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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작은 상자 바깥에 더 큰 상자가 있다 (G. 방송인 타일러 라쉬)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45회) 『두 번째 지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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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나의 상자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면,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요. 사람이 사는 사회도 그 정도로 복잡한 거고 대안이 많고 형태가 많으면, 생태계 지구는 얼마나 복잡할까요?(2020. 07. 23)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라는 게 있다.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중략)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인류는 지구의 생태용량을 초과하지 않았다. 2000년에는 지구가 1년 동안 제공할 수 있는 생태용량을 10월이면 다 소진할 지경이 되었다. 나머지 3개월은 미래 세대가 사용할 용량을 끌어다 쓴 것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2016년 8월 8일, 2019년은 7월 29일로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타일러 라쉬의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방송인 타일러 라쉬 편>

오늘 모신 분은 스스로를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방송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은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잘 구사하는 외국인’, ‘심지어 한국어로 토론까지 잘하는 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오랫동안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발언을 지속해온 것은 잘 모르실 텐데요. 이번에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첫 책을 쓰셨습니다. 타일러 라쉬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책을 보고 ‘본격 환경 도서로구나’ 싶었어요. ‘내가 방송인으로서 한국에 살아 보니...’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거두절미하고 본격 환경 도서를 쓰셨더라고요. 

타일러 : 맞습니다. 

김하나 : 게다가 더 인상적인 것은, 내지와 표지 모두를 FSC 인증을 받은 게 우리나라 최초라고 들었어요. 

타일러 : 네, FSC가 forest stewardship council의 약자인데 산림관리협의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국제비영리단체인데요. 우리가 산림에서 나무를 베어서 가공해서 실어 보내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환경에 덜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표준을 만들어낸 기관이거든요. 이 기관에서 FSC 인증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요. 이 인증을 받으면 종이나 가구 등 여러 가지 제품이 환경을 파괴시키는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불법 벌목이나 안 좋은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요. 기존에 인증을 받은 사례들이 있기는 한데, (책의) 내지만 인증을 받고 표지는 인증을 안 받았거나 아니면 표지만 인증을 받고 내지는 인증을 안 받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 책처럼 출판 계약부터 FSC 인증을 받겠다고 한 건 제가 듣기로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김하나 : 저는 이 책을 통해서 ‘FSC 인증이라는 게 있고,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표지와 내지에도 그런 시도를 한 건 처음이구나’라고 처음 알게 됐어요. 그것만으로도 타일러 작가님이 저에게 뭔가를 새로 알게 하신 거잖아요. 

타일러 : 그게 의도죠(웃음).

김하나 : 그리고 나무를 베어 만들면서 환경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그것부터 잡아가면서 책을 내겠다고 생각하신 건데, 고민이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타일러 : 굉장히 많이 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은 타일러라는 사람이 환경에 대한 책을 낼 거라고 생각을 못 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김하나 : 아마도 ‘타일러 씨, 한국사람 다 되셨네요’ 그런 식의 책이 나오지 않을까...(웃음)

타일러 : 그렇죠. ‘외국인의 눈으로 본...’ 이런 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 그거에 대한 출판 제안을 그동안 많이 받기는 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는데, 출판사들하고 고려하는 과정에서 ‘그러면 재생 종이를 사용하면서 할 수 있는가’ 하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는 했었어요. FSC 인증에 대해서 많이 알기도 전에. 주로 ‘비싸다, 인쇄소에서는 그런 걸 안 해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워졌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 답답함이 새로운 동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냥 일반적인 이야기를 더 착하게 찍고 싶은 건데 그게 잘 안 되는 걸 보면 ‘이게 왜 그럴까?’ 하고 파고들게 되는 거예요. 그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되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건해진 것 같아요. 

김하나 : WWF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타일러 :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는 세계자연기금의 약자예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자연보전단체예요.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태계를 보전하는 사업을 해요. 중국의 판다 보호 구역을 중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WWF가 함께 관리하고 있고요. 태국의 왕립코끼리공원을 같이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생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생태계 보호 사업들이 있어요. 전문가들을 모아서 그런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일을 WWF가 하고 있습니다. FSC 인증이나 친환경적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표준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요. 

김하나 : 그리고 WWF의 홍보대사를 맡고 계신 거죠?

타일러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책을 읽으면서 ‘이건 타일러 작가님만의 시각적 스케일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 버몬트에서 태어나셨는데 지금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계시고 아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그런 분이라면 조그마한 한 나라나 한 주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보다는 조금 더 지구인의 느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의 그런 성향도 지구 스케일로 나의 삶의 터를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쳤을까요?

타일러 : 사실 굉장히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설명하기 조금 어렵기는 한데... 요즘의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공식처럼 단선적으로 생각을 해요. 우리 삶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을 해요. 취업을 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된다, 주로 그렇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살기 때문이에요. 

김하나 : 책에서 비유하신 ‘작은 상자’ 속에 있는 거죠. 

