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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가족 안에 빠진 단어, 희망을 찾아서

초현실적 희망이 현실을 찾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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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낱말 게임을 하다가 첫째 아들이 집을 나간 후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생사를 모른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초현실적이다.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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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의 한 장면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중절모에 검은 우산까지 갖춘 남자가 해변 앞에 서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 Golconde>(1953) 속 남자가 현실로 나온 듯하다. 양복점(a tailor shop)을 운영하는 ‘테일러’ 알란(빌 나이)이다. 실제로 그에게 현실은 현실 같지가 않다. 십여 년 전, 낱말 게임을 하다가 첫째 아들이 집을 나간 후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생사를 모른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초현실적이다.

 

둘째 아들 피터(샘 라일리)도 마찬가지이다. 형의 실종 이후 아무 일 없이 보낸 날이 없는 것 같다. 아버지는 형을 찾겠다고 매일 같이 집 밖을 돌았고 그러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피터와의 사이도 멀어졌다. 형을 잃은 상실감을 덜어내고 자기 인생을 살고 싶다. 그와 다르게 자기 인생이 없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같이 있는 게 불편하다. 피하고 싶었는데 동행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형일지도 모르는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아서다.

 

단어 맞추기 게임을 좋아하는 테일러는 인생도 단어 같았으면 좋겠다.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면 명쾌하게 풀이되어 있듯 장남의 행방도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리는 피터는 명확하게 지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윤곽을 잡을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괜찮다. 붓과 물감을 손에 쥔 작가답게 그 안을 누구에게 영향받지 않은 자신의 비전으로 채우면 되어서다. 10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형, 이제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도 되지 않았나.

 

테일러와 피터의 대립은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그림을 두고, 파이프를 그린 거니 파이프가 맞다, 그림 속 대상은 실재하는 게 아니라서 파이프가 아니다,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양상이다. 실제의 실재에 관한 관점 차이로 접점을 찾지 못한다. 첫째의 실종에 관해서도 그렇다. 테일러는 아들이 살아있다고 믿는 쪽이 살아갈 힘이 되고, 피터는 괜한 희망을 품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다.

 

테일러와 피터의 반목을 바라보는 주변은 안타깝다는 반응 일색이다. 관점 차이로 대립해도 그 배경은 둘 다 가족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알란은 빠졌던 철자 하나, 즉 첫째 아들을 찾아 가족이라는 온전한 단어를 완성하고 싶다. 피터는 잃어버린 철자는 아쉬워도 잊고 남은 철자로 또 다른 단어를 완성하여 새로운 가족의 삶을 일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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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단어는 꼭 하나의 뜻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중의(重義)로 존재하기도 한다. 하나가 둘 이상으로 존재하는 중의는 파생과 동시에 융화의 가능성이다. 단어는 삶의 반영이다. 삶에 존재하는 대상과 형태와 상태와 그 이상의 ‘거의’ 모든 것을 지시한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단어, 단어로 존재하지 못한 어떤 것도 있어서 만들어가고, 채워가야 하는 게 사전과 같은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함을 지향하는 삶이 지닌 파생이면서 융화다.

 

사전이 단어들의 집이듯 삶의 집합의 최소 단위는 가족이다. 테일러와 피터 부자는 가족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방법에서는 뜻을 달리하는 파생의 존재다. 반목하고 대립한다 해도 그건 분리나 구분과 다르게 채워주고 나눠주며 결국에 융화하는 관계로의 발전이다. 차라리 안 보고 말지, 여전히 아버지가 못마땅한 피터는 아버지가 사라지자 그 누구보다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연락도 없고 행방도 불명이니 아버지란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절실하게 다가온다. 미워했던 건 그만큼 사랑했던 마음이 커서였다.

 

이제야 형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피터도 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다행히 아버지가 계실 만한 곳의 실마리가 잡힌다. 어린 시절, 함께 휴가를 갔던 한적한 해변 마을이다. 조우한 테일러와 피터는 아버지와 형이 즐겨 했던 낱말 게임을 앞에 두고 오랜만에 부자의 정을 나눈다. 하나하나씩 철자 패를 놓아 가며 낱말을 만들면서 이들이 공유하는 감정이 있다. 희망(hope)이다. 형의 실종을 두고 희망하는 바가 서로 달랐던 테일러와 피터는 각자의 희망 사항에 공감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초현실적으로 보이던 희망이 현실로 안착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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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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