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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고통은 언젠가 사라지고, 사랑은 끝내 살아남는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정여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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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이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강인하고 지혜로운 존재들이에요. 우리의 희망과 삶에 대한 궁극적인 사랑이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저는 믿어요.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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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섬세하게 바라보고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정여울 저자.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도 숨은 사연이 있었다. 저자는 한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자책하고, 취업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며 불안을 안고 살았다. 유명 작가로 알려진 후에도 마음 앓이를 하다가, 심리학 공부를 통해 자신을 다독이고 스스로 돌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는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탐구해온 저자의 마음 치유 에세이다.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앞만 보고 뛰어오느라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당신의 무너진 감정을 일으켜 세우는 다정한 처방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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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해 강의를 하며 많은 책들을 쓰셨습니다. 이번 책은 심리 테라피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 책을 쓰시게 되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인문학이나 글쓰기 강연을 해오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결국 ‘나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저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아픔을 넘어 우리의 아픔,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내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타인의 아픔이 더 많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가 문학의 프리즘으로 본 심리학 이야기라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는 정여울의 인생에 비춰본 심리학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예전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제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독자들이 감정 이입을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때로는 문학의 길을 통해 에둘러 말하지 않고 ‘정여울이라는 사람, 나는 어떻게 아픔을 극복해왔는가’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쓰게 된 책입니다.

 

“고통은 언젠가 사라지고, 사랑은 끝내 살아남는다”라는 문장을 헤드 카피로 정하셨습니다. 수많은 문장들 중 이 문장을 고르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이 문장을 쓰기 위해 이렇게 머나먼 길을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클라이맥스일 수도 있고, 작품의 시발점일 수도 있죠. 고통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고통이 마치 늪처럼 느껴지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감옥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고통 속에는 마치 태풍의 눈 같은 것이 있는데, 그 지점을 지나면 신기하게도 ‘내 안에,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치유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곤 했어요.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면 그 끝에는 반드시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사랑은 한 사람을 위한 로맨틱한 감정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을 향한 사랑이었지요. 제가 쓴 글에 제가 의지할 때도 있는데, 그 문장은 제가 힘들 때마다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저를 일으켜 세우는 문장이에요.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치유하는 것’에 가깝다는 평이 많습니다. 강연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모든 글이 소중하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실 때 마지막으로 손녀에게 남긴 말을 글로 쓴 학생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남편의 끊이지 않는 학대와 폭력을 피해 마침내 아이를 데리고 야반도주를 결심한 밤 그 순간의 끔찍한 두려움과 분노를 표현하는 글을 쓰셨던 여성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요. 모든 순간들이 저에게는 눈부신 깨달음의 순간이었고, 그분들의 아픔을 통해 저의 아픔도 함께 깨어나고 다시 치유되는 과정이었어요. 아픔이 다른 아픔을 불러 깨우기도 하지만, 그 아픔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더 크고 깊은 에너지로 공감과 연대의 희망을 불러일으키지요.

 

세계보건기구가 21세기 최대의 위험으로 직업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지목했다고 합니다. 작가님께서도 이 부분을 지적하시고 ‘번아웃’에 관한 글을 책에 담으셨는데요. 현실에서 번아웃을 탈출할 수 있는 뾰족한 묘책이 있을까요?


번아웃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는 감각이 마비되는 거예요. 힘들고 아프고 속상한 것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고, 내가 사랑했던 그 소중한 일에 대한 열정마저 잃어버리게 되지요. 이 무시무시한 현상에 대해 뾰족한 묘책이 한 번에 생길 수는 없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일종의 ‘감각회복훈련’(제가 만든 말이에요^^)에서 효과를 많이 봤어요. 저도 번아웃을 여러 번 느낀 적이 있거든요. 번아웃이 올 때,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행복을 느끼는 감각조차 마비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감각회복훈련이란, 아주 미세한 슬픔의 감정부터 아주 격렬한 분노의 감정까지, 마치 미세한 색채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한 단계 느껴보듯이 정확하게 느껴보는 훈련을 하는 거예요. 바나나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아주 달콤하게 느끼게 되면 아이스크림이나 핫초코의 과도한 단맛을 굳이 갈망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려고 노력하면, 내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처음처럼 다시 깨닫게 되어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 글을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면, 번아웃의 마비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있지요. 아주 작은 기쁨부터 아주 커다란 고통까지, 자기 안의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감각회복훈련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눈부신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최근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칫 베르테르 효과가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우울감과 악플이 주된 원인인데요.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심리치유법이 있을까요?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는 훈련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소중한 감각회복훈련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아역 스타로 주목받거나 20대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스타들은 화려한 ‘에고(사회적 자아)’의 성공에 비해, 너무나도 연약한 ‘셀프(내면의 자기)’를 지닐 위험이 높아요.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대세나 유행에 따르다 보면, 에고가 비대해지고 셀프가 짓눌려버릴 위험성이 커지지요. 내면의 자기를 가꾸는 것은 결코 소수의 깨달은 자들에게만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에요.

 

아무리 크고 화려한 일을 꿈꾸더라도, 사회적 자아가 잠시 가면을 벗고, ‘무대 뒤의 삶’에서는 ‘진정한 나’로, 아주 소박하고 꾸밈없는 셀프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해요. 그 셀프의 시간을 위해 우리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힘, 사회적 인정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삶을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해요. 결코 죽음이 해결책이 아니라 ‘나 자신의 소중한 가능성’과 만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강인하고 지혜로운 존재들이에요. 고통은 결코 영원하지 않아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우리의 희망이, 삶에 대한 궁극적인 사랑이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저는 믿어요.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청년들, 직장인들, 워킹맘들, 중년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짧게 짚어주신다면요?


다 같아요. 나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볼 수 있는 용기, 내면의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 그 어떤 타인의 비난에도 나를 내던지지 않을 용기예요.

 

‘정여울’이라는 이름 앞에 ‘문학평론가, 상처 입은 치유자, 내성적인 여행자, 삶을 사랑하는 자’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떤 순간에도 읽기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럼으로써 매일매일 개성화되어가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랑과 희망과 용기가 결국 고통과 분노와 증오를 이겨낼 수 있음을 삶으로 증명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정여울


작가.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등이 있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정여울 저 | 김영사
우리 스스로 치유자가 될 수 있는 힘을 기를 때, 비로소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일 것이다.” 스스로를 할퀴고 비하하는 당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돌보는 것. 나를 돌보는 여정에서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이야기는 가장 명쾌하고 다정한 자기돌봄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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