타일러 : 맞아요. 우리가 하나의 상자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면, 사실은 그게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요.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해요. 나라가 많고 나라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사람이 사는 사회도 그 정도로 복잡한 거고 대안이 많고 형태가 많으면, 생태계 지구는 얼마나 복잡할까요? 이런 거 생각해 보면 비교도 안 돼요. 미국 버몬트에서 자랐고,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도 상자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됐잖아요. 저한테 한국은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거든요.  우리가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도 지금 노출돼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그 뒷면에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가 그냥 제품을 사고 마시고 버리는 데에서 제품의 라이프가 끝날 거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그게 너무 짧다는 걸 다시 느낄 수가 있는 거예요. 상자들이 겹으로 되어 있고, 겹쳐지고... 제가 봤을 때는 시스템적인 사고가 굉장히 필요한 것 같아요. 아쉽게도 제가 자랄 때는 학교에서 잘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같고 지금도 잘 가르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김하나 : 그래서 책을 내신 거죠. 이야기를 더 하기 시작하신 거고요. 

타일러 : 네, 맞아요. 

김하나 : 책 안에 보면 간결한 드로잉 같은 것들이 있는데, 직접 그림을 그리셨더라고요. 

타일러 : 네, 맞아요. 우리가 책을 만든다고 하면 주로 글을 쓴다는 것까지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내용을 주로 생각하는데. 사실 책은 찍어서 우리가 서점에서 만지고 들고 펼치는 제품이에요. 그러면 이것의 모든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싶었어요. 글도 그렇고 그림도 직접 그리고 싶었고. 그리고 디자인적인 요소도 더 친환경적으로 하려고 많이 신경 썼어요. 

김하나 : 얼마 전에 <사람이 좋다> 다큐를 봤더니 유화 같은 걸 그리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림 그리는 걸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죠? 

타일러 : 네, 재미삼아 친구랑 그림 그리는 걸 올리고 있습니다(웃음).

김하나 : 책속의 그림은 색깔이 들어간 것은 아니고 간결한 선으로 되어 있는데, 그 그림 느낌도 참 좋던데요?

타일러 : 재밌어요. 저는 원래 아크릴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그건 준비를 해서 그려야 해서 최근에는 볼펜으로 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재밌고 ‘하나의 얇은 선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약간 예술적인 놀이 같아서 그걸 하다가, 이 책을 준비하고 있을 때는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친환경적인 그림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선으로 표현하면 여백을 많이 남기고 여백을 윤곽으로 살리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거잖아요. 그러면 잉크 사용량이 줄어드는 거예요. ‘그러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들을 가능하면 선 그림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그림을 그려서 넣었어요. 

김하나 : 고향인 버몬트 주의 산 느낌이라든가 사슴 같은 그림들도 간결한 선으로 표현이 되어 있었는데...

타일러 : 네, 맞아요.

김하나 : 버몬트 주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한국 사람들이 버몬트 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상이라면 ‘타샤 튜더 할머니가 버몬트 주에 집을 짓고 농작물과 화훼를 가꾸면서 살고 계신다’ 정도의 이미지가 있는데, 책에 따르면 버몬트 주가 하와이와 함께 환경에 아주 민감한 곳이라고요.  

타일러 : 맞아요. 먼저 버몬트 주 소개를 간략하게 드리면, 미국 동북부에 위치해 있고요. 캐나다와 맞닿아 있어요. 퀘백 바로 밑에 있어요. 버몬트는 충청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면적인데 64만 명이 살고 있어요. 만약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연상될 수 있는데, 이런 몇 개의 수치 없이는 사실은 한국 분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곳이에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시골이라고 하면, 사실 제가 봤을 때는 시골도 아닌 거예요. 깡촌이라고 이야기해도,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깡촌이랑 미국의 깡촌은 같지 않은 거예요. 버몬트는 충청도 정도의 크기에 64만 명이 사는데 학교를 지을 수도 없을 정도로 다 떨어져 살아요. 미국은 주마다 교육을 담당하기 때문에 주립학교만 있고 국립학교가 없어요. 그래서 (주에서) 학교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버몬트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없으니까 학교를 만들면 버스를 운영해야 하잖아요? 버스 운영에 비용을 다 써서 교사를 채용할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너무 멀리 사니까. 

김하나 : 등교를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겠어요. 

타일러 : 맞아요. 포장길이 없는 경우도 많고. 친구 집에 가려면 20분 동안 차타고 가고, 학교 가려면 차타고 40분 가고, 우유 사러 가려면 차타고 30분 가고, 이런 느낌이거든요. 정말 사람이 많이 없어요. 주의 75% 정도가 산림, 숲이에요. 조명이나 간판으로 인한 공해를 많이 금지시키고 있어요. 사실 환경 자체로 주가 많은 수익을 보기는 하거든요. 관광으로. 골프, 스키, 등산 같은 야외 스포츠가 유명한 곳이거든요. 그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규정이 있습니다. 

김하나 :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첫 부분에 보면 ‘냄새’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한국에 와서 ‘아, 겨울 냄새 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거나. 어린 시절에 느꼈던-숲이 많고 사람이 드문드문 살고 있던 버몬트 주의 자연 속에서 느꼈던 게 지금도 큰 영향을 주고 있겠어요. 

타일러 : 네. 저도 사실은 몰랐어요. 그게 저의 기본 설정이잖아요(웃음). 

김하나 : 제가 해운대 출신인데, 저도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학교에서 바다 보이고 이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서울 와서야 알았어요(웃음). 

타일러 : 그렇죠, 다들 시멘트에 둘러싸여 있다는 걸(웃음). 그런 거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서울에 와서. 물론 워싱턴D.C.나 시카고에서 살 때도 느끼기도 했고요. 특히 서울 같은 경우는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그런 것들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저 | 이영란 감수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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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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