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현병 이겨내고 심리학자로… 절망에서 살아남는 법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아른힐 레우뱅 저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당신은 중요하고 또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를 두려워 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2020. 06. 30)

                                              ⓒPhotography credit Fredrik Arff


살다 보면 누구나 절망과 좌절을 겪는다. 누군가에게는 취업 실패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결별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병일 수 있는 그것. 심리학자 아른힐 레우뱅에게 그것은 조현병이었다. 10대 시절 조현병을 앓았던 그녀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병과 싸워야 했고, 조현병 환자가 된 자신을 둘러싼 편견에도 맞서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심리학자가 되겠다는 계획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그녀는 자신을, 자신의 꿈을,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살아남았다. 무시무시한 병에서, 어둡고 깊은 절망에서, 포기와 좌절이라는 강요에서. 이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심리학자이자 인기 있는 저자이며 강연자인 그녀는, 자신의 책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에서 희망이 지닌 놀랍고 아름다운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니, 그 용기에 정말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심리학자인 당신이, 과거 조현병 환자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을 쓰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책에서도 말한 것인데, 제가 아플 때 들은 이야기 대부분이 ‘조현병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결코 나을 수 없고, 이 병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와 다른 이야기, 즉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각종 연구 결과와 임상 사례, 그리고 제 개인적인 경험은 ‘조현병은 만성질환’이라는 단정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병에서 벗어나고, 어떤 사람은 상태가 호전되고, 어떤 사람은 인생의 대부분을 병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즉 ‘조현병=나을 수 없다’라는 공식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고백한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바로 심리학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과거를 언급할 수 없다면, 그건 제 과거, 즉 정신장애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나쁜 일은 인생에서 무작위로 일어나고, 조현병은 그런 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은 전혀 아니죠.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책을 읽다보면 죽음을 생각할 만큼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당신 자신과 당신의 삶, 미래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강한 의지가 잘 드러납니다. 당신이 아프고 힘들 때마다 당신을 지탱해준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요? 

제게는 아주 어두운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희망을 잃었죠. 몇 번이고, 아주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는데, 제가 살아남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희망을 잃을 수 있다는 것 말이죠. 또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잃어도, 반드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희망을 잃었고, 그것을 되찾을 수 없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희망은 한 사람당 하나만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하나의 희망을 잃었다면 새로운 희망을 만들면 됩니다. 그러니까 저를 지탱해준 가장 큰 힘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또 저는 가족, 종교, 그리고 몇몇 좋은 조력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문학, 시, 동화, 어릴 때 듣고 배운 역사,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희망과 강인함을 찾아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이야기들은 ‘지금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여도, 어딘가에 분명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제가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어두운 시간을 이겨냈다고 하지만, 조현병을 극복한 것은 다른 이야기일 듯합니다. 흔히 조현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 병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많은 과학자들처럼, 저는 ‘조현병’의 존재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다른 기원을 가진 증상들의 집합체일 것입니다. 서로 다른 원인과 증상에 걸맞은 각기 다른 치료가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치료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저의 경우, 이 각기 다른 접근법들을 결합한 체계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았고,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시에, 야간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등 여러 조력자들이 저와 함께 계획을 세웠고, 우리는 그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응급조치’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린 아주 느린 과정이었습니다.  

저의 박사학위를 포함한 몇몇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있어 증상에만 집중하고 반복적인 단기간의 치료보다 1년 동안 집중적이고, 체계적이며, 다원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약물치료는 일부 환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저에게는 전혀 유용하지 않았습니다(환자 모두에게 유용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병이 심할 때 약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은 제게 유익함보다는 해를 끼쳤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약을 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약물 사용을 축소하는 치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매우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약물 치료에 있어 모든 변화는 의사와 상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환자가 독단적으로 약을 끊는 것은 아주 위험할 수 있기에 절대 금물입니다. 

