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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묵돌 “지금 90년대생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이묵돌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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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의 입장에서 세대갈등을 다룬 수필집이에요. 섬처럼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표현하려고, 흔히 쓰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단어 대신 ‘갈라파고스 세대’라는 명칭을 썼죠.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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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담론의 핫이슈, ‘90년생’이 대단한 키워드인 양 자리 잡은 오늘의 상황은 ‘우리는, 그들은 이런 세대지’ 하는 객관화를 시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더 깊이 들여다보거나 더 멀리 나아가진 못했다. 94년생 이묵돌의 시선은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또 그의 이야기는 개인적이면서 대표적이다. ‘우리’는 텍스트가 아날로그에 그치던 시대에 태어나서, 디지털과 그 너머로까지 변화하는 과도기를 겪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에도 크게 감명받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90년생은 통신기술 발달의 수혜자’라는 판단보다 ‘수혜자면서 피해자다’가 더욱 정확한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갈라파고스는 중남미 에콰도르 영해에 위치한 군도다. 언뜻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열아홉 개의 섬들은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 관한 기초조사를 한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유인즉 각각의 섬들이 대륙과 격리된 환경적 특성을 가졌고, 그 덕분에 독자적인 진화를 이룬 고유종이 많았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 세대’는 ‘다르다는 것 자체가 세대를 정의하는 특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나왔다. 다양한 단면을 가진 90년생이 일군 ‘자기만의 섬’은 누군가 기대하고 예상한 어른의 전형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또 제법 견고하다. 제3자의 예상과 판단에서 더 나아가 깊이, 멀리 바라볼 차례다. 각자의 이유로 우리 또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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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셀프 소개 부탁드립니다!


90년대생의 입장에서 세대갈등을 다룬 수필집이에요. 섬처럼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표현하려고, 흔히 쓰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단어 대신 ‘갈라파고스 세대’라는 명칭을 썼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수필집’이라는 점이에요. 세대 간의 문제를 다룰 때는 유독 통계적이고 분석적인 면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보다는 정말 ‘지금의 젊은 세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쓴 책입니다.
 
김리뷰가 이묵돌이 되었어요. 직접 글을 쓰는 이유, 이야기를 짓는 이유가 궁금해요.


요건 사적으로도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인터뷰이로서 그럴듯하게 대답하고 싶은데… 정말 글 쓰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쓰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로부터만 얻을 수 있는 위안과 보람이 있는데, 그런 걸 다른 일에선 찾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또 막상 해보니까 적성에 꽤 맞는 일 같기도 하고…

 

책의 구성이 독특해요. 이력서, 카톡 대화, 인스타그램 등을 함께 구성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기획 당시부터 아주 트렌디하고, 젊은 세대들의 감각이 뚝뚝 묻어날 만큼 개성 있는 책을 내고 싶었어요. 독특함 자체가 하나의 미션이었던 셈인데, 마침 편집자님과도 그런 관점이 맞아떨어져서 세네 번 정도 만나 기획 회의를 했죠. 고백하자면 중간에 한 번 기획이 어그러지기도 했는데요. 마감도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카페에 마주 앉아서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만큼 가독성 좋은 형태가 뭐가 있을까’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요즘 사람들이 글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누군가의 이력서나 카톡, 인스타그램 같은 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잘 보거든요. 어쩌면 그런 형태로 말미암아 우리 세대가 겪는 내외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단지 걱정됐던 건 화면으로 표시되던 정보들을 책에 옮겼을 때 보기 싫지는 않을지, 혹여나 조잡스런 느낌은 들지 않을지 하는 부분이었는데, 염려가 무색하게도 너무 깔끔하고 세련된 책이 나왔답니다. 편집자님을 비롯한 출판사 관계자분들의 집념이 만든 결과 같아요.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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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관찰자가 아닌 94년생 이묵돌의 시선’이 인상적이에요. 90년대생 당사자로서 ‘90년생 트렌드’의 미래를 예상해본다면요? 과거나 현재에 대한 견해도 궁금해요!


이건 제 생각인데(어차피 인터뷰는 제 생각을 말하는 거지만. 웃음), 80년생의 사례로 비춰보는 건 그다지 도움은 안 될 것 같아요. 그 후 십 년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유년기의 성장 과정에서 처음 마주한 사회의 모습까지 무척 다른 환경에 처해 있었고요. 그래서 90년생의 트렌드라고 하면 바로 윗세대가 겪어왔고 또 겪고 있는 중간관리자로서의 고충이나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는 문제보단, 오히려 아주 감정적인 영역에 있지 않을까 해요. 젊은 세대 전반에 걸쳐 짙게 깔려있는 패배감, 고독감, 불안감, 열등감과 무기력감 같은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나갈 것이냐 하는 게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제가 그렇거든요. (웃음)


90년대생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대 간 담론에 끼워주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기껏해야 교육제도나 최저시급 문제에서나 잠깐 언급됐고요. 하긴 공부하고 학교 다니고 취업 준비하는데 ‘우리 세대도 목소리를 내야 해’ 같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죠.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의견을 한데 모을 수 있을 만큼 협조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어떤 세대다 하는 의식도 희미했어요.


