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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제야 숙제를 하게 된 느낌이에요 (G.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이다혜 기자)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35회)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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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힘이 났죠. 메아리가 있는 줄 몰랐는데 우리가 오디오클립을 하다 보니까 이게 메아리가 돼서 나한테도 반향이 오니까. (202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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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 지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이제야 계단을 헛딛지 않게 되었다. 웹 서핑도 할 수 있고 타이핑도 가능하다. 신체의 회복력이 놀랍다. 오디오클립을 들어 주신 청취자 중 아직도 암흑과 같은 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정말 믿어도 된다 싶은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간은 결국 흘러가고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기어이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n번방이라는 처참한 사건이 있다. 사이버 공간 속에 감금되어 불특정 가해자들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했던 그대들도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란 신념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적처럼 시력을 회복한 내 오른눈처럼 당신의 고통도 꼭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주면 좋겠다.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낸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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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이다혜 기자 편>


오늘 모신 분은 범죄 영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두 명의 여성입니다. 여성과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분석하고, 그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해결법을 이야기하고 계세요.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의 주인공, 설명이 필요 없죠,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님과 영화저널리스트 이다혜 기자님입니다.

 

김하나 : 저는 오디오클립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듣고 ‘어쩜 판을 이렇게 깔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맨 처음에 ‘이수정 교수님이랑 이다혜 기자님을 모시고 범죄 영화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착상한 사람이 누군가요?


이다혜 : 처음 이야기가 나온 건 네이버 쪽에서 ‘이수정 교수님하고 범죄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는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정도였던 것 같고요. 그때 섭외를 시작하신 분이 최세희 작가님인 거예요. 최세희 작가님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이수정) 선생님은 범죄 가지고 너무 엔터테인먼트 같이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셨고, 네이버에서는 엔터테인먼트로 했으면 좋겠다(웃음)...


이수정 : 그래서 금방 시작을 못했죠.


이다혜 : 그렇죠. 일단은 그걸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최세희 작가님이 조영주 작가님하고 같이 기획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상황에서 조영주 작가님이 그러면 이다혜 기자가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러면 그 둘을 같이 묶어보자...


이수정 : 아...


김하나 : (교수님은) 이제 아시게 된 건가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시는데요?


이수정 : 네, 지금 처음 알았어요.


이다혜 : 오늘 보시면 아시게 되겠지만, 저희들끼리 그렇게 사적인 대화가 많지 않고요(웃음). 사실 녹음 나가는 것 말고는 그 외의 대화가 거의 없어요(웃음).


김하나 : 마이크 앞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이런 느낌인 거군요(웃음).


이다혜 : 네,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어쨌든 그 과정에서 최세희 작가님이 조영주 작가님이 섭외를 하고, 저도 이야기가 나오고, 처음에는 각각 연락을 했던 거죠.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고 했는데, 이수정 교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방향성에 대해서 ‘엔터테인먼트는 안 된다’고.


김하나 : 그렇게 말씀하셨죠.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매체는 관심 없습니다. 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룬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이다혜 : 맞아요.


김하나 : 그 말씀에 최세희 작가님이 ‘가히 계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방향을 그쪽으로 조율해가기 시작한 거군요.


이다혜 : 그렇죠. 그러면서 마침 네 명이 다 여자들이었던 거죠. 이수정 교수님께서 엔터테인먼트로 하는 건 관심 없다고 하셨을 때 다들 너무 좋았던 거예요. 저도 사실은 그게 너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저는 원래 범죄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김하나 : 『아무튼, 스릴러』 도 쓰셨잖아요. 걸작이죠.


이다혜 : 감사합니다(웃음). 그 외에도 범죄 관련해서 프로그램이나 다큐를 많이 보는 편인데, 문제는 그런 걸 할 때마다 너무 자극적인 거예요. 일단은 여자가 옷을 다 벗고 시체로 등장했는데 그러면 바로 이어서 나오는 게 강간인 게 아닌지, 그러면 이 여자의 사생활이 어땠는지, 이런 걸 파헤쳐가는 패턴이 있잖아요. 그런 걸 계속 하는 건 너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저는 꼭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죠.

 

김하나 : 오디오클립 한 편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너무 밀도가 높은 거예요. 하나하나 들으면서 제가 깨달아가는 게 참 많았어요. 이수정 교수님은 책의 후기에서 녹음하면서 영혼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고 쓰셨어요.


