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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만큼 귀엽고, 인간만큼 혹독한 펭귄의 삶

『착한 펭귄 사나운 펭귄 이상한 펭귄』 정진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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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한 마리, 한 마리는 생존을 위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갑니다. 펭귄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나 반성하게 됩니다.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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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위 74도에 위치한 장보고 기지 근처에는 펭귄들이 산다. 『착한 펭귄 사나운 펭귄 이상한 펭귄』 은 그곳에서 만난 펭귄들에 대한 관찰기이며, 조류번식생태 연구자 정진우 박사의 남극 출장기이다. 만 8년 동안 약 70번의 비행과 3번의 아라온호 항해, 50회 이상 헬기를 타며 본 남극의 모습과 펭귄들의 생생한 관찰기가 담겼다. 때로는 호기심 많은 펭귄들 사이에서 관찰을 당하고, 더러는 사람을 경계하는 펭귄들의 부리 공격을 이겨내야 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극한 자연 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펭귄들을 기다리던 기억이며, 살점이 찢겨 나가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먹이를 찾아 떠나는 펭귄들을 배웅하던 연구자로서의 응원의 기록이다.

 

예상치 못한 눈과 비의 위협과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포식자들 속에서도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는 펭귄들의 이야기 속에는 삶과 죽음이 담겨 있다.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그들을 관찰하다 보면 어떤 면에서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펭귄의 삶을 통해 진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동시에 혹독한 남극 환경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 지구 온난화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깨닫게 될 것이다. 늘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짧은 다리를 내딛는 펭귄과 닮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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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남극에 간다는 게 ‘기적’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이 만 8년 동안 만난 ‘펭귄’과 ‘남극’은 어떤 기적이었는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남극에 간다는 건 저에겐 한 번도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남극행 비행기를 탈 때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남극에 도착해 펭귄 연구를 시작했을 때조차도, 마치 꿈속을 여행하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집 천장이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어느 날 세종기지에서 잠이 깨 낯선 천장을 보면서, ‘나에게 기적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여러 번 남극을 방문하면서 차츰 잊었던 기분을, 남극을 갈 수 없게 된 지금에서야 다시 “기적이었구나!” 하며 추억 중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첫 글이기도 한  『착한 펭귄 사나운 펭귄 이상한 펭귄』  중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펭귄은 어떤 펭귄일까요? 그 이유도 궁금해요.


가장 애정하는 펭귄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하는 질문 같달까요. 다만 지금 가장 보고 싶은 펭귄을 꼽으라면 젠투펭귄입니다. 2016년 이후로는 장보고기지에서 연구하며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만 만나다 보니,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을 못 본 지가 오래되었거든요. 젠투펭귄은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연구 과정에서도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괜히 펭귄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펭귄이 가장 보고 싶을지 또 고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착한 젠투펭귄이 보고 싶네요.

 

보통 ‘펭귄’ 하면 뒤뚱뒤뚱 걷는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어찌 보면 잔인한 자연의 법칙이라든가 늘 죽음과 직면하며 사는 펭귄들의 고된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겼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비중 있게 다룬 이유가 있을까요?


펭귄 번식지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면, 사실 귀여운 모습보다는 삶과 죽음 같은 현실이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혹한의 기온,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눈바람, 알과 새끼를 노리는 도둑갈매기, 바다에서 펭귄을 노리는 표범물범까지… 펭귄의 삶은 쉬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번식지에서 태어난 새끼는 많아야 절반 정도만 살아서 바다에 나갈 수 있고, 이후로도 극한인 남극의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런 펭귄들의 삶을 귀엽게만 바라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펭귄 번식지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의 장인 동시에 펭귄의 무덤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매일 다친 펭귄, 죽은 펭귄, 펭귄을 노리는 포식자들을 보며 귀여움보다는 안쓰러움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남극 현장에서 썼던 일기의 대부분이 펭귄들의 힘겨운 삶에 대한 내용이더라고요. 다음에 또 펭귄에 대한 글을 쓰게 된다면 펭귄들의 귀엽고 재밌는 모습을 부각하는 내용도 많이 써보고 싶습니다.

 

책의 곳곳에서 펭귄의 삶을 보며 인간으로 사는 삶을 반성하고 배우고자 하는 다짐들이 눈에 띄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나를 가장 많이 반성하게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펭귄은 용감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제목에서 용감하지 않다고 쓰긴 했지만, 포식자들을 피해 매일 목숨을 걸고 새끼에게 먹일 먹이를 구하러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이 용감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퍼스트 펭귄으로, 맨 처음 뛰어들지 않았다 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비록 뒤에서 뛰어들지라도 펭귄 한 마리, 한 마리는 생존을 위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갑니다. 바닷가에서 목숨을 건 눈치 싸움을 하는 펭귄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누군가를 위해 용기를 내어 본 적이 있었나,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나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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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극의 온도가 영상 20도를 기록했다거나 크릴 오일 등으로 남극의 동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온난화나 불법 조업에 대해 다룬 내용이 있고요.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지켜봐 왔던 작가님께서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진행되어 오던 환경 변화가 이젠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고, 현실 생활에도 점차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온 거라고 보여요. 비단 남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흔하던 생물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환경 변화를 알아채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부각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심들이 모이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행동들도 늘어나게 되고, 펭귄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독자들에게  『착한 펭귄 사나운 펭귄 이상한 펭귄』  을 추천하고 싶나요?


펭귄은 귀여운 이미지 덕분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제 아이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캐릭터는 뽀로로였고, 최근에는 펭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현실의 펭귄도 무척 귀엽습니다. 작은 발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이 책은 평범한 한 연구자가 운 좋게 남극을 가게 되어 펭귄을 만나면서 겪었던, 그리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펭귄과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사람들에게도 남극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펭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더 많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란 말도 있잖아요? 삶의 무게에 지쳐 펭귄이 필요한 날에 한 페이지씩 읽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펭귄과 남극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가 꼭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외장하드에 가득 차 있는 사진과 영상들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2018년부터 SNS를 통해 올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준 덕분에 무사히 책까지 펴내게 되었습니다. 모두 남극과 펭귄의 덕입니다. 펭귄이 오랫동안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펭귄 만세!!

 

 

 

*  정진우

 

조류번식생태 연구자. 대학 시절 우연히 들어간 야생조류연구회 활동을 하다 새가 좋아졌다. 뜻밖의 기회로 남극에 가게 되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번식 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세종기지에 5회, 장보고기지에 4회 방문하였고, 그때 기록한 사진과 영상, 짧은 글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 2019년 8월에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antarctica_adelie_penguin
트위터, 브런치 @jinwoojung81

 


 

 

착한 펭귄 사나운 펭귄 이상한 펭귄정진우 저 | 지식인하우스
남위 74도에 위치한 장보고 기지 근처에서 만난 펭귄들에 대한 관찰기이며, 조류번식생태 연구자 정진우 박사의 남극 출장기이다. 만 8년 동안 약 70번의 비행과 3번의 아라온호 항해, 50회 이상 헬기를 타며 본 남극의 모습과 펭귄들의 생생한 관찰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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