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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부연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퇴사 말고, 사이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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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영원히 없어요. 내 계획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흐름을 느끼니까요. (2020.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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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무엇을 업으로 삼아야 할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건 아닐지... 고민이 깊어진다. 그런 이들을 향해 『퇴사 말고, 사이드잡』 은 조언한다. 현재의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두 번째 밥벌이를 준비하라고. ‘말이야 쉽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말뿐만이 아닌 생생한 경험담을 모았다.

 

원부연 저자는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사이드잡으로 술집 ‘아름다운시절’을 운영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원부술집’, ‘모어댄위스키’, ‘보통술집’, ‘신촌살롱’의 문을 열었고, 문화예술 소극장 ‘신촌극장’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두 권의 책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 『합니다, 독립술집』 (공저)과 블로그, 강의, 칼럼을 통해 자신의 창업기를 공유해 왔다.

 

그리고 자신처럼 두 번째 밥벌이를 찾는 데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서울경제>의 박해욱 기자, ‘스튜디오 봄봄’의 이선용 대표, ‘안전가옥’의 김홍익 대표, ‘와이낫미디어’의 홍일한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원부연 저자와 네 사람은 ‘퇴사 레시피’라는 이름의 워크샵을 함께 하면서 회사 밖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 이른바 ‘사이드허슬러(Side Hustler)’와 만났다. 사이드잡, 창업, 이직 등 커리어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듣고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들이 들려준 솔직한 경험담과 실용적인 가이드가 『퇴사 말고, 사이드잡』 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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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만 있었다면 망했을 거예요


사이드잡을 갖고 있다가 회사를 그만두셨어요. 그때 30대 초반이셨죠. 이른 나이에 퇴사했다고 할 수 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내 브랜드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기획한 모임에서 사람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요. 그런 것들을 모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차에 ‘아름다운시절’을 인수하셨고요.


그렇죠. 그 전에 신촌에서 공간을 알아봤었는데, 당시에는 상권이 좋아서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까지 해서 1억 정도가 필요했어요. 적은 금액이 아니니까 ‘일단 우리처럼 회사를 다니다가 공간을 만든 경험자를 찾아가 보자’고 생각했어요. 지인을 통해서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을 찾아갔는데, 삼성에 다니다 그만두신 분이었어요. 그런데 절대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된다고 만류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보증금과 월세와 관리비가 얼마인지, 하루 매출은 최소 얼마여야 하는지, 그만큼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현실적인 숫자들을 이야기해줬어요. 그러니까 편하게 회사를 다니라고요. 그 분을 만나고서 더 고민해 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계획을 접었어요. 그러다가 ‘아름다운시절’의 사장님이 귀향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인수를 하게 됐죠.

 

그때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맞아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 권리금이 2300만 원이었어요. 비용 부담이 적었고, 대학 시절 선배 한 명, 후배 한 명과 같이 인수했어요. 이미 있는 브랜드를 그대로 인수하는 조건이라 좋은 점도 있었고요.

 

수익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어려운 일일 수 있는데,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이번 책에서도 그랬고요.


그걸 안 알려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저는 홍대에서 카페 운영하시는 분을 만났을 때 그런 걸 알려줘서 너무 고마웠거든요. 공간 운영에 대한 로망만 가지고 시작했으면 백프로 망했을 것 같아요.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모르고, 연습도 안 해봤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가게를 시작해 보니까 생각보다 준비 없이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로망만 가지고 있다 보면 간과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죠.


첫 번째로 ‘나만의 공간 = 나만의 예쁜 감옥’이라는 생각을 해야 되고요. 두 번째로 이상과 현실의 매출은 굉장히 다르다는 걸 알아야 돼요. ‘현실적인 매출은 이 정도이고, 그 중에서 당신이 가져갈 수 있는 매출은 이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괜찮다면 시작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은 거죠. 기본적으로 창업은 찬성해요. 다만 전반적으로 다 알고 창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 않고 재미로 시작했다가 가게를 정리하고 신용불량자가 된 분들도 많이 봤거든요.

 

드물지 않은 경우인가 봐요.


