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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특집] 줌파 라히리, 작가가 발견한 작가들의 작가 - 마음산책 성혜현

<월간 채널예스>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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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시인은 사랑의 서사로서 『축복받은 집』을 아끼고, 백수린 작가는 거기에 『내가 있는 곳』을 더해 추천합니다. (2020. 08. 12)


“김소연 시인은 사랑의 서사로서 『축복받은 집』을 아끼고, 백수린 작가는 거기에 『내가 있는 곳』을 더해 추천합니다. 임경선 작가는 ‘내 인생의 작가’로 꼽고. 전작 읽기를 했고요.” ‘작가들의 작가’라는 닉네임이 붙은 줌파 라히리에 대한 국내 작가들의 애정도를 궁금해하자 마음산책 성혜현 팀장이 주르륵 읊은 리스트다. 흥미로운 건 줌파 라히리와 마음산책 사이에 랜선을 깔아준 것도 작가라는 사실이다. 지난 2003년,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던 박상미 작가와 『뉴요커』 책 기획을 위해 메일을 주고받던 중, 당시 뉴요커들 사이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던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제보받은 것.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거머쥔 작가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은 곧장 저작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후의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사실 그대로다.

줄곧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고 있는 줌파 라히리의 요즘을 독자들에게 한 줄로 정의해본다면요? 

모국어에서 떨어져 나와 낯선 언어로 글을 쓰는 새로운 시대의 베케트!

마음산책에서 만든 줌파 라히리 책들이 소장용으로도 인기 높다는 건 여기저기서 증명됩니다. 특히 책 표지의 일관성이 눈에 띄는데요, 내부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을까요? 

표지는 모두 미국 화가 에이미 베넷의 작품입니다. 아름다우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도는 에이미 베넷의 그림과 줌파 라히리의 섬세한 글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에이미 베넷에게 직접 연락해서 표지에 어울릴 작품을 구하죠. 같은 작가의 작품을 사용하고 있으니 줌파 라히리 작가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에이미 베넷이 떠오르는 시너지도 있고요. 


'작가들의 작가'의 데뷔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 『축복받은 집』.
정식 출간도 되기 전 사전 검토용 원고만으로 평론가에게 회자됐고, 맨부커상 최종심에 올랐던 『저지대』

가장 아끼는 한 권, 독자들에게 필독을 권하는 한 권을 각각 꼽아주실 수 있나요? 

아, 이런 질문은 진짜 어려워요. 억지로 꼽아보자면, 장편소설 『저지대』입니다. 책을 만드는 동안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설레고 조마조마했어요. 권여선 소설가의 ‘마음 놓고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맑고 넓은 소설’이라는 추천사가 딱 맞는 책입니다. 인도 역사를 배경으로 70년간 이어진 가족 이야기는 578쪽짜리 스펙터클입니다. 독자에게 필독을 권하는 책은 『그저 좋은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단편의 여왕’임을 증명한 작품이죠. 

줌파 라히리 작품의 백미로 꼽을 챕터, 혹은 문장이 있을까요? 

장편소설 『저지대』는 담담하게 풍경을 묘사하고, 인물의 삶을 점묘화처럼 그려내는데 읽으면 가슴이 저릿합니다. 작가의 시선이 투명해서 가슴에 파고들어요. 14쪽의 “어떤 생물은 건기를 견뎌낼 수 있는 알을 낳았다. 또 어떤 생물은 진흙땅에 몸을 묻고 죽은 채 지내면서 우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라는 문장은, 인생에 대한 비유로 읽힙니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책이 입은 옷』은 줌파 라히리가 ‘이중 언어’ 작가를 선언한 뒤 이탈리아어로 쓴 산문집이다.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줄곧 영어로 글을 쓰던 작가가 2015년 이후 제2의 모국어인 영어를 버리고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줌파 라히리의 글은 영어든 이탈리아어든 간결하고 섬세하며 우아합니다. 다만 이탈리아어로 쓴 첫 소설 『내가 있는 곳』을 읽으며, 다른 소설보다 ‘고독’이 짙게 배어 있다고 느꼈어요. 인도인도 미국인도 아닌 경계인의 감성을 지니고 살았을 줌파 라히리가, 낯선 언어인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며 내면의 고독을 심화했던 게 아닐까 상상합니다. 낯선 언어로 쓴 작품이니 길이는 아무래도 짧은 편이죠.

줌파 라히리의 책은 미국에서 쓰이면 거의 시차 없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첫 책 이후 두 권마다 번역자가 바뀌었는데요, 이런 리듬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줌파 라히리와 박상미 번역가의 조합은 작가의 섬세하고 우아하고 기묘한 세계를 독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뉴욕에 살고 있는 번역가의 생생한 언어 선택은 탁월했죠. 특히 여성 심리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여성 번역가의 손끝에도 기운이 실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형제 이야기, 역사 서사로 넘어간 『저지대』는 긴 호흡의 스토리를 끈기 있게 번역해줄 전업 번역가를 섭외해야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창렬 번역가의 조합은 또 기막히게 어울렸죠. 정확하고 직역이되 풍성한 느낌이 살아 있는 번역이 일품이었습니다. 이탈리어로 쓴 작품 역시 최고의 이탈리아어 번역가인 이승수 선생님을 섭외했으니 자연스러운 결과이고요.


마음산책의 ‘덕질’ 결과인 줌파 라히리가 쓴 책.

작가의 실제 모습이 궁금합니다. 작가의 음성, 태도 등 오롯이 문장으로만 접하던 느낌 말고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작가를 직접 만나고 싶어서 초대 편지를 여러 번 보냈습니다. 도서전과 문학행사 주최측에서 초대장을 보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 내한한 적은 없어요. 박상미 번역가가 직접 만났는데, 너무 차분해서 놀랄 정도였다고 해요. 반가워서 호들갑을 떨거나 상냥한 모습은 아니었고 품위 있는 침착함이 돋보이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독자들에게 귀띔하고 싶은 ‘줌파 라히리 독서법’이 있을까요? 

줌파 라히리는 인도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작품에도 반영되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여러 정체성과 경계인의 모습이 있어요. 나의 타자성, 이방인성을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에 대입해 읽으면 한층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아요.




그저 좋은 사람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저 | 박상미 역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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