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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식물 킬러’는 어떻게 식물과 잘 살게 되었을까?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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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말을 한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써보니 진지하게 해야 할 말도 재미있게 표현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쓰다 보니 꽤 재미있고 생동감 있어졌어요. (2020.07.03)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가 출간됐다. 공간 디자이너에서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는 디자이너로, 식물 킬러에서 식물 동반자로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 작가가 글과 그림을 엮어 첫 식물 에세이를 내놓았다. 식물을 죽이고 살리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유연한 태도는, 인간이 얼마나 뻣뻣하고 한 치 앞도 못 보는 동물인지를 알려준다. 식물은 탐욕보다는 주변과의 상생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확장시킨다. 그러므로 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은 그들의 유연함을 배우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며, 식물과 함께 사는 집은 곧 작가의 성장 기록이다.




왜 식물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가요?

처음 독립했을 때, 나의 취향을 담아 집을 꾸미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현실은 침대 하나 놓으면 끝나는 북향의 원룸이었죠. 현실적이고 비용도 크게 부담 없는 방법으로는 조명과 식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식물이 내 집을 집답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 집은 북향이고 햇빛도 잘 안 드는데 내가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하는 실험에 가까웠어요.


도서 표지에 등장하는 필레아 페페

자꾸만 식물을 떠나보내는 식물 킬러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이를테면 참을성이 없다든지 그런 것 말이에요.

원래 모든 관계는 어려운 법인데, 식물과의 관계는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빨리 실망하고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들도 새로운 식물들을 많이 들이는 만큼 많이 떠나보냅니다. 식물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사람처럼 성격이 모두 달라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도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하면서 놀라는 것처럼, 식물도 비슷합니다. 웬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아니더라고요. 식물의 세계는 정말 알면 알수록 거대하고 새로운 것 같아요. 

강아지나 고양이는 소리를 내어 의사표현을 하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잖아요. 어떻게 하면 ‘물 줘’, ‘햇빛 보여줘’ 등 식물의 요구사항을 알 수 있나요?

식물의 언어를 듣기 위해서는 추리와 관찰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가 없고요. 최근의 근황(물을 마지막으로 준 게 언제였는지, 어떤 공간에서 키우고 있는지, 갑자기 바뀐 것이 있는지 등등)을 수집해서 마치 탐정 수사를 하듯 그들에게 필요한 걸 알아내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하다 보면 원인은 한두 가지로 좁혀져요. 

사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한 번도 안 키워본 사람들도 그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잖아요. 하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정보를 얻고 공유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있으니까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나를 세심하게 관찰해서 내가 굳이 말한 적도 없는데 내 상태나 기분을 알아주면 그것만큼 감동적인 게 없죠! 

식물에게 배운 메시지 중 가장 대표적인 메시지를 하나 꼽는다면요?

여러 가지 식물과 함께 살면서 깨달은 것은,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전략으로 자란다는 사실이었어요. 숲에 가보면 엄청나게 다양한 식물들이 싸우지 않고 조화롭게 몇억 년 동안 같이 살고 있잖아요. 자연은 협업을 잘해요. 나무도 혼자서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서 자라고요. 흙, 물, 조그만 벌레, 새, 심지어는 인간까지도 포함해서요. 풀과 나무가 자라면 작은 곤충들이 생기고, 작은 동물과 큰 동물들이 하나씩 모이다가 포식자인 늑대까지 나타나면 비로소 숲이 완성된다고 해요. 함께 살지 않으면 숲은 만들어지지 않죠. 남을 따라 하려고 하지 말고, 각자 자기만의 전략을 만들어야 협업도 잘할 수 있다, 그걸 배웠어요.


당근에게서 실패를 인정하는 태도를 배웠다

함께 살기 가장 까다로웠던 식물이 있다면, 그리고 그 식물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근에 냉장고에 있던 당근에 싹이 나서 물에 담가놓고 며칠 있었더니 줄기가 엄청 커지고 잘 자랐어요. 큰 페트병에 옮겨 심고 혹시나 당근을 키워서 먹어보는 기회가 나에게도 올까 싶었는데 이틀 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시들어 있었어요. 다시 시작하면 될까 싶어 시든 잎을 자르고 창밖에 내놓았는데 이미 끝났더라고요. 이렇게 됐다면 흙에서 꺼내 흙 속 사정을 살펴봅니다. 뿌리가 물을 다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은 듯했어요. 내 뜻대로 안 될 때가 많은데, 그걸 인정하고 왜 실패했는지 배우는 태도를 배우고 있어요. 

트렌디한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인데요. 일러스트 컨셉 또는 모티프가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책 속의 일러스트는 대부분 저희 집의 일부를 보고 그리거나, 찍어둔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는데요. 사진 찍을 때의 영감과 비슷해요. “요렇게 찍으면 멋진데, 막 찍었는데 느낌 있어!” 하는 구도나 매력 포인트가 보이는 지점에서 그리고 싶다는 동기가 생겨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는 시선을 좋아하고, 똑같이 잘 그리기보다 마음대로 그리는 게 좋아요. 잘 그리려고 하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8살 조카가 영감을 많이 줍니다. 그림 그려달라고 하면 자신 있게 쓱쓱 다 그려줘요. 주저 없이 일단 막 그리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좋은 느낌이 툭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다시 똑같이 그리라고 하면 못 그려요.


김파카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책 속 ‘Green day, Green mind’라는 파트에서 식물을 의인화한 시도가 흥미로웠어요. 어떻게 그런 글을 쓰게 되었나요?

식물은 이렇게 자라고, 우리는 뭘 해야 할지를 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식물과 친해질 거예요. 하지만 대부분은 관심이 없더라고요. 같이 지내는 게 귀찮고, 벌레가 생길 것 같고, 예전에 죽인 경험을 또 하고 싶지도 않고, 굳이 꼭 필요하지도 않으니까요. ‘식덕’인 사람들은 소수고(지금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식물에 큰 관심 없는 다수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식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식물이 말을 한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써보니 진지하게 해야 할 말도 재미있게 표현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쓰다 보니 꽤 재미있고 생동감 있어졌어요. 사실 저는 글을 잘 써서 브런치북 대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침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수요가 있으니까 발견된 것 같아요. 글은 잘 쓰고 싶은데 잘 안 되니까 아이디어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해서 편집자님에게 “이런 식으로도 써보면 어떨까요?” 제안했는데, 편집자님이 너무 좋다고 적극 힘을 보태주셔서 같이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 김파카 

본명 김유은. 식물과 잘 지낸 지 5년 차, 식물과 함께 자라는 중.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식물을 키우며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한다. 레고처럼 살고 싶다. 이것저것 만들고, 부서지면 또다시 만들어도 되니까. 한 조각 한 조각 일개미처럼 열심히 모으며 살지만 낙천적인 쾌락주의자. 에니어그램(Enneagram)으로는 7번 인간.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저
카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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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저12,600원(10% + 5%)

식물이 말을 할 줄 안다면 대체 뭐라고 할까. 물을 달라, 햇빛이 필요하다, 핸드폰 그만 보고 일찍 좀 자라, 패스트푸드는 삼가라, 울지 마라 등 다양하겠지만 그중 나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단연코 “쓸데없이 집착하지 말고 너만의 리듬대로 살아라.”일 것 같다. 공간 디자이너에서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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