되게 많아요. 자영업자는 기본적으로 신용대출이 안 된다고 봐야 되거든요. 2금융권이나 4금융권 같은 데에서 돈을 융통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금방 갚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원처럼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오늘 장사가 안 됐는데 내일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모든 매출은 기대수익이거든요. 매출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 ‘열심히 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대출을 받아서 쓰고 못 갚아서 이자가 늘어나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돼서 가게를 그만두는 분들도 많아요.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이 훨씬 덜하겠죠. 그래서 사이드잡을 가지라고 조언하시는 걸 테고요.


회사원 같은 경우에는 회사 안의 시간과 밖의 시간이 분리가 되어 있죠. 그런 상태에서 사이드잡을 해볼 수 있고요. 한쪽에서는 월급을 받고 다른 쪽에서는 재미를 찾는 건데, 지금 시대에는 그 전략이 더 잘 맞지 않나 생각돼요. 안정적 수입원인 월급은 받으면서, 그 외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경험해보면서 그런 시간을 늘려가는 전략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직장인이 사이드잡을 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퇴사 레시피’라는 워크샵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이번 책의 토대가 됐어요. 저자님 외에도 네 분의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는데, 이 분들은 직접 섭외하셨어요?


원래는 <중앙일보>의 ‘폴인’에서 스터디를 같이 기획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에디터는 커리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고민을 했어요. 저는 공간을 운영하는 공간기획자인데, 소위 말하는 술집 사장이 무슨 커리어 조언을 할 수 있겠나 싶은 거예요. 그런데 에디터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결국 모든 직장인들이 퇴사 후의 삶을 고민하고 그걸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요. 저는 그걸 준비했었고, 사이드잡이 잘 돼서 퇴사를 했고, 퇴사 후에 창직을 했고, 커리어 관련해서 계속 멘토링을 해주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진솔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취지면 해볼 만 하겠다고 생각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섭외해 보자고 생각했고요.

 

그 중의 한 명이 <서울경제>의 박해욱 기자님이죠. 무려 8개의 사이드잡을 갖고 계신 분이에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웃음). 새로운 걸 구상하고 이야기하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세요. 아이디어도 많으시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렇게 자신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들을 만나서 무언가를 해보는 건, 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기 때문이라고요. 자신은 현재의 직장을 유지하면서 사이드허슬러로 활동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게 훨씬 더 재밌다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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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해욱 기자님의 신조가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거라고요. 무리하지 않으면서 직장과 사이드잡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렇죠. 직장을 다니면서 어디의 대표를 맡기는 힘들잖아요. 내 일을 하려면 대표가 돼야 하고, 대표가 되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저도 박해욱 기자님한테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박해욱 기자님은 ‘나는 회사를 계속 다녀야 되니까 주인공이나 대표가 될 생각이 없다, 대신 내가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이나 회사가 있으면 조언이나 활동을 해주면 된다’고 세팅을 하신 거예요. 월급이든 자문료든 어떤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않고, 지분이라든가 역할을 받는다고 하시는데요. 너무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자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십분 활용하신 거죠. 인적 네트워크, 인사이트 같은 것들이요. 지금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박해욱 기자님의 경우에는, 일단 기자라는 직업에서 비롯된 네트워킹이 되게 큰 장점이었겠죠. 그런데 사실은 5, 6년차 때까지 별 생각이 없으셨다고 해요. 구조 조정된 은행원들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두 번째 밥벌이는 내가 준비해야겠구나’ 하고 마음이 바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계기가 됐든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는 은퇴 시기에 더 커질 것 같아요. 내가 무엇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점점 쌓아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워크샵의 연사로 참여해주신 분들이 더 계시죠?


요즘 스타트업이 대세이다 보니까, CJ ENM과 SK 텔레콤에서 일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신 홍일한 ‘와이낫미디어’ 이사님의 이야기도 들었고요. 저처럼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하신, 지금 매거진 <언유주얼>을 만들고 계신 이선용 ‘스튜디오 봄봄’ 대표님도 모셨었고요. 삼성과 카카오에서 일하셨고 현재는 스토리프로덕션 ‘안전가옥’을 운영하고 계시는 김홍익 대표님도 만났어요. 김홍익 대표님의 경우는 처음부터 투자사가 같이 기획해서 ‘안전가옥’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케이스인데요. 직장인 분들이 다양한 스토리를 직접 듣고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네 분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들이 있었나요?


