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존 레전드,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오다

존 레전드(John Legend) <Bigger Lov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늘 해오던 비슷한 이미지의 곡조들이 충돌하며 내뱉는 힘은 늘 듣던 존 레전드의 장르적 클리셰 또한 즐기게 할 만큼 강하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린 오늘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간다. (2020.08.05)


음악계 대표 사랑꾼 발라더 존 레전드가 더 큰 사랑으로 돌아왔다. 2018년 발매한 캐럴 음반 <A Legendary Christmas>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7번째 정규 작이다. 타이틀의 'Love'란 단어가 대변하듯 작품에는 빼곡하게 사랑이 들어차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곡이자 가장 큰 대중 히트곡 「All of me」를 필두로 아내와 딸에 대한 애정을 설파한 이전 작 <Love In The Future>(2013), <Darkness and Light>(2016)의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왔다. 이 정형화에 (대부분 박한 쪽이긴 하지만) 유독 평론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의 음악 웹진 <피치포크>는 이를 두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폭발하지만, 그 울림이 크지 못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앨범의 에너지는 솟아난다. 다층의 코러스에 트랩 비트를 섞어 블루지하게 문을 여는 첫 곡 「Ooh laa」를 시작으로 트렌디하고 펑키한 사운드가 줄지어 이어진다. 또한 개리 클라크 주니어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록발라드 「Wild」나 1960년대 소울의 색감이 풍겨 나오는 「Slow cooker」 등 옛 음악의 장르도 곳곳에 녹여 담았다. 16개의 결코 적지 않은 수록곡에 꼼꼼히 다양한 소리샘을 결합하고 '사랑'이란 주제로 알차게 묶어냈다. 다시 말해 청취의 즐거움을 살릴 기분 좋은 집중력과 응집력이 작품의 에너지원이다.

커리어 사상 가장 경량화됐다고 봐도 좋을 만큼 초반 곡들은 가볍고 산뜻한 팝 스타일을 고수한다. 닥터 드레의 「The next episode」를 샘플링한 「Actions」, 비슷한 톤으로 클랩 비트와 커팅된 매력적인 기타 리듬으로 펑키함을 살린 'I do', 현악기, 베이스, 신시사이저가 리드미컬하게 뒤섞이는 「One life」까지 매끈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대중이 원한 건 그 너머의 무엇인 듯하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서 촉발된 시위와 코로나 19가 창궐한 팬데믹의 시대에 계속해서 부드럽고 달콤한 존 레전드의 음악은 신선함과 시대성의 측면에서 강력한 약점을 지닌다. 「All of me」을 포함한 정규 4집 <Love in the future>(2013) 이후 차트에서 그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존 레전드가 존 레전드 하는, 그 익숙함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에 존 레전드는 “어지러운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 우리에겐 더 큰 사랑이 있다”며 앨범의 가치를 말한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총괄 프로듀서로 함께한 라파엘 사딕, 앤더슨 팩, 원리퍼블릭의 라이언 테더, 찰리 푸스 등이 그의 항해에 조력자로 합류했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 싱어 커피(Koffee)와는 댄스홀을 바탕으로 「Don't walk away」를 노래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Conversations in the dark」는 뭉근하게 고조되는 흡입력이 감성을 자극한다. 시너지 좋은 멤버들과 손잡고 음반을 끌어가며 그로 인해 그의 항변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늘 해오던 비슷한 이미지의 곡조들이 충돌하며 내뱉는 힘은 늘 듣던 존 레전드의 장르적 클리셰 또한 즐기게 할 만큼 강하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린 오늘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간다. 어쨌든 귀를 간질이는 보컬 앞에서 예전만 하지 않은 차트 추이는 그리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레전드가 만든 듣기 좋고 즐기기 좋은 음반.




John Legend (존 레전드) - 6집 Bigger Love
John Legend (존 레전드) - 6집 Bigger Love
John Legend
Sony MusicColumbia Records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Charly Garcia - Parte De La Religion (CD)

<Charly Garcia>48,900원(19% + 1%)

11회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존 레전드 (John Legend)가 2년 만의 정규 앨범 [Bigger Love]를 선보인다. 존 레전드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곡 ‘All Of Me’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 지금까지 무려 11 차례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