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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기자 이은용, 침묵의 카르텔에 맞서다

『침묵의 카르텔』 이은용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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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한 침묵의 카르텔은 아주 잘 짜인 탄탄한 구조였습니다. 그 꼭대기에 기업이 있고, 그 영향력 아래로 정치인들이 서고, 정치인들이 관리하는 관료집단으로 이어집니다.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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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방송 통신 및 과학기술 분야 전문 기자 이은용. 그가 1995년 4월부터 지금까지 기자로 일하며 취재한 사건과, 그 사건의 뒤에서 진실을 가린 채 기자의 취재를 막고 시민의 알 권리를 방해한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밝히는 르포르타주 『침묵의 카르텔』 을 썼다. 기사로 기업과 관료의 유착을, 공공기관의 비리를 고발할 때마다 벽들이 불쑥 솟아올라 기자의 손을 묶고 시민의 눈을 가렸으니, 신문사와 행정기관이 모인 광화문 세종로 일대, 대기업이 숲을 이룬 강남, 검찰과 법원과 로펌이 똬리 튼 서초동 등 모든 취재 현장이 그랬다. 기자의 질문에 딴소리로 답하거나 입 닫고 모르쇠 하는 건 예삿일이고, 기업이 광고비로 신문 지면에 손을 대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전화 한 통으로 기자가 쓴 기사를 지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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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카르텔』 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저는 24년쯤 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99% 시민을 위한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객원기자로 뛰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침묵의 카르텔을 ‘벽’이라고도 표현했는데요, 이 벽이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는 짬짜미라고 느껴졌습니다. 권력과 힘이 있는 자는 내리누르는 짬짜미를, 권력에 굽힌 사람들은 내리눌린 형태의 짬짜미로 침묵하는 흐름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밝혀내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침묵의 카르텔을 직시하고 드러내야 반성이 가능하고, 드러내야 개선할 수 있고, 그래야 한국 사회가 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침묵의 카르텔에 관하여 기록하는 작업조차 없어서 그동안 벽 뒤에 숨어 있던 침묵의 카르텔이 그대로 묻히고 말면 힘 있는 몇몇 사람들만 웃고 즐기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일이 만연해지면 우리 시민에게 더욱 큰 피해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삶 주변에 있는 침묵의 카르텔을 밝혀 말해야 하는 까닭이자, 기자를 직업으로 삼은 제가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첫 번째 독자를 분명히 머릿속에 떠올리고 글을 썼습니다. 바로 한국의 관료들입니다. 책 속에도 짧은 문장으로 적긴 했지만, 한국은 헌법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놓았습니다.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직업으로요. 그들은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고, 그러라고 그에 걸맞은 힘도 주었죠. 그러나 현실에서 관료들은 시민을 위해 준 힘을 함부로 전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힘이 시민이 아닌 다른 곳을 위해 쓰이는 모습을 『침묵의 카르텔』 에 담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첫 번째 독자는 관료들, 공무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에 더해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 더 고르고 판판해지기를 바라는 올곧은 시민들이 많이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책의 1장이 2005년 황우석 사태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오래 지난 과거라고 여기고 있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다시 마주한 황우석 사태는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가 본격화되는 전조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을 한 번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2004년에 시작되어서 2005년으로 이어진 사건이었죠. 황우석 씨가 거짓 논문을 발표해서 치료하기 힘든 병,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체세포로부터 치료할 수 있을 것처럼 말했습니다. 황우석 씨는 10년, 15년이면 치료법이 완성될 것처럼 이야기했거든요.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성과였겠죠. 그 무렵 황우석을 주인공으로 한 위인전이 쏟아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그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언론도 그렇고, 권력도 그랬죠. 황우석이 스타 과학자가 되면서 누구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황우석 바라기’만 하던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태는 2005년에 끝난 게 아니에요. 제가 책 서두에 언급한 당시 황우석 팀의 일원인 안규리 씨는 정직 2개월 징계를 받고 끝났습니다. 당시 그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탓에 그는 2019년에 삼성전자 사외이사가 되었고, 아직도 서울대 병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제대로 반성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황우석 사태는 끝나지 않고 2019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또 당시에 안규리 교수보다 더 황우석 씨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이병천 교수는 지금까지도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연구실에서 아들과 조카를 일하게 한 의혹까지 제기되었습니다. 그 또한 2005년 거짓 논문 사태의 징계로 정직 2개월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우리가 그때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고 온 것인지 의문입니다.


당시 권력이 황우석 주변에 있던 이병천과 안규리를 포함한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못한 것은, 곧 권력 스스로를 비판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MBC <PD수첩>과 제가 속한 <전자신문> 과학기술팀의 보도를 통제하려 했고, 언론을 길들이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도처에서 침묵의 벽이 솟아오릅니다. 기자의 펜이 닿은 곳 중 침묵의 벽이 솟지 않은 곳이 없어 보일 정도예요. 그중에서도 침묵의 카르텔 가장 꼭대기에 앉은 것은 누구일까요?