가장 큰 두 가지 공통점은, 첫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는 거죠. 두 번째로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일에 대한 나의 취향을 잘 알아야 된다는 거였어요. 저를 포함한 연사 분들이 그 과정을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셨어요. 덕분에 이 책이 조금 더 솔직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고요. 워크숍도 만족도가 되게 높았어요.

 

저자님을 포함해서 다섯 분 모두,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 정도였다고요.


저도 사이드잡을 가졌을 때는 하루 3시간 정도 잤어요.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는 회사에 있고, 7시쯤부터 새벽 2~3시까지는 사이드잡을 하고, 집에 가면 네 시쯤 되고, 다시 7시쯤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걸 3개월 동안 반복했는데 너무 재밌으니까 피곤한지 모르겠더라고요. 회사 외에 내 브랜드의 무언가를 한다는 즐거움, 나만의 오아시스 같은 행복함을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잠자는 시간도 잊고 했던 것 같아요. 박해욱 기자님도 초반에는 그러셨고, 이선용 대표님도 그러셨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장기적으로 가면 당연히 몸이 힘들어지겠지만, 저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그렇게 했었고요. 지금은 회사를 안 다니니까 수면 시간도 길어졌어요. 박해욱 기자님도 여덟 개의 사이드잡을 갖고 계시지만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아가셨고요. 박 기자님의 경우에는 출퇴근 시간도 아까워서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으셨어요.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아요. 생각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든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도 그렇고요.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해보고, 괜찮으면 발전시켜 나가고, 그런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창업 1년차가 되었을 때 외로움과 고독이 찾아왔다고 하셨어요. 이유가 뭐였나요?


저도 회사만 다니고 창업은 처음 해봤잖아요. 경험을 안 해봤고, 누구랑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도 없었어요. 모든 것의 책임자가 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더라고요. 다 결정하고 다 책임져야 되니까요. 회사는 관료제 조직이고 각각의 업무가 있는데, 여기는 부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업무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는 거예요. 그게 심리적으로 되게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공간이 감옥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서 가기 싫었던 적도 있고. 또 좋은 손님만 오는 건 아니잖아요. 직장 다니면서 사람 스트레스를 안 받은 건 아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되게 원초적인 것들로 지적을 받으면 생각보다 충격이 커요. 그런 것들이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정신없이 일 하고 가게 정리하고 불을 끄고 나오는데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외롭고 두렵고... 온갖 마음들이 쏟아지듯 갑자기 찾아왔어요.

 

그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바를 갔던 거죠. 나를 위해서 술 한 잔 해야겠다, 하면서 바에 가서 한 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하루를 마감했어요. 그런데 다행이지 불행인지 그러면서 바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바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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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1,100억이 생긴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계속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이선용 대표가 했을 때 ‘그렇다’고 말한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고 하셨어요. 하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걸까요?


그렇죠. 대체로 답변들이 비슷했어요. 일단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은행에 저축한 다음, 충분히 여행을 다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대답이 회사에 대한 압박과 억지로 다닌다는 느낌을 복합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회사라는 게 나쁜 존재가 아닌데, 다녀야 하니까 다닌다는 생각이 어는 순간 직장인들의 마음속에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안정적인 대기업을 다니는 게 미덕처럼 여겨져서 다들 들어가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더 재능이 많은 사람들도 ‘회사는 회사니까 다니는 거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있기는 해요. 그래서 이선용 대표님이 1,100억에 대한 질문을 하셨을 때 다들 조금 뜨끔했어요.

 

‘나는 1,100억이 생기면 일을 그만둘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나면 ‘그러면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지?’라고 자문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회사 아닌 너는 뭐야? 너의 직업은 무엇으로 설명할 거야? 일은 영원히 안 할 거야?’ 같은 질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을 안 해봤기 때문에 1,100억이 생기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대답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를 분리시키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의 나는 행복하지 않은 나, 회사 밖에서의 내가 진정 행복한 나. 그런 식으로 분리시키다 보니까 그런 대답이 나온 것 같은데요. 그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홍일한 ‘와이낫미디어’ 이사는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정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저자님도 다섯 가지를 꼽으셨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일 년에 책 한 권씩 쓰기’예요.


네, 다섯 개 중에서도 첫 번째예요.

