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북극에서 보내온 여성 과학자의 삶 이야기

『엄마는 북극 출장 중』 이유경 박사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과학은 뭔가 복잡하고 어렵고 지루해 보이니까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세계랍니다. 정직한 데이터로 세상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낼 때 그 짜릿한 기쁨을 꼭 맛보시길! (2019.10.23)

사진1.jpg

 

 

동네 골목에서 뛰어놀던 소녀는 중학생 때 우연히 과학반에 들어가게 된다. 10여 년 뒤 그 소녀는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극지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알래스카, 그린란드,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등 북극 다산과학기지 일대를 누비며 연구에 몰두한다.  『엄마는 북극 출장 중』  은 과학자의 꿈을 꾸지 않았지만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어 과학자로 살아온 한 여성 생물학자의 분투기로, 과학자로서 기대와 좌절, 과로와 피곤, 도전과 실패 그리고 크고 작은 성공으로 채워진 삶을 뒤돌아보고, 여전히 과학자로서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800x0.jpg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요? 왜, 어떻게 과학자가 되셨습니까?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뒷동산과 동네 골목에서 뛰어놀았고 꿈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집이 산 옆이어서 겨울에는 쌀 포대나 아빠가 만들어주신 나무판을 깔고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기도 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과학반에 들어갔어요. 그때 실험이 재미있어서 막연하게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를 꿈꾸었습니다. 사실 과학자가 뭘 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어요. 고등학생 때서야 과학자가 되려면 먼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걸 알고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요. 대학교에 들어가 채집 여행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닷가 물웅덩이에 사는 생물들을 보고 너무 신기했어요. 대학 2학년 실험 실습 시간에 홍조류를 키우면서 이들의 성생활(웃음)이 흥미로워 계속 관심을 갖다 보니 어느새 과학자가 되어 있더라고요.


과학자가 되고 나서 어떤 것들을 연구하셨는지요?

 

박사과정의 연구 주제는 홍조류인 비단잘록이의 성(sex)이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해조류도 암배우체, 수배우체라는 성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요? 그런데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생물학에서 배우체는 염색체가 한 벌만 있는 시기를 의미해요. 사람은 염색체가 두 벌, 총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가 난자와 정자만 23개의 염색체를 갖지요. 홍조류는 염색체를 한 벌 가질 때와 두 벌 가질 때가 각각 있어요. 한 벌일 때를 배우체, 두 벌일 때를 포자체라고 해요. 비단잘록이의 경우 배우체와 포자체가 똑같이 생겼어요. 암배우체랑 수배우체도 모양이 같고요. 어릴 때는 서로 구분이 되지 않다가 생식기가 생겨야만 구분이 돼요. 생김새가 똑같은 비단잘록이가 성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알아내는 게 연구 주제였어요. 제가 조금 알아내기는 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답니다.

 

 

비단잘록이1-tile.jpg

이유경 박사의 연구 주제인 비단잘록이

 


여성이고 엄마이면서 과학자의 길을 걷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 세계에서 여성은 비주류에 속하고, 어쩌면 임신, 출산은 걸림돌이 되기도 했을 텐데요.

 

사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여자라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박사과정 때 실험실에 있던 여자 선배님들이 앞서서 길을 개척해 주신 덕분이지요. 책에 미처 쓰지 못했지만, 당시에 후배들이 기죽지 않고 생활하도록 보호막이 되어 주신 황미숙 박사님(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장)과 김명숙 교수님(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장)께 감사드려요. 특히 황미숙 박사님은 홍조류를 키우며 이들의 성분화에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신 실험 조교이기도 하셨지요. 비단잘록이 채집에도 함께 가주고, 세포 융합 실험 방법도 알려주시고요. 극지연구소에서는 연구팀 리더인 이홍금 박사님이 같은 여성 과학자로서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을 거치는 몇 년 동안 제 처지를 이해하고 격려해 주셨어요. 이런 선배님들 덕분에 과학자가 된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 길을 걸을 수 있었지요.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많이 들어봤어도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조금 생소한 것 같습니다. 어디에 있고, 어떤 곳인지요. 그리고 2곳 모두 극지연구소 소속이라고 들었습니다. 극지연구소도 소개해주세요.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스발바르제도’라는 곳에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전혀 몰랐어요. 첫 북극 출장을 앞두고 알았지요. 그린란드 오른쪽, 노르웨이 북쪽에 위치해 있어요. 이곳은 원래 주인 없는 땅이었는데, 1920년 스발바르 조약을 통해 스발바르제도를 노르웨이가 관할하되 이 조약에 가입한 나라의 국민은 이곳에서 노르웨이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었어요. 이 조약에 우리나라는 2013년, 북한은 2016년 가입했어요. 노르웨이가 관할하지만 스발바르 자치 지방정부가 있고 노르웨이에서 스발바르로 갈 때 여권에 출국 도장을 받고 돌아올 때는 입국 도장도 받는답니다.