본격적으로 우리 세대에 대해 관심이 쏠리게 된 건, 90년생들 다수가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삶에 접어들고서부터였다고 봐요. 기성세대의 관점에선 그전까지는 집이나 학교, 독서실처럼 분리된 공간에 있던 세대가 업무상 하급자의 모습으로 불쑥 나타났으니까요. 어떤 집단이나 사회에 새내기가 나타나면, 기존의 질서와 법칙에 따라 교육받고 통제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잖아요. 여태껏 시대가 바뀌긴 했어도 어느 정도 먹혀 왔던 것들이, 우리 세대에 와선 효과를 볼 수 없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요. 아스피린의 시대에 신종플루가 들이닥친 것 같은 충격이 아니었을까요. 우리 세대가 바이러스라고 하면 참 속상한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에 와선 이런저런 방법으로 알아보려는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보여요.

 

책의 중요한 소재이자 제목인 ‘갈라파고스 세대’ 어떤 의미일까요? 세대/연령으로 말고, 작가님이 떠올린 예상독자층이 궁금해요.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섬처럼 서로 분리돼 있는 우리 세대’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갈라파고스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심도 있게 연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곳인데, 기존 생태계와 격리된 탓에 고유한 종이 많기로 유명하다고 해요. 그런 점에 착안해서, 이렇다 할 공통분모는 많지 않아도 제각기 ‘고유한 개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를 무엇보다도 잘 나타낼 수 있는 용어 같았습니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지만, 예상독자층이라는 건 작가와 출판사가 다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창작하는 입장과 그렇게 나온 창작물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게 명백히 다르니까요. 아무튼 저는 ‘섬처럼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썼어요. 왜냐하면, 서로 동떨어져 쓸쓸해진 건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 전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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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 말고, 요즘 관심 있는 게 있으시다면요?


솔직히 말하면 다음 책 마감 시한인데요. (웃음) 여기선 새로 만든 북클럽을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 개인 자격으로 자그마한 독서모임을 만들었거든요. ‘금요 묵클럽’이라고, 매주 금요일마다 독자들이랑 북카페에 둘러앉아서 한 주 간 읽었던 책에 대해 대화하는 거예요.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독자들과 오프라인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자리를 만들어서 소통하고, 이번에 나온 책 좀 사달라고 압박도 넣고, 다 읽었으면 리뷰도 쓰라고 닦달하려고 합니다. 직접 만나서 바짓가랑이 잡고 부탁하면 책 한 권 안 사주겠어요?


한 달 간격으로 기수를 나눠서 1기, 2기, 3기… 이렇게 진행할 생각인데 인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기는 해요. 정원이 50명인데 하루 만에 다 차버렸거든요. 심지어 돈 받고 하는 거였는데. 모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좀 보고 조절을 해볼 생각이에요. 다 떠나서 독자도 저도 재밌게 즐길 수 있게끔 기획을 잘해야겠죠.

 

작가님이 유튜브 개설하면 구독하겠다는 지인들이 많은데요, 콘텐츠 천재시잖아요. 혹시 계획 없으신가요?


콘텐츠 천재라는 말 오랜만에 듣네요. (웃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없어요. 전 글 쓰는 게 좋고, 되도록 글만 쓸 때 제일 능률적인 듯해서요. 영상에는 제가 재능이 없더라고요. 이제는 마감이다 독서 모임이다 해서 영상에 쏟을 시간이 마땅치 않기도 하고요. 구독하겠다는 말은 정말 감사한 말이지만 글에 집중해 한 방면에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게도 지금의 독자분들께도 좋은 방향이라 생각해요.

 

 

 

* 이묵돌


1994년 경남 창원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대구로 이사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세대로서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하며 상경했지만 생활고를 겪다 자퇴했다. 중학생 때부터 글을 썼다. 서울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취미삼아 인터넷에 쓰던 글이 관심을 끌었다. 팔로워를 수십만 명쯤 모았다. 페이스북에서는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알려져 있다. 책 몇 권을 내고 강연을 몇십 번했다.

 

만 스무 살에 콘텐츠 기획자로 스카웃되면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퇴사 이후에는 IT회사를 창업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출시했지만 2년 뒤 경영난으로 폐쇄했다. 이후 여러 온라인 매체에 칼럼 및 수필을 기고하면서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했다.

 

본관이 영천인 이씨는 어머니의 성이고, 묵돌은 오랑캐 족장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실제로도 무근본 오랑캐 같은 글을 쓴다. 굳이 의미를 갖다 붙이자면 몽골말로 '용기 있는 자' 정도가 된다. 2019년 7월에 수필집 『역마』를, 9월에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를 출간했다.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이묵돌 저 | 생각정거장
다양한 단면을 가진 90년생이 일군 ‘자기만의 섬’은 누군가 기대하고 예상한 어른의 전형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또 제법 견고하다. 제삼자의 예상과 판단에서 더 나아가 깊이, 멀리 바라볼 차례다. 각자의 이유로 우리 또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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