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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속 환상의 고양이 콤비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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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겨울 눈이 내릴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봉달이와 덩달이 (2019. 1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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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길고양이에게 시련의 계절이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고양이가 먹을 만한 모든 것이 얼어붙고 눈에 묻힌다. 강추위 속에서 한뎃잠을 자는 고양이들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마리가 뒤엉켜 잠을 자기도 하고, 누군가 내놓은 박스에 들어가거나 불을 때고 난 아궁이 속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개중에는 온몸으로 폭설에 맞서는 보기 드문 고양이들도 있다. 나의 옛날 친구 봉달이(노랑이)와 덩달이(고등어)가 바로 그런 고양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주워들은 듯 폭설을 즐길 줄 아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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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참 많은 고양이 사진을 찍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꼽으라면 지체 없이 나는 이 사진을 꼽는다. 눈밭을 다정하게 걸어오는 봉달이와 덩달이 사진이다. 막연히 고양이는 눈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든 봉달이와 덩달이의 동행 사진. 이웃마을에 살던 봉달이와 덩달이는 폭설에도 아랑곳없이 설원을 함께 내달리고 뒹굴던 단짝 친구이자 환상의 콤비였다.


폭설 속에서 언제나 먼저 용감하게 눈밭으로 뛰어드는 쪽은 봉달이였다. 봉달이가 한참 눈밭을 내달리면 덩달아 덩달이가 뛰쳐나온다. 두 녀석은 서로 눈밭을 뒹굴고, 달리고, 눈밭에서 잡기 놀이까지 한다. 이 녀석들은 고양이가 대체로 눈을 싫어한다는 속설을 가볍게 무시했다. 둘이서 단짝을 이뤄 확률도 없는 새 사냥에 나서는가 하면, 뜬금없이 눈밭 경주를 벌이기도 한다. 출전 선수는 달랑 두 마리에 트랙도 벌판이고 관중도 없어 썰렁하지만,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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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어디까지 달리는지, 무엇 때문에 달리는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 봉달이가 달리니까 그저 덩달이도 덩달아 달린다. 그런데 덩달아 달리는 녀석이 더 빠르다. 가만 보니, 봉달이는 달리는 게 아니라 숫제 허우적거리며 눈밭 수영을 한다. 며칠간 내린 눈은 고양이의 목까지 덮을 정도로 푸짐하게 쌓였다. 누가 달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두 녀석은 헉헉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이다.
 
열심히 뛰고 뒹굴다보니 두 녀석의 몸은 온통 눈이 들러붙어 눈고양이가 따로 없다. 봉달이는 눈과 찬바람에 코까지 빨개졌다. 덩달이는 한참을 뛰어놀아 몸에 열이 나는지 눈밭 세수까지 한다. 세수를 하며 웃기까지 한다. 설마 고양이가 웃겠어요?, 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진 속의 덩달이는 분명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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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렇게 놀던 봉달이와 덩달이는 눈밭 한가운데서 서로 그루밍을 하며 눈을 털어주기도 한다. 힘들면 그냥 그만 하고 집에 가면 되는데, 기어코 두 녀석은 눈밭에 참호를 만들어놓고 둘이 딱 붙어 쉰다. 발바닥이 시릴 법도 한데, 녀석들은 좀처럼 눈밭을 떠날 생각이 없다. 이 녀석들을 강제로 눈밭에서 끌어낼 방법은 단 하나. 밖에서 사료 봉지를 흔들어 녀석들을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봉달이가 훨씬 동작이 빠르다.  
 
못 말리는 단짝 고양이, 봉달이와 덩달이. 언제 봐도 이 녀석들 사이가 좋다. 눈이 오면 함께 눈 구경을 하고, 함께 눈밭을 달리고, 산책하고, 보금자리로 돌아와서도 함께 먹고, 함께 체온을 나누며 겨울밤을 보낸다. 언제나 함께여서 보기 좋은 친구들. 덕분에 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눈고양이 사진을 꽤 많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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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도 다 녹고 정작 날도 따뜻해진 어느 늦은 봄날, 봉달이는 동네 식당에서 놓은 쥐약으로 머나 먼 길을 떠났다. 오랜 시간 녀석이 보이지 않아 이웃마을 캣맘에게 물어보니 쥐약으로 인해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마저 고양이별로 떠났다는 것이다. 다행히 덩달이는 무사했지만, 이듬해 여름 이 녀석도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버렸다.
 
여전히 한겨울 눈이 내릴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봉달이와 덩달이. 책을 펼치면 여전히 그 속에서 장난을 치며 내게 걸어올 것만 같은 나의 오랜 친구들! 잘 지내지? 거기도 눈이 오니?   
 
 

 

 

 

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이용한 저 | 위즈덤하우스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도움을 주는 만큼 도움도 받는다. 웃음을 잃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들의 길 위의 날들이 평화롭기를, 아름답지 않아도 아프지 않기를, 복되지 않아도 고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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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용한(시인)

시인. 정처 없는 시간의 유목민.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고양이 춤] 제작과 시나리오에도 참여했으며,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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