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진희,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선사하는 울림

전진희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단출한 편곡임에도 음악에 힘을 싣는 건 솔직한 가사와 서툴지만 포근한 목소리다. (2019. 11. 13)

ImageService.jpg

 

 

낱말을 꾹꾹 눌러 담지 않아도 그 진심이 와닿는 노래가 있다. 밴드 경연 프로그램 'TOP 밴드'에서 주목받은 '하비누아주'의 피아니스트 전진희의 정규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가 그렇다.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담백한 피아노 연주에 짧은 노랫말을 담았다. 더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아픔을 제법 따뜻한 기운으로 노래한다.

 

연주로만 흘러가는 '나의 호수'로 앨범의 막을 연다.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페달 밟는 소리로 잔잔한 호수의 물결을 연상시키고, 울적한 스트링 선율로 숨겨놓은 슬픈 자아를 분출한다. 그렇게 호수에 '물결'이 일렁이면 '아주 많은 것들이 나를 / 쥐고 흔들어대네 / 나의 고요했던 호수는 / 성난 파도가 치네' 라는 노랫말로 고통 앞에서 평정심을 잃고 마는 이들에게 나지막이 공감의 위로를 건넨다.

 

몽롱한 피아노 소리와 담담하게 읊조리는 노래는 마지막 트랙인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까지 이어진다. 앨범은 삶의 우울과, 그것을 인정하며 나아지기까지의 과정을 노래한다. 음반의 진정성은 피아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아닌 가사에 집중하며, 감정의 전달자 역할을 해낸다는 데에 있다. 지친 삶 속에서 행복할 자신이 없다고 노래하는 '자신 없는데'와, 형편없는 나의 하루와 달리 예쁘기만 한 달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달이 예쁘네' 또한 여전히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내가 싫어'라고 솔직히 고백하며, 간주에 피아노 연주를 더해 잠시 가사를 음미하게 한다. 유일하게 기타연주로 시작되는 '왜 울어'는 유지해오던 비관의 가사에 따뜻한 기타 선율이 더해져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앨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이것이 지루함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되려 수록곡 내내 차분히 이어가는 감정을 방해하지 않으며 몰입도를 높인다.

 

때로는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 말해주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울적한 감정으로 시작해 결국엔 외면하고 싶은 감정을 마주하며 인정하는 단계에 머물기까지, 앨범은 청춘의 성장통을 조용히 담아냈다. 단출한 편곡임에도 음악에 힘을 싣는 건 솔직한 가사와 서툴지만 포근한 목소리. 그게 전부다.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라는 회상적 문장이 담아낸 서늘하고도 따뜻한 앨범이다.


 

 

전진희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전진희 노래 | 비스킷 사운드 / 페이지터너
잔잔한 호수는 작은 돌질에도 물결이 일렁인다. 벗어날 수도 없는 그곳에서 심연이 되어간다. 그를 깨운 건 수면 위로 비친 달빛. 한줄기 위로가 기억을 소생시킨다. 편안해지고, 그리워진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전진희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전진희>16,300원(19% + 1%)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혼자라는 사실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우연히라도 마주치자. 슬픔이 반이 되지 않는다 해도 함께 나누자. 전진희의 두 번째 앨범이 당신의 슬픔에게 말을 건넨다. 여기 쉬어갈 호수가 있다고. 잔잔한 호수는 작은 돌질에도 물결이 일렁인다. 벗어날 수도 없는 그곳에서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이토록 매혹적인 외국어 공부

인간은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외국어 공부는 보다 넓은 세계도 보여준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응용언어학자 김미소 두 저자가 쓴 글을 읽으면 미치도록 외국어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영어, 일어 모두.

배우 문가영이 아닌, 사람 문가영의 은밀한 기록

배우 문가영의 첫 산문집. 문가영은 이번 에세이를 통해 ‘파타’라는 새로운 얼굴을 통해 자신의 내밀한 언어들을 선보인다. 자신을 경계인으로 규정하며, 솔직한 생각과 경험을 형태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실험적으로 다뤄냈다. 앞으로의 그녀가 더 기대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 에세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로운 삶에 도달한 68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드로우앤드류의 신간이다. 남에게 보이는 삶을 벗어나 온전한 나의 삶을 위해 해온 노력과 경험을 들려준다. 막막하고 불안한 20-30대에게 자신만의 삶을 방식을 찾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사교육의 나라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잡기

단돈 8만 원으로 자녀를 과학고에 보낸 엄마가 알려주는 사교육을 줄이고 최상위권 성적으로 도약하는 법! 고액의 사교육비와 학원에 의존하는 대신, 아이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위해 부모가 가정에서 어떻게 올바른 학습 환경을 마련하고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