 

공간 운영과 책 쓰는 일을 병행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크게 두 가지 이유인데요. 첫 번째는, 공간을 운영하는 게 되게 바쁘고 정신없는데 공허함이 있어요. 뭔가 풍요 속의 빈곤 같은 느낌이 있어요.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공간을 운영할 때의 풍요 속 빈곤 같은 허전함을 책이라는 기쁨이 채워줘요. 그게 두 번째 이유와 연결이 되는데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험들이 쏟아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거든요. 그 경험을 나한테만 남기면 별로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잘 기록으로 남겨서 창업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들한테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려면 일 년에 한 권씩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질의 콘텐츠를 독자에게 전하고, 피드백을 받고, 그러면 그 피드백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토양이 되기도 해요. 내가 하는 일들을 잘 정리하는 기록으로써의 의미가 있는 거죠.

 

강의와 기고도 활발히 하시잖아요.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없나요?


현실적인 이유도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사업이라는 게 업앤다운이 너무 심해요. 공간도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신기한 게, 어디 한 곳이 잘 안 되면 다른 곳이 잘 돼요. 많은 일을 할수록 월급 같은 평정심이 찾아오는 거예요. 어느 하나가 조금 안 되더라도 다른 것으로 채워지는 측면이 있는 거죠. ‘그럼 어느 것에도 전문가는 아닌 거 아니야?’라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게 다 연결되어 있어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창업기를 썼고, 창업기를 썼기 때문에 책이 만들어졌고, 강연을 할 수 있었어요. 저한테는 그런 것들이 선순환적으로 필요한 업무라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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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번째는, 세상이 너무나 빨리 흘러가잖아요. 새로운 트렌드들이 물 밀 듯이 쏟아져 나와요. 그것들을 제가 일하는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요즘에는 너무나 다양한 파생과 융합 일어나는데, 그런 것들을 저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야 해요. 그런 일들을 올해는 되게 많이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여유 시간이 없는 것 아닌가요?


진짜 시간이 많아요. 회사 다닐 때는 되게 바빴거든요. 야근도 많이 하고. 그런데 회사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쓰고, 컨펌을 받고, 수정하고, 의전하고... 그런 것들을 안 했으면 8시간 근무도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다 안 해도 되고요.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안 써도 된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가게 운영이 조금 익숙해지니까 시간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요.

 

요즘은 하루에 몇 시간 주무세요?


7시간씩 자요. 회사 다닐 때의 패턴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회사 다니면서 ‘아름다운시절’을 운영할 때는 하루 3시간씩 잤던 거고요. 회사 다닐 때도 회식 하고 집에 가면 12~1시에 자서 7~8시에 일어나 출근하잖아요. 그 패턴과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나머지 시간을 제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거죠.

 

일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나요?


모르겠어요. 눈 떠서 자기 전까지는 거의 일과 관련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회사 다닐 때 으레 했던 것들은 전혀 안 해요. 자리를 위한 자리, 만남을 위한 만남 같은 것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몇 달에 한 번은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야지’ 이런 건 안 해요. 다만 ‘이 사람을 만나서 같이 사업 이야기를 하고 싶다,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하고만 만나요. 술자리 자체를 많이 안 하고, 해야 되니까 하는 자리도 거의 안 가져요. 그런 식으로 삶의 패턴은 달라진 것 같아요. 회사 다닐 때는 스트레스 받으니까 퇴근 후에 만나서 밥 먹고 술 먹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약속이 거의 없죠. 시간이 남으면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다든가 글을 쓴다든가 하는 식이에요.

 

퇴사 후에 사업을 잘 하고 있어도 ‘핑크빛 라이프’를 사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럼에도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고 하셨고요.


네,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영원히 없어요.

 

이유가 뭔가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인가요?


그렇죠. 내 계획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흐름을 느끼니까요.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로 올해는 이런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요. 공간 안에서 어떤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고 싶고 생각했을 때 서로한테 즐거운 마음으로 협업이 되기도 하고, 그럴 때 ‘내가 프로필을 잘 쌓았구나’ 싶어요. 나와 같이 일했던 사람이 나를 믿고 추천을 해줄 때, 그런 횟수가 늘어날 때 ‘내가 이만큼 더 성장했구나’ 생각되고요.

 

 

 

 

 

 

퇴사 말고, 사이드잡원부연 저 | 카시오페아
사이드잡, 창업, 이직 등 다양한 커리어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 5인의 솔직한 경험담과 함께 나만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실전 가이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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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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