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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분노가 치밀 때 읽으면 좋을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34회) 『인간 없는 세상』, 『전세도 1년밖에 안 남았고』,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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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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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오늘 특별한 분이 출연하셨어요. 어떤 분이죠?


캘리: 물론 프랑소와 엄님도 스튜디오에 계시지만 프랑소와 엄님 자리에 다른 분이 앉아 계세요. 좋은 것은 함께 나누자는 생각에서 자리를 양보하신 건데요. 김예스 님에 이은 두 번째 게스트 출연입니다. 이프로 님, 안녕하세요?


이프로: 안녕하세요. 프랑소와 엄, 단호박, 김예스 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이프로입니다. 주 담당 업무는 독립북클러버예요. 독립북클러버도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이프로 님이 고른 ‘분노가 치밀 때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저 / 이한중 역 | 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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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느끼는 건 대부분 인간 때문이에요.(웃음) 그래서 고른 책이고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인간이 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요즘 코로나-19 이후 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죠. 호주 도심을 뛰어 다니는 캥거루, 베네치아 운하를 헤엄치는 해파리 뉴스들이 있었는데요. 인간이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그 공간을 여러 동물과 식물이 채운다는 거잖아요. 그와 함께 이 책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돼요.


인간이 사라지면 우선 바로 다음날부터 자연의 복수는 물에서 시작합니다. 댐이 범람할 거고요. 상하수도 관리도 안 될 거예요. 관리하는 인간이 없어지면 인간 사회는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건물의 못은 습기로 인해 금방 녹슬고, 헐거워져서 지탱하고 있는 벽이 금방 무너질 수 있어요. 건물 곳곳에 곰팡이도 많이 생길 테고요. 가스관 역시 식물들이 휘감아서 채 한 세기가 지나기 전에 녹슬어버릴 거라고 책은 예측합니다. 만약 수영장이 있다면 그곳은 거대한 화분으로 변신할지도 몰라요. 잔뜩 쌓인 낙엽 위로 생장력 좋은 씨앗이 싹을 틔울 거니까요. 오래된 원시의 숲을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데요. 인간이 사라진 후 100년이면 그런 숲이 회복될 거라고 합니다. 저자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서 인터뷰 한 내용도 책에 담았는데요. 고생물학자, 상하수도 관리자, 아프리카 생물 연구자 등 많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사라지면 지구에게는 좋을 거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붕이 주저앉은 곳에서는 야생 제라늄과 필로덴드론이 솟아나 바깥벽을 타고 내려간다. 안팎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건물 구석에서는 불꽃나무, 멀구슬나무, 히비스커스 덤불 등이 자라난다.(중략) 레몬그래스 뒤덮인 땅이 늘어나면서 공기가 향긋해진다. 밤에는 달빛 아래 해수욕 즐기는 사람이 없는 어둑한 해변에 붉고 푸른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으러 잔뜩 몰려든다.

 

책은 단지 인간이 없어졌을 때의 세상을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그간 지구에서 살아온 인간의 궤적을 모두 담고 있어서 환경, 생태 등 여러 방향에서 생각하게 하거든요.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GMO 농작물이 다른 식물을 밀어낸 건 얼마 안 된 일이잖아요. 지금 우리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선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많이 소비하고, 많이 소유하고, 생산해야 하는지 되묻게 되는 책이었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전세도 1년밖에 안 남았고』 
 김국시 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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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오은 시인, 엄지혜 작가 추천’이라고 되어 있어요.(웃음) 재미있는 게 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로가 같은 책에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먼저 프랑소와 엄님의 추천사를 읽어드린 후에 책 소개를 해보고 싶어요.

