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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윤예지 “『마당을 나온 암탉』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이야기”

『마당을 나온 암탉』 20주년 특별판 출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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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든 주인공이 다 애틋하고, 고달프게 살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잎싹이 초록머리를 대하는 자세가 우리 엄마처럼 느껴지고 열심히 살아서 기특하다 말해주고 싶어요.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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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미 작가

 


국내 동화로는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출간 20주년을 맞았다. 마당에서의 안온한 삶을 거부하고 꿈을 찾아 떠난 잎싹의 이야기는 백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0년 출간 당시, 이 동화는 ‘모성’에 초점을 맞추어 읽혔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시대를 달리하며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암탉 ‘잎싹’, 다름을 존중하는 청둥오리 ‘나그네.’ 2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주인공들에게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번 20주년을 기념하여, 성인 독자가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세계를 만날 색다른 기회가 열렸다. 윤예지 화가의 그림이 더해진 ‘20주년 특별판 양장본’이 출간된 것이다. 동화부터 산문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아온 황선미 작가와 독창적인 일러스트를 선보여온 윤예지 화가를 서면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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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모든 주인공이 다 애틋해요”

 

『마당을 나온 암탉』 이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벌써 20년이라니! 20년은 참 긴 시간인데, 잎싹이 스무 살이나 먹은 시간인데 언제 그 세월이 다 갔나 싶군요. 감사하고 신기하고 놀라워요.

 

저도 독자로서 20년 만에 다시 작품을 읽었습니다. 어릴 때는 ‘족제비’가 마냥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로서의 모습이 다시 와 닿더라고요. 작가님도 작품을 되돌아보셨을 때, 다시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여전히 모든 주인공이 다 애틋하고, 고달프게 살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잎싹이 초록머리를 대하는 자세가 우리 엄마처럼 느껴지고 열심히 살아서 기특하다 말해주고 싶어요. 가슴 찌르르했던 부분을 다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한 걸 보면 참 순수하게 창작했던 시간이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은 세계 29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해외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영문판은 동화가 아닌 일반 소설로 분류되기도 했다고요. 해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한국 동화를 처음 보았다는 독자가 많아 우리 아동문학이 가야 할 길이 참 멀구나 싶었고, 그럼에도 꿈과 여성의 문제, 좌절과 자신의 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소통할 수 있으니 사람은 다 같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고요. 한국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작가들이 기회를 맞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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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미 작가



‘죽음’과 ‘고독’ 등 어두운 감정들이 깔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같은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죽음과 고독 등 어두운 감정을 떠올리는 경우는 대개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은 모험과 꿈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을 가장 먼저 생각하더군요. 저는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든 그건 오로지 아이들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독자들이 있으니 작가의 참견은 불필요하지요.

 

이 작품은 연극, 국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작되었습니다. 작품이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는 것을 보는 기분은 어떠셨나요?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때로는 제 생각과 다르게 변주되는 일도 있습니다만 그 역시도 다른 콘텐츠의 접근법이려니 받아들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판소리로 제작 중이고,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만들고자 하는 지휘자도 계신데 저는 다만 열렬히 응원할 따름입니다.

 

작품이 시대를 타고 계속 읽히는 이유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잎싹은 정해진 양계장에서의 삶을 떠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청둥오리와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 합니다. 다문화 가정과 대안 가정이 늘어나는 이 시점에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껏 읽히는 작품인 것만으로도 더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저는 누군가 자신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만 해도 책의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 종이 다른 모자 관계를, 먹고 먹히는 관계를, 배고픔 때문에 사냥하고, 번듯한 주인공이 못 되어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인물들을 설정했으나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주인공과 조연이 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였으니 누가 어떤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든 다 의미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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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동문학은 꾸준히 성장하여 다채로운 주제와 감성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마당을 나온 암탉』  첫 출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할 때, 어떤 변화를 느끼시는지요?


20년 전 출간 당시에 아동문학의 독자는 어린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후 독자의 층이 확장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보다 장편동화 분량이 절반쯤 줄어드는 변화를 겪었고, 독서 시장이 매우 축소되는 현실로 접어들기도 했지요. 주목하는 이슈나 표현 방식이라는 내적 부분은 다양해지고 시장이라는 외적 문제는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습니다.  
 
성인본 특별판 『마당을 나온 암탉』 이 곧 출간됩니다. 윤예지 작가님의 원화를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놀랐어요. 초판 단행본에 실린 김환영 작가님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도 색감과 이미지가 놀라웠는데 윤예지 작가님의 그림도 색과 이미지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화가들은 놀라운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라 항상 부러워요.

 

어린이문학은 아이들만이 읽는 문학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문학이라고 강조해오셨습니다. 어린이문학을 쓸 때, 주의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또, ‘좋은 어린이문학’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쉽지 않으나, 온 가족이 돌려 읽을 수 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우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책을 말하는 거예요. 저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어렵지 않도록 쓰고 싶어요. 그럼에도 공통의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고 독자가 참여하고 싶게 마무리를 신경 쓰려고 합니다. 늘 성공하는 게 아니니 바람이지요.

