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태연, 송캠프를 비껴간 음악을 기다린다

태연 『Purpos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중간중간 감지되는 유사성은 다소 아쉽지만, 그에 매몰됨 없이 좋은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은 뮤지션 자체의 역량뿐만 아니라 작업과정에서의 수많은 고민 역시 수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9. 11. 27)

I11cq8Tgd1FkW6GlWIJUy26VrrbI.jpg

 

 

어느덧 솔로가수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되는 그. 비교적 단시간에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오롯이 가수라는 역할에 집중했던 점. 드라마 OST 히트로 대중성과 존재감을 획득했다는 점. 여기에 싱글 및 EP가 득세하는 시대에 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평단의 우려를 불식했다는 것까지. 그런 점에서 1집 <My Voice>는 멋진 시도이자 걸출한 결과물로서 자리한다. 다양한 사운드 스케이프와 이를 유영하는 그의 목소리. 그룹 시절의 영광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 달리, 자신과 팀을 정확히 분리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빛나는 전례가 있었기에 「불티 (Spark)」에 살짝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에밀리 산데의 「Hurts」와 아델의 「Rollin’ in the deep」을 뒤섞은 듯한 강한 레퍼런스가 감지되었던 탓. 이를 비롯해 테일러 스위프트나 스테이시 오리코 등 여러 영미 여성 팝 싱어들이 머릿속을 오가는 초반 트랙 중에서도 유난히 기시감이 강한 트랙을 타이틀로 선정했다는 점은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다. 다소 어두운 무드와 중저음 중심의 가창 역시 낯설어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

 

반복적인 감상을 거치며 목소리에 집중할수록 작품의 진가가 드러난다. 강한 비트 중심의 곡조를 홀로 소화해내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것, 디테일한 보컬 디렉팅으로 곡마다, 소절마다 다른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높은 완성도의 기반이 된다. 이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곡이 바로 「Love you like crazy」다. 초반부터 피아노의 저음부가 강하게 던져 짐에도 그 역시 노래에 힘을 싣고 멋스럽게 음을 꺾으며 정면으로 부딪힌다. 후렴에서는 의도적으로 바이브레이션을 억제하고, 가상과 진성의 교차를 통해 감정의 파고를 만드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보다 느린 BPM을 타고 음절을 충분히 끌어 냉소적인 표정을 연출하는 「하하하(LOL)」, 흑백영화를 연상케 하는 빈티지한 반주 속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분하는 「Better babe」 등, 해석력에 기반한 감정표현에도 능숙하다. 절정부를 가성으로 처리해 보다 풍성한 정서를 유도한 「Wine」까지, 러닝타임엔 가수의 생각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단순히 곡을 받아서 부르는 것이 아닌, 발전의 계기로 삼아 다시 한번 진화하겠다는 그런 의지 말이다.

 

초반 공격적인 어프로치로 모험의 여정을 지나왔다면, 후반부는 본래의 매력을 어필하는 힐링타임이다. 재즈 기반의 「Do you love me」는 첫 감상 시 특히 좋았던 곡으로, 현악세션과 함께 어우러지는 가창을 통해 장르적인 음악에도 특화된 그를 만나볼 수 있다. 리드미컬한 곡조 아래 시티팝과 캐롤을 반씩 섞은 듯한 아련함으로 다가오는 「City love」까지. 앞에서 이야기한 장점을 러닝타임 끝까지 유지하며 탄탄한 수록곡들을 빚어내고 있다.

 

이르게 많은 성과를 거둔 그다. 중간중간 감지되는 유사성은 다소 아쉽지만, 그에 매몰됨 없이 좋은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은 뮤지션 자체의 역량뿐만 아니라 작업과정에서의 수많은 고민 역시 수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SM이라는, 퍼포먼스 그룹 중심의 컨텐츠를 기획하는 곳에서 이 정도의 솔로작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만 동시에 한계 역시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에서의 그의 역량은 분명 빛나지만, 외국 작곡가를 통한 무국적 음악을 지향하는 현재의 관습적인 시스템 안에서 이 이상 나아갈 수 있을지 약간의 우려가 동반되는 탓이다. 보아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고착화된 케이팝 프로덕션이라는 것은 그룹을 넘어 자신의 음악을 하려는 이들에게 있어 뜻하지 않은 장애로 다가오기도 한다.

 

전작의 「Time lapse」나 「When I was young」, 이번 앨범의 「Do you love me」 같이 송캠프 체제에서 살짝 비껴가 있는 곡들이 좀 더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정서를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과의 협업 및 소통이야말로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아이돌이기에, SM이기에 받을 수 있었던 프로덕션 및 시스템에 대한 혜택 및 도움을 잠시 내려놓고, 본인 내면의 언어와 숨결이 동료 뮤지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해방되는 그런 작품을 만나길 바라는 이기적인 욕심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그리 멀지 않았으리라 본다.

 


 

 

태연 - Purpose태연 (소녀시대) 노래 | 드림어스컴퍼니 / SM Entertainment
태연 공식 홈페이지 및 각종 SNS 소녀시대 계정을 통해 태연의 변신을 담은 티저 이미지는 물론, 신곡 분위기를 미리 만날 수 있는 하이라이트 클립을 순차 공개한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