몇 년에 걸쳐 여러 사람이, 당신의 치료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생활을 위해 애썼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사실 한국에서는 몇몇 조현병 환자의 심각한 범죄로 인해,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 강한 편입니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노르웨이에서도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르웨이에서는 그런 편견을 사실이라고 믿진 않습니다. 말 그대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전체 범죄를 놓고 봤을 때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노르웨이에서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이전의 연인이나 배우자, 조직범죄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조현병=범죄자들의 병’이라는 인식은 그야말로 편견에 불과한 것이죠. 

UN에 따르면 살인, 전쟁, 테러 등으로 타인에 의해 살해되는 사람보다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존중의 보살핌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한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는 보살핌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조현병을 비롯해 정신장애에 대한 오명을 줄이려 노력하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한다면, 살인과 자살 모두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바라던 심리학자이자, 또 작가이며 강연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새롭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는 15년 전에 쓴 것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임상심리학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11권의 책을 더 썼고,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제가 꿈꾸던 많은 일들을 해냈습니다. 지금은 강제치료의 대안을 다루는 책을 쓰고 있고, 정말 흥미로운 연구 프로젝트도 몇 개 계획되어 있습니다. 몇 달 전에는 노르웨이 심리학자 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가능한 한 맡은 임무를 잘 완수해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그래요. 저는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위대한 점은, 목표에 도달할 때마다 새로운 계획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죠! 저는 그게 정말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당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조현병 환자, 혹은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당신은 중요하고 또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를 두려워 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결코 약점이 아니에요.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것은 오히려 당신이 강인하다는 증거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인생은 분명 나아질 수 있고, 재미있고, 만족스러워질 수 있어요. 물론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낫고, 어떤 사람은 낫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의 건강에 상관없이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건강과 상관없이 좋은 삶을 삽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거예요.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아른힐 레우뱅 저 | 손희주 역
생각정원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아른힐 레우뱅> 저/<손희주> 역13,500원(10% + 5%)

“나는 어떻게 절망에서 살아남았는가. 또 어떻게 꿈과 행복을 되찾았는가.” 세상 모든 부서진 마음들에게 건네는 심리학자의 고백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심리학자로 꼽히는 아른힐 레우뱅은, 과거 택할 수 있는 것이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될 만큼 엄청난 고통과 절망에 시달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너무도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아른힐 레우뱅> 저/<손희주> 역10,500원(0% + 5%)

“나는 어떻게 절망에서 살아남았는가. 또 어떻게 꿈과 행복을 되찾았는가.” 세상 모든 부서진 마음들에게 건네는 심리학자의 고백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심리학자로 꼽히는 아른힐 레우뱅은, 과거 택할 수 있는 것이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될 만큼 엄청난 고통과 절망에 시달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너무도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깃든 삶의 진실

명확한 것들이 때로는 우리를 배신한다. 『작은 동네』는 ‘누구도 말하거나 기억하지 않은 나와 엄마의 서사를 복구하는’ 소설이다. 화자가 믿어온 사실들은 이제 전혀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한다. 촘촘하게 설계한 이야기를 능숙하게 한 겹씩 펼쳐내는 솜씨가 탁월한 손보미표 추리극이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어느 날 한 아이가 말했다. '너 같은거 꼴도 보기 싫어!'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가 버린 그 아이를 보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어느덧 미움이 쑥쑥 나라나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상해. 하나도 시원하지가 않아.' 미움이란 감정을 따라 떠나는 '내 마음' 탐구.

우리는 모두 ‘멋지다’가 들어있어요!

같은 반 아이들 20명이 각자의 개성으로 ‘멋지다’를 소개하는 특별한 책. 잘 넘어지는 아이는 보호대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멋지고, 잠 못 드는 아이는 상상을 할 수 있어 멋지고, 수줍음을 타다가 슬쩍 건넨 인사로 친구가 된 아이까지! 우리는 모두 멋진 구석을 한가지씩 가졌습니다.

임진아 작가의 두 번째 일상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작가가 우리 곁의 평범하고 익숙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물에게 배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내 삶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거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글과 직접 그린 그림들. 책을 펼치는 순간 오늘이 조금 더 좋아지는 마법을 발견하게 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