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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시는 ‘사람이 하는 애씀’이다”

시인이 매일 고르고 살아낸 82편의 시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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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시는 애쓴 말, 고단백의 에너지체여서 소화가 쉽지 않은데. 그렇지만 사람이 발하는 말이고, 사람이 하는 애씀이지요. 잘 어루만져보고, 잘 ‘옷 입어’보시면 전해져옵니다. 어느 수준의 시인지도 분간됩니다. (2020.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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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시인이 그동안  권의 시집을 상재하며 쓰기의 형식으로 “‘시하는’ 노릇”을 이어왔다면,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는 읽기의 형식으로 ‘시하고자’ 했던 시인의 노력일 터이다. ‘시대를 아파하고 분노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라는(不傷時憤俗非詩也)’ 다산 정약용의 언명을 손에 쥔 채, 시인은 나라 안팎의 격랑을 직시하며 한 편의 시에 나날의 소감을 붙였다.

 

김사인 시인은 195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1981년 『시와 경제』 동인 결성에 참여하면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1982년 무크 『한국문학의 현단계』를 통해 평론도 쓰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 , 편저서로 『박상륭 깊이 읽기』 『시를 어루만지다』 등이 있으며, 팟캐스트 ‘김사인의 시시(詩詩)한 다방’을 진행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지훈상 등을 수상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오래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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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아닌 시 앤솔러지로 독자분들을 찾아오셨어요. 일간지에 연재하셨던 글들로 압니다만, 책으로 묶으며 유념한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세상의 야비함과 그에 대한 울분 같은 것이 우리 마음속에 큽니다. 세월호 참사와 촛불집회를 겪고도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더 슬프지요. 힘겨운 우리 자신을 시를 빌려 다소라도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수록작 리스트가 다른 앤솔러지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시인들의 시로 고르실 수도 있었을 텐데요, ‘책머리에’에도 언급하신 부분입니다만, 작품 선정에 담긴 뜻이나 의도를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어려움 속에서 과거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지를 보고 싶었어요. 당대의 목소리는 뜨거운 대신 현재에 대해 주관적이고 유동적이어서, 우리를 깊고 넓게 비추어볼 거울 역할로는 미흡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들을 잃고 남긴 이순신 장군의 일기, 3?1운동 때 널리 불렸던 노래, 평화로운 나라와 좋은 대통령에 대한 염원을 담은 신동엽의 시들을 읽으면, 오늘의 어려움이 오늘의 우리만 겪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비통하지만 한편 위로가 되지요.

 

죽음으로 작가의 생은 완결됩니다. 이룬 바에 대한 객관이 비로소 가능하고요. 그 절대성 위에서 독자들의 애증을 감당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생전에 전집이란 이름의 책 묶음을 낸다든지, 문학비다 문학관이다 하는 것을 세우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수록작에 노래 가사나 「난중일기」, 「대한민국 헌법 전문」 등 평소 ‘시’라고 생각지 못한 것들도 많이 보이는데요, 시의 범주를 이렇게 확장시켜 생각할 때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좋은 말, 산 말을 잘하려 애쓰는 것이 시의 본래 자리지요. 동시에 노래였고요. 중세기 문자시대를 거치면서 한차례 본말전도가 된 것이고, 거기다 우리에겐 서양시 흉내가 지나쳤던 백 년의 역사가 결정적입니다. 가객인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것도, 그 점을 환기시키려는 안간힘이라고 봅니다만, 말한다는 것의 근본, 울고 노래한다는 것, 다시 말해 시의 근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종이 위에 씌어진 시’ ‘비유와 이미지 등에 기대서 행과 연을 나눈 서정적인 줄글’이어야 시라고 여기는 우리의 고정관념은 덫이에요. 벗어나야 시다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집 읽기가 어렵고 낯설다는 독자분들도 많이 계시는데요, 조언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요. 안 그래도 시는 애쓴 말, 고단백의 에너지체여서 소화가 쉽지 않은데. 그렇지만 사람이 발하는 말이고, 사람이 하는 애씀이지요. 잘 어루만져보고, 잘 ‘옷 입어’보시면 전해져옵니다. 어느 수준의 시인지도 분간됩니다. 시를 문면의 말뜻 풀이로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 시를 받치고 있는 마음, 느낌에 우선 자신을 내줘볼 것을 권하고 싶어요. 시는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요. 자전거 타는 법, 헤엄치는 법을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몸이 익혀야 비로소 알게 되지요. 시읽기도 비슷합니다.

 

이번 책에 골라 실은 시 가운데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82편 어느 하나도 사연 없는 글이 없습니다. 그 가운데 스물한 살 아들을 잃고 쉰셋의 이순신 장군이 남긴 일기, 오천 년 역사에서 처음 제정되었던 1902년 대한제국의 애국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헌법 전문(前文). 연암 박지원의 매력적인 산문 같은 것들은 흔하게 만나볼 수 없던 글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들을 시라는 관점에서 함께 아우르려고 했는데요, 그중 어느 하나라도 만나봐주십사 권하고 싶습니다.

 

이번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시인님 머릿속 독자의 모습은 어떠한지요.

 

시라는 건 전문적인 것이라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여겨온 분들, 우리 시와 세계의 시를 같은 연대표 속에서 가늠해보고 싶은 독자들, 대중가요의 가사와 시가 왜,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하는 식의 신선한 의문을 가진 독자들께서 우선 권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무심코 쓰면 대개 자기 동년배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셈이 되는데, 더 보탠다면, 우리 근현대사의 수난과 오늘을 깊이 근심하시는 독자분들께 부족한 책이지만 바치고 싶습니다.

 

2020년을 맞이하는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힘내시라고, 힘내자고! 이 근심과 울분이 오늘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백 년을 치러오고 있는 긴 싸움이라고, 그러니 조급해 말자고, 그런 마음을 간곡하게 여쭙고 싶습니다. 이 책의 또 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김사인 저 | 문학동네
그 좋음에 비해 독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거나 오해된 시인과 시를 우선했고, ‘참여’를 표방했던 쪽보다는 전통 서정시 쪽을, 중심부보다 주변부, 서울보다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시인들을 좀더 앞세우려 했다. 익히 알려진 시인일수록 가능하면 그의 또다른 면모를 소개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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