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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새로운 왕 - (여자)아이들, 「LION」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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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여성 아이돌이 나타났다. 절정은 아무래도 마지막 경연곡이었던 「LION」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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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사랑받을 거라 믿었던 아이돌은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오랫동안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조작의 산물이었다는 게 밝혀진 2019년 가을, 그나마 이 프로그램이 있어서 케이팝의 팬들은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퀸덤」은 박봄, AOA, 마마무, 러블리즈, 오마이걸, (여자)아이들이 동시에 출연한 경연 프로그램이다. 현장투표와 온라인 음원 차트, 생방송 문자투표 같은 것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해당 방송사의 종특이라 할 수 있는 ‘오디션’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완성된 여성 아이돌의 경쟁이라는 점에서는 ‘캣파이트’를 부추겨 눈요깃거리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방송이 끝난 후, 그런 것들은 기우임이 밝혀졌으니, 그 공로의 대부분은 여섯 팀의 출연진에게 있다. 그중에서도 (여자)아이들의 무대 몇 지금 케이팝의 최전선에 누가 서 있는 여실히 보여 주는 증표와 같았다. 거기에는 (여자)아이들이 서 있다. 
 
(여자)아이들은 첫 경연에서 데뷔곡 「LATATA」를 주술적이고 신비한 방식으로 편곡해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 순위와 상관없이 회차마다 다른 개성의 무대를 선보였다. 그들의 숨겨진 명곡이었던 「싫다고 말해」를 통해서는 콘셉트를 정확히 이해한 표정 연기와 무대 연출로 다시 한번 놀라움을 선사했다. 절정은 아무래도 마지막 경연곡이었던 「LION」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위와 관계없이 케이블 방송사 특유의 방송 취지를 역전시켜버린 여성 아이돌의 포부를 ‘사자’(아마도 암사자일 것이다.)로 표현해낸 것도 탁월했을 뿐만 아니라, 대담하고 변화무쌍한 흐름의 음악 자체도 근래 보기 드물게 훌륭했다. 이미 놀라고 있는 와중에 더욱 놀랄 일은 이러한 「퀸덤」에서의 (여자)아이들의 성과가 멤버 ‘소연’의 기획 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3분 동안의 무대만 볼 수 있었던 여타의 음악 프로그램과 달리 「퀸덤」은 하나의 무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전달하였고, 우리는 말로만 들었던 소연의 역할과 능력치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대형 기획사(큐브)가 오래 공들인 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높은 성적을 기록한 그룹이다. (여자)아이들은 「퀸덤」에서도 1위에 올랐던 「LATATA」를 통해 데뷔 직후 1위에 올랐고 이후 발표하는 노래마다 음원 사이트와 음악 방송을 가리지 않고 높은 순위에 자리를 잡는다. 청순함과 섹시함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럼에도 모두를 포괄하는 이 그룹의 매력은 뒤이은 히트곡 「한(―)」과 「Senorita」에 이르기까지 더욱 도드라진다. 「1997년생부터 2000년생까지로 구성된 팀이지만 ‘유혹’과 ‘이별’의 감정 표현 모두 능수능란했으며, 여섯 명이 채우는 무대의 장악력 또한 남달랐다. 이러한 남다름은 역시 조금은 다른 활동 변경에까지 가닿는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가상 캐릭터 역할을 맡고, 런칭 영상 주제곡을 부른 것도 그 경계에 해당한다.
 
최근 히트곡인 「Uh-Oh」에서의 도전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1990년대에 걸음마나 떼었을 이들이 형상화한 뉴트로 감성은 억지스럽기는커녕 (여자)아이들이 다룰 수 있는 음악과 콘셉트의 자유분방함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에스닉에서부터 뉴트로까지 그들의 퍼포먼스는 그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르기 주저하게 될 만큼 성숙하고 도발적이다. 능숙한데 새롭다. 예리하되 자연스럽다. 이 넓은 영역의 기획자가 멤버인 소연이라는 데 이 그룹의 특장점이 있다. 동료들을 뮤즈 삼아 그는 작곡과 작사, 랩메이킹과 콘셉트 설정까지, 프로듀서의 모든 영역을 커버한다. 소연의 커버가 다른 멤버의 그늘이 되는 건 아니다. 멤버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천재) 프로듀서의 능력은, 그렇게 장점을 찾은 아티스트에게 자유를 주기 마련이다. 지금 (여자)아이들의 소연을 포함한 여섯 멤버는 모두 지극히 자유로워 보인다.
 
다시 「LION」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경연곡 여섯 중에서 유일하게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이 노래에서 그들은 말한다. “난 나의 눈을 가리고 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뻔한 리듬을 망치고 사자의 춤을 바치고” 눈을 가리는 것도 자신이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도 자신이다. 뻔한 리듬을 망치고 사자의 춤을 바치는 주체도 자기 자신일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여성 아이돌이 나타났다. 밀림이 새로운 왕들을 글로 모실 때는 ‘(여자)아이들’로 써야 하지만, 감히 읽을 때는 ‘아이들’로 읽어야 한다. 여기에 아이의 뜻이 ‘Kids’는 아닐 것이다. 나(I)를 뜻하는 것이다. 왕이 나타나셔서 나는 나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누가 군소리를 달겠는가? 진짜가 나타났다. 지금 케이팝은 곧, (여자)아이들이다. 
 

 

 

 

 

 


 

 

(여자) 아이들 - LION(여자)아이들 노래 | (주) 카카오 M / 주식회사 큐브엔터테인먼트
마지막 경연곡 여섯 중에서 유일하게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이 노래에서 그들은 말한다. “난 나의 눈을 가리고 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뻔한 리듬을 망치고 사자의 춤을 바치고” 눈을 가리는 것도 자신이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도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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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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