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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북클러버] 정여울 “책은 구입하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북클러버 2기 모임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함께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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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빈센트가 나만의 빈센트가 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랑을 실험해 보시기 바라요.” (2019. 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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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 예스24 홍대점 3층 커뮤니티 룸에서 진행된 북클러버 2기 모임

 


오프라인 독서 모임 북클러버 2기 모임이 시작됐다. 북클러버는 한 달에 한 번 같은 책을 읽고 만나는 예스24의 독서 모임 서비스다. 총 석 달 동안 진행되며, 작가와 함께하는 ‘작가의 북클러버’와 독자가 직접 꾸리는 ‘독립 북클러버’가 있다. 9월부터 시작된 작가의 북클러버 2기는 인기 북튜버 김겨울 작가와 정여울 작가가 함께한다.


9월 24일은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에서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북클러버 모임이었다. 첫 번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정여울 작가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 다. 이 책은 정여울 작가가 자기만의 빈센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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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구입하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책 속의 내용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진정한 러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빈센트’라는 하나의 책을 읽은 사람인 것 같아요. 짧은 생이었지만, 불꽃 같은 삶을 산 사람이잖아요. 만약 미술책이라면 못 썼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빈센트’라는 사람과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이자 관람객의 마음으로 써 내려간 책이에요.”

 

“빈센트는 내게 선물했다. 내게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모든 세계를, 내게 허락되지 않는 모든 세계를 감히 꿈꾸는 용기를” - 9쪽

 

빈센트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등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하나쯤은 알고 있는 작품명이 있을 정도로 삶과 예술 작품 모두가 널리 알려진 화가다. 정여울 작가는 오래전부터 빈센트를 좋아했지만, 빈센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빈센트를 좋아하는 마음을 깨닫고 인정했다. 짧은 일본 여행을 떠났던 정 작가는 우연히 빈센트의 ‘해바라기’가 보험회사 건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날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작품을 보고 싶었다. 건물 앞에 앉아서 4시간을 기다리다가 휴일이라 문을 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간이 즐겁고 기다렸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의 진정한 기쁨을 발견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때 자기발견을 하게 된 거예요. 내가 사실은 빈센트를 엄청 좋아하고, 빈센트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구나. 그러면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던 작품이 뭐였을까’ 생각하다가 ‘별이 빛나는 밤’을 보러 가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막 서른이 되었던 때였고,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평소 빚을 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정여울 작가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여행 자금을 빌리기까지 했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뉴욕 현대미술관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서자 눈물이 쏟아졌다.


“부모님이 제가 글 쓰는 걸 반대하실 때였어요. 큰 딸이었고,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하던 자식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크셨어요. 힘들게 자식들을 키우셨던 것에 대해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많은 게 저를 규정하고 있었죠. 그런 시기에 대뜸 빈센트의 그림을 보겠다고 뉴욕에 간 거예요.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진 거예요. 빈센트의 간절함과 저의 간절함이 만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시간 이후 정여울 작가는 빈센트를 찾아 수많은 여행을 떠난다. 빈센트를 이해하고, 자신을 알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 시간은 빈센트의 작품뿐만 아니라 빈센트라는 사람의 내면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빈센트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친구보다 빈센트가 더 친한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빈센트의 예민하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림자 같은 면에서 저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그 우울한 면을 굉장히 창조적으로 승화시킨 데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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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은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설명하는 정여울 작가

 

 

“빈센트는 평생 타인의 오해와 비판, 멸시와 조롱 속에서 분투했다. 그는 분명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였지만 가족조차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은 환경에서 벌인 평생의 투쟁은 끝내 그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 67쪽

 

누구에게나 상처나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증오나 폭력으로 나타내고, 어떤 사람은 덮어버릴 수도 있다. 빈센트는 자신의 상처를 미술로 표현했다. 증오나 폭력으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표출이라면 음악이나 미술, 글쓰기로 보여주는 것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승화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진짜 잠재력은 그림자 층에 있어요. 빙산의 1/7 정도만 바깥에 나와 있다고 하잖아요. 본질은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것처럼 우리도 의식과 무의식이 갈려 있는 거예요.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의식을 규정한다고 생각했어요. 의지만 갖고 되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고 살면서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지나갔던 과거의 일들이 무의식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보이는 면을 에고라고 한다면 숨겨진 무의식을 셀프라고 할 수 있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얼굴, 즉 에고의 가장 바깥 부분에 있는 것이 페르소나다. 사람들은 페르소나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관계 맺는다. 특히 현대인들은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유학이나 이민, 이직 등으로 장소를 옮기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고, 그에 따라 맺는 관계에서 주어진 역할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는 우리를 보호하고 위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강인한 내면을 가진 사람들은 페르소나가 셀프를 누르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자기 삶이 풍요롭고 안정된 사람들은 팔색조 같은 연기를 하면서도 자아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자아가 약하거나 그림자가 해결 안 된 상태에서 계속 사회적인 역할에만 치중하면 내면에 상처가 생기는 거죠. 고흐는 셀프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어요. 자신을 위장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면을 치장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런 면도 고흐와 제가 비슷한 부분이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외롭게 살아가겠지요. 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늘 유리를 통해 바라보듯 희미하게만 느껴졌을 뿐이에요.” -257쪽