 

만약 내가 방송작가가 되어 현장에서 김국시 작가를 만났더라면 “우리 빨리 이 바닥을 뜹시다”라고 말했겠지만, 어쩐지 이 사랑스러운 작가와 좋은 동료가 되었을 것 같다. 무뎌질 걸, 잊힐 걸, 괜찮아질 걸 알면서도 숱하게 ‘일’과 ‘사람’을 고민한 김작가. 그의 에세이를 읽고 나니 차가운 휘핑크림이 살짝 얹힌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아인슈페너를 마신 기분이다.

 

정말 이런 책이에요. 쌉쌀한데 휘핑크림이 있어서 부드럽죠. 달콤 쌉쌀한 초콜릿 같은 책인데요. 일상이 늘 밝고 재미있을 순 없잖아요. 게다가 일터라는 곳은 더 그럴 테죠. 김국시 작가님이 정말 대단해요. 다큐멘터리 막내 작가로 시작했다가 교양도 하시고, 드라마도 하시고, 뉴스도 하셨더라고요. 보조작가로 일하면서 그때마다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가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특히 분노를 느낄 때 김국시 작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질문을 던지고 그런 소소한 일들을 하면서 극복해나가요.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책에 ‘막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막내. 이 말의 어원은 막무가내, 막막하네, 막 부리네 등으로 예로부터 구성원 중 가장 어린 이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는 행태에서 유래되었다. 내 생각이다.”라는 부분인데요.(웃음) 막내 생활을 오래 하면서 느낀 부당함이 이렇게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창끗 같은 글로 표현되어 있어요. 저는 글을 읽으면서 이분이 예능 작가를 하신 줄 알았어요. 앙증맞고 옹기종기한 표현들이 많았고, 글을 보면서 참고 넘어갔기 때문에 이런 필체로 기록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어요. 이 책은 분노게이지가 가득 차서 폭발하기 직전인 분들이 아니라 작은 분노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중간에 물을 한 번 끼얹으면 모래알 몇 개라도 바닥에 떨어뜨릴 수 있잖아요. 그처럼 조금씩 덜어주는 느낌의 책이라서요. 작은 분노를 쳐나가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분들께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프로가 추천하는 책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정철훈 원저 / 김금숙 글그림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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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펜 터치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림의 그래픽 노블이에요. 정철훈 작가님의 소설 『김알렉산드라』를 바탕으로 김금숙 작가님께서 재구성해 만든 책이고요. 성남시에서 진행한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김금숙 작가님의 그림을 이 만화로 처음 보게 됐는데 정말 반했어요. 거칠게 표현한 부분이 많은데 김알렉산드라라는 인물의 생애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김알렉산드라는 1885년에 태어났고, 부모님과 러시아로 이민을 가서 러시아에서 성장한 분이에요. 러시아어, 조선어, 중국어 등 언어에 능통했던 인물이고요. 당시 시대상황 탓에 노동자 수탈이 아주 심했는데 김알렉산드라는 러시아에 있던 조선인 노동자나 중국인 노동자 등 아시아권 노동자들을 위해서 활동했던 분입니다. 2009년에 독립운동가로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되기도 했어요. 책은 이분이 노동자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떤 역경을 겪으면서 삶을 마감했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우랄이라는 지역으로 노동 운동을 하러 떠나는 장면이에요. 원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자녀도 있었는데 우랄이 생지옥이라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곳에 가기로 결심을 해요. 그곳에서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던 노동자들을 대신해 관리자에게 말을 전하는 등의 역할을 하죠. 그리고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알고 깨어나도록 합니다.


저는 분노가 무력감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거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무력감이 들 때 사람은 분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감정적으로 분노를 위로하는 책은 아니지만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한 분의 이야기라서 괜히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보리스, 우리 아가. 너무 빨리 자라지 마. 우리 보리스, 우리 드미트리, 어른은 천천히 돼도 괜찮아.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때를 기다려 성장해야 해. 너희가 살 세상은 지금 엄마가 사는 세상보다 좋은 세상이길. 우랄로 떠나는 것만이 너희의 미래를 구하는 길이다. 엄마이기 때문에 이 길을 포기할 수가 없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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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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