이수정 : 그때 그 글을 후기에 쓴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요. 범죄 사건과 연관된 접촉 빈도가 굉장히 높았잖아요. 제가 일한 20년 동안 내내 간접적이기는 하나 여러 가지 사건에 본의 아니게 노출이 되니까. 제가 이야기를 하는 내용에는 사실은 모두 얼굴 없는 주인공이 있었던 거죠.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집약해서 집중적으로, 물론 영화를 매개로 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언제 어떤 기회에서도. 어떻게 보면 코멘터리를 하면서 푸는 게 있어야 되는데 그런 기회가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 이 세 사람과 함께 넷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 입장에서는 그 사이에 쌓여있던 것,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데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고요. 그런 앙금 내지는 이야기 못했던 내용 중에 제일 숙제 같은 게 하나 있었어요. 사망한 피해자가 있거나 아니면 성폭행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있는데, 그들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나한테는 기회가 없잖아요. 내가 수사관도 아니고 치료자도 아니고. 그러니까 무엇인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걸 하나도 전달한 적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청취자들을 상대로 해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것, 그 중에 누군가는 옛날에 어떤 사건의 주인공일 수도 있고 또는 흡사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그 분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나름의 치유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하나 : 강연 같은 데에서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떤 계기가 있었고 이런 이야기를 편린적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정확히 어떤 것을 깨닫고 어떤 마음이 들었고 뭘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쭉 말씀하실 수 있으니까 그게 참 좋으셨던 거군요.


이수정 : 네,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아주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내가 생각했던 걸 매 챕터마다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들어주는 세 분이 그 분야에서 제일 프로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 자신을 위해서도.


김하나 : 그렇게 말씀을 하시고, 또 경청을 하고, 그런 걸 듣는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됨으로 인해서 같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렇게 분개해주는 사람이 있고, 또는 깨닫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외연이 굉장히 확대됐던 것 같아요.


이다혜 : 그게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의 연장선에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범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뭘 듣고 싶어 하나, 선생님한테 가서 코멘트를 딸 때 무슨 말을 들으려고 가나, 거기에서 뭐가 편집돼서 방송에 나가나,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 중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이야기하기 좋은 것은 방송에 나가지만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고 해도 방송에 나가지 않는 거였던 거죠. 그런데 이 오디오클립 같은 경우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이야기가 사실 중심이기 때문에, 이야기하시는 동안은 저희가 계속 녹음을 하고 있고 가능하면 그걸 손대지 않고 내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시간이 가면서 일단 들으시는 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부분이라고 하면... 비밀 댓글로 사연 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김하나 : 아, 맞아요. 책에도 수록돼 있는 부분 보고 이수정 교수님이 ‘눈물이 조금 나네요’라고...

 

이다혜 : 그때 실제로 저희는 다 울었어요. 선생님도 우셨어요.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김하나 : 정말 마음 아프더라고요, 그 댓글이. 성폭력 피해자가 썼던 글이었죠.


이다혜 : 네. 그때 읽으면서 저도 울고 옆에 계신 작가님들도 울고 선생님도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을 흘리셨는데... 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한테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그때부터는...


이수정 : 더 힘이 났죠. 메아리가 된 거죠. 메아리가 있는 줄 몰랐는데 우리가 오디오클립을 하다 보니까 이게 메아리가 돼서 나한테도 반향이 오니까.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 분들에게 해코지가 되지 않고  무엇인가 용기가 되고 삶의 재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해줄 수 있구나 이런 종류의, 전에 못했던 숙제를 약간 해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제야 숙제를 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

 

김하나 : 영화를 가져오고 의제를 꺼내는 것도 너무 탁월한 게, <번지 점프를 하다>를 놓고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이렇게 조합을 해서 이야기를 꺼낼 생각을 하는지... 영화는 누가 선정하나요?


이다혜 : 보통 영화는 저하고 작가님들하고 선정해요.


김하나 : 이수정 교수님한테는 이거 보고 오시라고 하시고?


이수정 : 왜냐하면 나는 영화를 잘 모르니까(웃음).

 

이다혜 : 보통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 대본을 정리해서 보내드리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요. 영화를 정하는 걸 어떻게 할까, 처음에는 <가스등> 같은 경우는 굉장히 쉽게 정했단 말이죠. 왜냐하면 이건 너무 중요한 이야기였고 원전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 이후의 영화들 같은 경우는 둘 중에 하나죠. 지금 이 영화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너무 호평이 많은데 비판적으로 이야기해볼 만한 게 있을 것 같다, <조커>가 그랬고요. 그 다음으로는 이런 이슈를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거기에 맞는 영화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서 골라낸 영화들도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같은 범죄 사건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영화들이 있거든요. 어떻게 이걸 배분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까 정말로 어떤 때는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은 거예요. 그러면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해서 들어갔던 게 <엑시트>였고요. 그렇다고 해도 정말 극소수잖아요. 나중에는 저희도 호흡이 맞기 시작하고 들으시는 분들도 이게 어떤 건지 알게 되니까, 기획하는 쪽의 생각과 들으시는 분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아갈 수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 하면서 굉장히 좋은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저 | 민음사
방송에서 다 다루지 못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굵직한 범죄 사건 정보가 새로이 수록되었고 이수정 박사, 이다혜 기자, 그리고 방송 제작진들이 직접 밝힌 진행과 제작에 관한 방송 비화가 더해져 우리 사회의 약자 문제를 더욱 깊게 논의해 볼 수 있는 한 권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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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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