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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창의성은 과연 타고난 것일까?”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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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절대 몰입은 불가능합니다. 육체적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정신적인 의지력은 힘도 쓰지 못하게 되지요. 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을 두고 있으면 그 사람이 전혀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상관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2020.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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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마흔두 번째 주제는 ‘창의성이 어디서 오는가’이다. 창의 교육이 대세다.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를 찾고, 모두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풍부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고 상황의 이면을 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순간이나 직후엔 자신감이 솟아오르지만, 실제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결과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결과에는 열광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출발점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창의적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주는 상황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여러 실험과 이론들을 통해 어떤 마음가짐, 어떤 습관으로 생활하는 것이 내 안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려준다. 창의성이란 몇몇 사람들이 타고나는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존 지식에 대한 해결 방안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뇌에서 그걸 꺼내지 못해서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내 뇌 속에 있는 숱한 지식들을 꺼낼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는 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다음 세대에게 인지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 안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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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창의성을 주제로 책을 집필하신 계기가 있나요?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사실 전작인 『지혜의 심리학』 의 일부로 창의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은 개념서에 가까운 책이라 좀 더 쉽고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이 필요했지요. 그러던 중 샘터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신 겁니다.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냐고요?(웃음). 창의적인 사람은 타고난다는 생각을 하시는 모든 분들, 우리 학교나 조직에 창의적인 사람이 왜 없을까 하면서 아쉬워하는 모든 분들께서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집필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결론부터 말해, 그런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 모두는 창의적으로 태어납니다. 피카소가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고 이야기한 것처럼요.

 

인간의 생각에 대해 공부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연구자로서 ‘생각에 대한 연구’ 인지심리학은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왜 같은 걸 보고 다른 생각이나 말을 하지?”라는 질문을 가져왔습니다. 왜 같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전혀 다른 일을 할까도 궁금했고요. 우리 모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특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같은 교육을 받아도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A와 B를 학습할수록 가장 정확하게 그 A와 B를 필요 시에 내놓는 것이 AI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A와 B를 학습해 놓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C를 내놓을 줄 아는 것이 인간입니다. 평생 같은 화풍으로, 사진으로 찍은 것 같은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던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AI가 학습을 하면 렘브란트보다도 더 렘브란트처럼 그립니다. 하지만 피카소 초창기의 그림들을 AI가 학습해도 우리가 아는 피카소 후반기 절정의 그림들을 더 못 그리지요. 우리 인간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그 문제가 포함된 영역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단서를 가져와 해결하는, 유추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생각에 관한 연구가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건 그 연구들을 되도록 많은 분들께서 적용해 보실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겠지요.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에서 “능력보다 상황”, “창의적인 상황”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능력이 최고다”라고 생각해 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말씀이어서 반가웠습니다. 상황에 주목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나도 먼 짧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우리는 몰입, 의지, 노력, 혹은 능력이라고 하는 것을 성공이나 위대한 결과의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말이죠. 이런 관점은 다시금 굉장히 중요한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 몰입, 의지, 노력, 그리고 능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무엇이 있어야 하냐는 거예요.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요?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절대 몰입은 불가능합니다. 육체적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정신적인 의지력은 힘도 쓰지 못하게 되지요. 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을 두고 있으면 그 사람이 전혀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상관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인간은 상황과 맥락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뛰어난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고 있다고 자만할 때가 많지요. 하지만 사실 그것이 실패든 성공이든 부지불식간에 상황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그 상황의 힘을 이해하고 나에게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은 풀기 어려운 문제처럼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왜 우리는 창의성을 이렇게 어려워하고 심지어 포기하고 말까요? 우리들이 매일매일 창의성과 친구가 되는 법이 있을까요?

 

창의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서지요. 그리고 나의 인생은 그저 주어진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이제 우리는 100살을 훌쩍 넘게 살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은퇴하면 얼마 살지 못하던 시대가 아니란 말이지요.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엄청 많아졌다는 겁니다. 이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찾아 볼 수 있는 능력은 이 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됐습니다. 그 반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잖아요? 아무리 좋은 자세도 같은 것으로 계속해서 취하고 있으면 지옥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그것만 들으라면 사람이 미치겠지요. 그렇다면 창의를 좀 더 나의 곁에 두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됩니다. 인간은 자신과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날수록 새로운 생각과 성찰과 통찰이 오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독서토론회를 하고 이해나 관계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동호회를 하는 겁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창의적으로 될 수 없습니다.

 

창의성을 꺼내기 위해서 개인이 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회사, 학교 등 단체가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생각에 큰 영향을 주는 이런 조직들은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전혀 다른 수준의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전국 0.1%의 최우수 학생들이 왜 뛰어난 줄 아세요? 그들은 전교 최하위권 학생들과도 대화를 하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그 와중에 전혀 뜻밖의 질문을 받게 되지요. 그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더욱 자신이 공부하는 내용들의 기원과 본질을 깨닫게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부서는 절대로 좋은 성과를 못 냅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수준의 구성원들끼리 모이면 처음에는 꽤 불편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을 겁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뜻밖의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학교의 우열반은 위험한 생각이고요. 기업에서 임원들이 신입사원과 같은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구조도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창의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오셨습니다. 대학교에서 창의력 연구센터장을 지내셨고요.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계신 게 인상적입니다. 요즘 게임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게임과 창의성이 연관이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게임은 그저 오락이라고 치부돼 왔습니다. 약간의 재미와 함께 그저 시간을 허비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왔지요. 하지만 게임적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기술로 세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버가 왜 세상의 모든 택시 업계를 집어삼킬 수 있었을까요? 엄청난 신기술? 아니죠. 스마트폰 화면 안에 마치 드라이버가 이용자에게 오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출발지와 행선지를 입력하면서 거리와 요금이 계산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같은 기술로도 게임적 요소가 들어가는 제품이나 앱 그리고 시스템이 훨씬 더 사랑받고 많이 사용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기계처럼 그저 결과물을 내놓는 개체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물론, 게임에 과몰입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과하면 문제를 만듭니다. 특정한 게임 하나에만 미친듯이 몰입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요. 하지만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면서 기계나 시스템이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더 쉽게 사용하게 만드는가를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소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의 향후 계획과 꿈은 무엇인가요? 이후에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으세요?

 

시간입니다. 인간한테 시간만큼 흥미로운 주제는 없어요.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갈까요? 왜 착한 사람들은 같은 시간도 짧게 느낄까요? 왜 같은 시간을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훌륭하게 삶을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없다고 한탄만 하다가 생을 마감할까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그 생각의 결과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 저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는 시간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람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김경일 저 | 샘터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마흔두 번째 주제는 ‘창의성이 어디서 오는가’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다음 세대에게 인지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 안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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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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