도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0.1mm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이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이태숙

매일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는 초등 교사.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동료 교사와 소통하고자 한다. 현재 덕수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은 ‘변화’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고 믿으며, 아이들의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데에는 독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의 세계를 만난 후 그림책 전문가 과정을 공부했으며, 현재 동료 교사들과 함께 그림책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에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알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그림책 읽어 주기를 전파하는 데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이 있다.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이태숙 저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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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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