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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결점을 사랑해주는 사람

기억하는 말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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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보는 눈이 까다롭기 그지 없는 나. 하지만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사람,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숨통이 트인다. (202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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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잡지를 보다 툭 튀어나온 문장을 일기장에 적었다. “여자는 자신의 장점 때문에 사랑을 받게 되는 경우에 때로는 동의도 하지만 언제나 바라는 것은 자신의 결점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여성 심리를 해부한 대중 소설을 주로 쓴 아베 프레보의 말. 글귀를 옮겨 적으며 나는 삐죽거렸다. ‘아니, 여자들만 그래? 남자들은 안 그래? 뭐야 이건!’

 

그런데 자꾸 이 말이 잊히지 않았다. 근 18년 동안. 매년 떠올랐다면 과장일 테고 드문드문 2년에 한 번씩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이 생각났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때 ‘진면목을 알고 좋아하시는 거예요? 저 단점 짱 많아요’라고 속삭인다. 내 단점을 슬슬 노출한다. ‘어, 제가 이렇게 까다로워도 좋아해주세요? 그렇다면 우리는 찐 우정을 나눠요’, 이윽고 관계가 발전한다.

 

근 6개월 동안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렸다. 과업 달성 후 찾아오는 무기력증과 자기혐오, 회의감. 나는 타인을 이토록 배려하고 걱정하는데, 왜 나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가! 화가 났다. 문제라면 해결책 또한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 서둘러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저, 좀 만나주세요.” 여의도 IFC몰에서, 을지로입구 스타벅스에서, 강남역 파스타집에서 그들을 만났다. 자주 만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나를 좋은 사람, 소중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것.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롭기 그지 없는 나. 하지만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다.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사람,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숨통이 트인다.

 

“왜 저를 안 좋아하세요?”라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가 당신을 만나면 자꾸 못돼집니다. 그건 당신 탓만은 아니에요. 제 인격 수양이 부족해서이기도 해요. 하지만 저부터 좀 살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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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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