기업이죠. 기업입니다. 이승만 독재 이후 박정희가 18년간 독재했고 그 뒤 전두환이 7년쯤 더 잡고 있었다고 하지만, 1987년 이후에는 대통령의 권력을 쥘 수 있는 시간이 5년으로 제한되었습니다. 5년마다 바뀌거나, 같은 당에서 한 번 더 집권한다 하더라도 길어야 10년입니다. 그런데 기업은 50년이고 60년이고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지금처럼 대를 이어가다 보면 곧 100년도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얄팍한 뿌리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들은 이승만 정권에 기대어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을 불하받아 탄생하고 성장했습니다. 또 박정희와 전두환의 우산 아래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굴지의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랬던 기업이 어느새 한국 사회를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집단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카르텔의 시작과 끝이 기업이라 한다면 그에 가장 충실히 복무하는 것은 기자님께서 『침묵의 카르텔』 의 제1 독자로 생각한 공무원 또는 공무원 출신의 법조, 이른바 로비스트인 걸로 보입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제가 경험한 침묵의 카르텔은 아주 잘 짜인 구조, 탄탄한 구조였습니다. 그 꼭대기에 기업이 있고, 그 영향력 아래로 정치인들이 서고, 정치인들이 관리하는 관료집단으로 이어집니다. 관료집단은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20~30년씩 관료사회에 머물면서 권력을 갖습니다. 정권의 향배와 무관하게 말이죠. 침묵의 카르텔은 기업-정치인-관료 삼각형이 아주 잘 맞물려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30년쯤 공무원으로 일하고 퇴직하면 보통 시민의 국민연금보다 2~3배 많은 금액을 받거든요, 그러니까 단지 경제적 문제가 관료 출신 로비스트들의 동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개개인의 욕심일 테지요. 누군가는 그 욕심이 강합니다. 일부는 로펌이나 기업이 만든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 연봉 수억, 수십억을 법니다. 로펌과 기업의 회전문 안에서는 경제적 부를 누리고, 그 안에서 기회를 엿보다 자신과 가까운 권력이 등장하면 정무직 공무원, 장관이나 차관, 청와대 수석 같은 기회를 타고 회전문 밖으로 나오는 생태계가 고위 관료들 사이에 형성되었습니다. 그동안 이걸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더욱 강력하게 회전문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여러 번 회전문을 드나들며 정무직과 로펌을 왔다 갔다 하는 일만큼은 제재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권력에 길든 기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언론은 “사법-입법-행정” 3부를 감시하는 제4의 권부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오래전부터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절에서 맑게 울리는 목탁 소리 있지 않습니까. 1980년대, 1990년대에도 그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 뒤로는 목탁 이야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그만큼 언론이 사회에 맑은 소리를 알리고 전하고, 사회를 올바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맑은 소리가 사라졌고, 어느새 ‘기레기’라는 표현이 더 흔해졌습니다.


기자에게 필요한 것은 목탁에 견줄 만한 소명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왜 나에게 기자라는 직업을 맡겼을까? 능력이 있고 스펙이 좋아서 일 수도 있겠죠. 스펙 덕분에 좋은 언론사에 가서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 일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일단 기자가 되었다면, 사회를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에 걸맞은 소명 의식을 갖고 목탁 소리를 울리는 데 애써주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 책을 볼 시민?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요?


지금 생각해보면 시민 누구나 기록할 수 있는, 기록이 가능한 환경이 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텍스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시대죠. 제가 침묵의 카르텔과 부딪히면서 경험한 일을 보다 많은 시민들께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진실을 기록하는 일에 시민들도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록을 할 때는 진실을 기록해야 하며, 또 그 기록이 진실이 아닐 경우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우리 삶 주변에 있는 침묵의 카르텔은 생각보다 높고 넓습니다. 모든 시민의 곁에 그런 벽이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세상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 진실을 지켜주는 사람, 자유 언론을 지켜주는 시민이 되어주십시오.

 

 

* 이은용


1995년 4월 1일부터 기자로 살았다. 2014년 8월 24일 전자신문에서 부당 해고, 박근혜 정부 들어 첫 해직 기자가 되었다. 이후 복직했으나 온전치 못하였고 결국 스스로 회사를 나왔다. 이후 99퍼센트 시민을 위한 독립 언론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침묵의 카르텔과 맞닥뜨린 채 ‘이 벽을 어찌 깨뜨려야 할까’ 여기저기 두드려 틈을 찾던 내가 보였다. 무너뜨리지 못한 벽이 많아 뭘 어찌해야 좋을지 찾기 힘들었다. 줄곧 벽을 두드리며 뭘 끼적이다가 죽지 않을까 싶다.

『종편타파』 『아들아 콘돔 쓰렴: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 『미디어 카르텔: 민주주의가 사라진다』 『옐로 사이언스』를 냈다. 공저 『최신 ICT 시사상식』과 전자책 『빨강독후』 『안철수, 흔들어 주세요』도 썼다.

 

 

 

 


 

 

침묵의 카르텔이은용 저 | 사계절
가장 높은 곳에 선 기업 주위로 벽처럼 늘어선 행정관료, 공공기관장, 정치인, 변호사, 검찰, 언론인들의 작당을 들춰낸다.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들은 자리보전과 권력 확장에 목매며, 어떤 기자들은 권력이 내주는 모이를 쪼아 먹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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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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