 

에고를 꾸미고 보여지는 데 집중하는 에너지를 사회화라고 한다면, 무의식이나 내면의 나, 상처에 관심을 두는 것을 개성화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에고가 강할 수밖에 없다. SNS에서도 현실 사회에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고를 꾸미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다 보면 셀프를 보살필 틈이 없어진다.


빈센트는 사회화보다는 개성화가 과잉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할수록 세상과 섞일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과정만 되풀이되었다. 빈센트는 늘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를 꿈꿨다. 각지에서 모인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을 하고, 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완성된 작품을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면 예술가의 삶이 힘겹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빈센트가 가장 함께하고 싶었던 예술가가 고갱이었는데,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데 만약 빈센트가 마흔 이후를 살았다면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마흔 이전에는 셀프가 베일에 싸여있는 것처럼 보여서 애써 불러내야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본다고 착각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마흔이 넘어가면서 내면의 깊은 곳에 가야 할 길을 물을 수 있게 되고, 그럴 때 진짜 기쁨을 많이 느끼고 지혜로워지는 것 같아요. 빈센트도 조금 더 살았다면 고갱과의 트러블을 기점으로 더 좋은 화가들을 만나고, 공동체도 실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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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글을 읽고 있는 정여울 작가

 

 

“매미가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 고향에서 농부들이 화롯가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것처럼 운치 있단다. 테오야. 이렇게 사소한 느낌들이 우리 인생을 밝혀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337쪽

 

빈센트는 세상을 떠나기 전 3년 동안 9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다. 하루에 한 점씩 그린 셈인데, 이 시기는 빈센트가 가장 괴롭고,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릴 때만큼은 너무 행복했다고, 동생 빌에게 쓴 편지에 고백한다.


“이 시기는 빈센트가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위험하면서도 창조적인 시간을 보냈던 거죠. 빈센트는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경험하지 못해요. 그렇게 갈망하던 부모로부터의 사랑도 받지 못했고, 끝까지 의존하고 기댈 수밖에 없었던 동생 테오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예전만큼 후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거죠. 이때 빈센트의 그림자가 폭발하면서 창조성이 폭발하던 시기였던 거예요.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에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던 거죠.”


정여울 작가가 빈센트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났던 시기도 그랬다. 20대 후반이었고, 더는 고생을 감내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과 신선한 글쓰기의 영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현실을 위해 가장 원하는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던 시기였다.


“당시 저 역시 이 그림자를 이겨내지 못하면 작가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서 빈센트가 그렇게 어두운 시간을 견디고 이 작품을 그렸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마침내 자기만의 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별이 빛나는 밤’이 끝까지 한번 가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그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면서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빈센트가 한 번이라도 너만의 별을 만져볼 수 있을 때까지 써보라고 토닥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 것 같았고, 성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고자 하는 길에 부끄러움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인생이 내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때조차, 이 세상에서 오직 내게만 보이는 사랑의 빛깔과 형태를 찾아 헤매는 일을 결코 멈추지 말자고.” - 352쪽

 

정여울 작가의 강연 후에는 참가자들끼리 모여 책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은 책을 읽고 답할 수 있는 질문 일곱 개 중 하나를 택해 대화한 후 주어진 종이에 자신만의 답을 쓰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한 참가자는 고흐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무너질 수 있는 천진한 모습과 늘 혼자였기에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여백이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또 어린 시절부터 집에 걸려 있던 커다란 꽃 그림이 고흐의 작품이라는 것을 안 후부터 자연스럽게 고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누구나 한 번은 인생에서 만나는 빈센트가 있을 거예요. 빈센트처럼 온 세상에 이렇게 퍼진 화가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 자기만의 빈센트가 있어요. 빈센트는 불안하고 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면서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죠. 그런 빈센트의 삶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모두의 빈센트가 나만의 빈센트가 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랑을 실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빈센트 나의 빈센트정여울 저/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빈센트는 오해와 비판, 멸시 속에서 치유받지 못할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보며 깊은 위로를 받는다. 평생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지만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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