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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읽고 나면 맑은 기분이 됩니다

『천 개의 파랑』 『경애의 마음』 『지구에서 한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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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웃을 일 드문 요즘 읽으면 좋을 ‘맑은 기분을 선물하는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보듬으며 지내다 보면 다시 곧 환한 시간이 올 겁니다.(2020.08.27)

얼마 전에는 쨍하게 뜬 해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더라고요. 내내 흐린 하늘 아래 있다 파랗게 갠 하늘을 만나니 오랜만에 마음도 개운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올해엔 날씨도 바이러스도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게 구는 것 아닌가 싶은데, 그간 뿌린 씨앗으로 거두는 열매일 거라는 생각에 괴롭기도 합니다. 그래서 편히 웃을 일 드문 요즘 읽으면 좋을 ‘맑은 기분을 선물하는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보듬으며 지내다 보면 다시 곧 환한 시간이 올 겁니다.


1.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저 | 허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날 휴일 오후에 보고 싶은 드라마 또는 영화. 떠오르는 영상이 있나요? 『천 개의 파랑』이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저는 그걸 고르겠습니다. 제목만큼이나 맑고 시린 파랑파랑한 소설이에요. 안락사 위기의 경주마와,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좀처럼 미래를 그리기 힘들어 방황하는 소녀와, 그 무게에 휘청거리면서도 각자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작가는 언젠가 적어둔 이 문장에서 『천 개의 파랑』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필요하다면 잠시 멈출 수도 있겠지요. 바쁘게 흐르는 시간, 속도 조절 하면서 찬찬히 오고 가는 바람을 느껴봐도 좋겠습니다.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_『천 개의 파랑』, 286쪽


2.    『경애의 마음』  (김금희 저 | 창비)

‘맑음’ 안에서도 장르를 나눈다면 『경애의 마음』은 울고 난 뒤에 찾아오는 맑음이라 하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사고, 부모의 이른 죽음, 회사에서 당하는 냉대 등 소설의 인물들은 아픈 이별과 상처를 딛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넘어설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있습니다. 그 슬픔은 아마 앞으로도 오래, 어쩌면 영원히 그들 곁에 남겠지만 그것이 또 그들을 단단하게 하고 서로를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장이 무척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오래오래 기억할 이야기입니다.

경애가 온종일 엎드려만 있는 유령 같은 학생이라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마음이 너무 강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정지해 있었을 뿐이었다.

_『경애의 마음』, 279쪽


3.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저 | 난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다수가, 읽는 동안 어떤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리게 해요. 만화에서 종종 나오는 것처럼, 지면에 선과 면으로만 그려져 있던 존재들이 한순간 뿅 하고 종이에서 일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작품에 담긴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특유의 명랑하고 맑은 기운을 잃지 않는다고 할까요.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지구에서 한아뿐』을 소개합니다.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며 ‘환생’이라는 옷 수선집을 운영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 한아가 주인공으로, 그가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에게서 왠지 모를 낯선 모습들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조금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데요, 사랑스러운 소설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주 어딘가에서 한아와 경민이 그 모습 그대로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_『지구에서 한아뿐』,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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