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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덕후, 유럽 가다] (2) 괴테하우스에서 살인사건, 어때?

괴테와 조은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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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주변 사람들 선물을 챙기는 편이다. 특히 이번 유럽여행 때는 생일선물을 많이 샀다. 9월 생일인 사람이 주변에 참 많다. 보이는 대로 잡히는 대로 누군가 생각날 때마다 사고 있었는데 이 플레이모빌을 보자니 생각나는 사람, 정확히는 공간이 있었다. (201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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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망원동 카페 홈즈를 배경으로 한 앤설러지  『카페 홈즈에 가면?』  을 출간했다. 이 책을 낸 건 어디까지나 망원동 카페 홈즈가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책을 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사에서 속편을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럽시다” 한 후, 이 궁리 저 궁리 하자니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유럽에 갔는데 카페 홈즈랑 똑같은 곳이 있다면 어떨까?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지난 9월 들른 프랑크푸르트하고도 괴테하우스에서 구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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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은 언제 어디나 한산하다. 9월 15일, 프랑크푸르트의 일요일 풍경 역시 다름없었다. 전날 토요일 밤엔 거리마다 노천카페며 레스토랑이 열려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사람들은 갖은 음식에 맥주를 곁들였다. 우리 일행 역시 그들 중 한 팀이었다. 열두 명의 일행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 호프집에 들러 맥주와 모둠안주를 즐겼다. 괴테하우스는 그 호프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아직 괴테하우스는 운영 전이었다. 시간을 때울 겸 주변을 기웃거리자니 괴테하우스 반대편에 있는 1층 카페테리아가 눈길을 끌었다.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풍경이었다. 분명 처음 왔는데 왜 이리 낯이 익은가 싶었더니……어딘지 모르게 카페 홈즈와 닮은 꼴이었다. 이때부터 내 머릿속은 즐거운 살인(?)으로 가득해졌다. 이 카페에 괴테하우스를 바라보는 누군가 있다면, 그리고 이런 카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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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을 일으키자고 결심하자니 괴테하우스가 더욱 기대됐다. 오픈시간 땡 하고 건물에 들어간 후, “어디서 어떻게 살인을 일으킬 것인가”로 내내 마음이 분주했다. 괴테가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다는 발판, 괴테가 앉아 소설을 썼다는 책상,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천문시계, 수많은 방과 그 방에 붙은 이름의 유래에 일일이 감탄하다가 꼭대기 층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소설에 쓸 수 있을 법한 물건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인형극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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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마다 꼭두각시 인형극을 보여줬다고 한다. 어린 괴테는 이런 할머니의 꼭두각시 인형극을 보며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이야기가 극이 되는가”를 체득했으리라. 이런 경험 덕에 훗날 괴테는  『파우스트』  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작품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나는 상상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눈이 내리는 괴테하우스, 그 맞은편 카페 홈즈를 꼭 닮은 풍경에서 살해당한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이 할머니의 죽음을 괴테의 어린 시절 인형극에 빗대어 풀어내는 어느 겨울의 미스터리를 말이다. 그리고 또 나는 상상했다. 이런 망측한(?) 생각을 한 나를 괴테는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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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살인, 카페 홈즈라는 세 개의 키워드에서 비롯된 망상에 가까운 소설의 착상에서 벗어난 것은 입구 앞 작은 강당에서였다. 집안을 모두 구경하고 다시 가보니, 이곳은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이 전시된 공간이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로 흔적을 남겼다. 나 역시 내 이름을 이곳에 남겼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이곳에서 살인을 일으킬 거요!”라고 적고 싶었으나, 테러 위협으로 오해받아 독일경찰서 구경하는 소동이 일어날까봐 참았다.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겠다, 방명록에 이름도 남겼겠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기프트숍에 도착해보니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헤르만 헷세 뮤지엄에서 아쉬웠던 굿즈가 이곳에 그득했다. 무엇을 살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주변을 살피다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괴테 피규어와 괴테 플레이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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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주변 사람들 선물을 챙기는 편이다. 특히 이번 유럽여행 때는 생일선물을 많이 샀다. 9월 생일인 사람이 주변에 참 많다. 보이는 대로 잡히는 대로 누군가 생각날 때마다 사고 있었는데 이 플레이모빌을 보자니 생각나는 사람, 정확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성산동 작은 서점 ‘조은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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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출발하기 직전, 북토크가 또 잡혔다. 성산동 작은 서점 ‘조은이책’에서 유럽여행이 끝난 다음 주에 오라고 초대해주셨다. ‘조은이책’은 예전, 김동식 작가 북토크 때 취재 겸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처음 갔던 ‘조은이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입구 앞에 서 있던 대형 플레이모빌이었다. 게다가 서점 곳곳에는 귀여운 인형과 피규어를 비롯해 수많은 플레이모빌과, 플레이모빌을 찍은 사진책 『맑은 날씨 좀 당겨써볼까?』  도 놓여 있었다.

 

『맑은 날씨 좀 당겨써볼까?』  의 저자 조미나는 13년차 플레이모빌 덕후로 플레이모빌을 데리고 어디든 간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장 두 장 사진으로 찍어 모으다가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어 플레이모빌 독일 본사에서 선물까지 보내주는 성공한 덕후가 되었다. 플레이모빌의 고향 독일에 왔다. 프랑크프루트하고도 괴테하우스, 그곳에서만 파는 플레이모빌을 보자니 이 책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조은이책’에 괴테를 선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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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플레이모빌 괴테는 ‘조은이책’에서 자신이 쓴  『파우스트』  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맑은 날씨 좀 당겨써볼까?조미나 저 | 위즈덤하우스
13년간 플레이모빌 덕후로 살아온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사진 120여 점이 공감도 높은 글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현실이 허락지 않을 때, 답답한 마음을 조용히 달래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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