 

최근에 산문집 『익숙한 길의 왼쪽』 을 출간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하실 예정이신지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운문보다 산문에 좀 더 가까운 사람이더라고요. 어떤 문제를 다루는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질 텐데 동화가 아닐 때는 소설이나 에세이겠지요. 동화로 다 담을 수 없는 어른의 감정과 정서가 에세이가 되는 일이 앞으로도 아마 많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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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예지 화가


윤예지 “마음으로 갖고 싶은 책이 되길”


20주년을 맞은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작가님의 그림을 만나 성인을 위한 특별판으로 탄생했습니다.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작품을 처음 읽었던 때는 언제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잘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은 저도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이 책을 처음 읽게 되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책 내용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고 절절해서, 심지어 어떤 대목에서는 엉엉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며 소중하게 읽었어요. 대략 캐릭터들만 봤을 때도 그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스토리의 깊이감을 알고 나니 더 쉽지 않겠더라고요. 제가 작업 여부를 고민할 때 편집자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것도 기억나요. 김환영 작가님의 그림이 이미 이렇게 잘 딱 맞게 들어가 있는데, 이것보다 더 잘 어떻게 그릴 수 있겠냐고요.


과연 여기서 내가 뭐 어떻게 더 새롭게 그릴 수 있을까, 닭과 오리와 족제비와 농가와 야산과 저수지 같은걸 - 평소에 즐겨 그리지 않는 동물과 배경들이라 - 어떻게 더 신선하게 그릴 수 있으려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작업을 할 때 “스타일에 앞서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이번 원화 작업은 어떤 아이디어로 출발하셨나요?


기존 이미지가 이미 존재하고 있을 때 구상이 더 어려워져요. 이미 그 그림으로 상상하며 글을 읽었으니까요. 거기서 벗어나기가 힘들죠. 그래서 저는 제가 느낀 감정들에 충실해 보자, 스토리 설명보다는 감정의 흐름과 크기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하고 생각했어요. 잎싹의 슬픔과 고독, 잎싹의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 나그네와 초록머리 그리고 족제비의 마음들,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자고. 배경은 그 뒤일 뿐이고 감정부터 시작해 그려 보자고. 그렇게 마음이 터지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잡아서 스케치를 해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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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과감한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나, 자연물을 활용한 다양한 패턴도 돋보이고요. 표현 기법 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스케치 구성 전부터 새롭고 신선하게, 무엇보다 소장하고 싶게 그리자. 그렇다면 형광색을 포함한 화려한 별색들을 써 보자라고 결심했어요. 닭장 속의 잎싹이라고 칙칙한 색만 쓸 필요는 없잖아?라고 생각했죠. 출판사에 별색으로 인쇄를 하자고 요청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졌어요. 전 그림이 명확하게 보이는 걸 좋아해요. 색의 대비가 있어야 형체가 드러나니깐요.


구도에서도 감정이 명확해질 수 있도록, 잎싹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초록머리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한 풍경들을 그렸죠. 때로는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지켜보는 구도로요. 달이 차오르고 이지러지는 것처럼, 계절이 흘러가고 다시 오는 것처럼 책 전반에 시간의 흐름도 녹여 내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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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잡아나가고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요?


제가 직접 살아오지 않은 풍경을 상상해서 묘사해 보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요. 전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농가의 모습, 동물들이 있는 헛간, 찔레덤불, 저수지, 야산 이런 것들을 사실감 있게,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에는 조금 부담이 있었죠. 최대한 생략하면서도 최소한의 구체적 형태를 명확하게 보여 주려고 애썼어요.

 

또 처음 그려 보는 청둥오리의 형태들, 나그네와 초록머리의 모습에 차이를 줄 수 있는 디테일들, (나그네의 머리는 더 진하고 초록머리는 좀 더 연해요. 그리고 둘의 깃털 무늬도 살짝 차이가 있고요.) 예쁘고 잘난 닭이 아니라 잎싹이라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닭을 그리는 것, 이런 것도 쉽지 않았던 점이라 신경을 많이 썼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초록머리가 기다리던, 새 떼가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는 장면이요!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 감격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확 뒤덮여 오기를 바라면서 그렸어요. 그리고 그 새 떼가 떠나는 겨울의 장면도 좋아해요. 이전과는 반대로 페이지의 바깥 방향으로 날아가는 새들.

 

마지막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  특별판이 어떤 독자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나요?


이 20주년 특별판이, 저처럼 제목만 들어 보고 아직 책을 읽어 보지 않은 성인들이 이 이야기를 새로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대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재미있게 작업했는데 물성으로도, 마음으로도 가지고 싶은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20주년 특별판 황선미 저/윤예지 그림 | 사계절
백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2020년 출간 20주년을 맞아 성인 독자를 위한 윤예지 화가의 새로운 해석을 담은 특별판 양장본으로 새롭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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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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