극지연구소는 북극 다산과학기지뿐만 아니라 남극 세종과학기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운영하는 대한민국 극지 연구 전문기관으로, 지구과학ㆍ해양학ㆍ대기과학ㆍ생물학ㆍ빙하학을 주축으로 다양한 자연과학 분야에서 남극과 북극을 연구하고 있어요. 매주 화요일에 연구소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과학 문화 확산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북극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북극연구체험단(21C 다산주니어)도 모집하고 있어요. 홈페이지(//www.kopri.re.kr)를 한번 방문해보세요.


북극 하면 가장 먼저 “엄청 춥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추위 말고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북극의 여름은 엄청 춥지는 않아요. 다산과학기지의 경우 우리나라의 초겨울과 비슷해서 0~5도(냉장고 냉장실 온도), 알래스카는 10~20도까지도 올라가요. 하지만 찬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모자를 쓰지 않으면 한두 시간 만에 머리가 얼얼해져요. 추위보다 더 힘든 건 화장실이 없다는 것과 모기가 많다는 것이지요. 우리 팀의 남성진 연구원은 매년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극에 가는데, 모기에 물리는 것도 연구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북극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지요. 북극곰이 배고플 때 만나면 정말 위험하거든요.

 

 

그린란드-tile.jpg

그린란드와 다산과학기지 주변

 


강연에서 “과학자는 ~이다”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하셨는데, 어떤 대답들이 나오는지요? 또 박사님께서는 “과학자는 ~이다”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청중에게 답을 들었는데, 과학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탐구하거나 궁금한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어요. 과학자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변화시키고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가끔은 엉뚱하고 괴짜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학자를 “알려지지 않은 자연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이 지금 당장 새로운 기술로 연결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우리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뤄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의 역사가 과학의 가치를 증명해 주고 있듯이 말이에요.


이 책을 누가 어떻게 읽길 바라시는지요. 그리고 과학자를 꿈꾸거나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과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주저하는 학생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과학자가 되기까지 불확실성이 크기는 하지만, 정말 흥미롭고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거든요. 어떻게 하면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이 과학자의 길을 보여주는 하나의 대답이 되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간단하고 재미있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시대라서 과학이 별 매력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요. 과학은 뭔가 복잡하고 어렵고 지루해 보이니까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세계랍니다. 정직한 데이터로 세상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낼 때 그 짜릿한 기쁨을 꼭 맛보시길!

 

 

*이유경


이유경 박사는 한국 극지연구소(KOPRI)의 책임연구원이다. 2013년부터는 북극이사회 실무그룹인 북극 모니터링 및 평가 프로그램(AMAP)의 한국대표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9차례에 걸쳐 스발바르를 방문했으며 빙하 후퇴 지역 생태계 천이를 연구하고 있다. 현장조사를 하면서 툰드라 식물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녀는 그들의 숨은 아름다움에 더욱 사로잡혔다. 이 특별한 식물의 놀라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2014년 동료들과 함께 『북극 툰드라에 피는 꽃』을 출간했다. 이 외에 공저서로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 『아틱노트』 등이 있다.

 

 


 

 

엄마는 북극 출장 중이유경 저 | 에코리브르
과학자의 꿈을 꾸지 않았지만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어 과학자로 살아온 한 여성 생물학자의 분투기로, 과학자로서 기대와 좌절, 과로와 피곤, 도전과 실패 그리고 크고 작은 성공으로 채워진 삶을 뒤돌아보고, 여전히 과학자로서 기대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엄마는 북극 출장 중

<이유경> 저13,500원(10% + 1%)

극지연구소 연구원이며 여성이자 엄마인 이유경 박사, 과학자가 되고 과학자로 살고 과학자로 살아갈 삶의 이야기! 동네 골목에서 뛰어놀던 소녀는 중학생 때 우연히 과학반에 들어가게 된다. 실험실의 독특한 냄새는 그를 잡아끌었다. 호기심 많고 궁금한 건 그냥 넘어가지 않던 소녀는 10여 년 후 대학교에서 생물학..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