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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나 “개념으로 수학을 한 번에 꿰뚫어요”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김리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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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아는 내용을 어떻게 새로운 개념과 연결해야 하는지 안다면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습니다. (2019.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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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왜 어렵게 느껴질까? 초ㆍ중ㆍ고 수학 개념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몇 달 전, 심지어 몇 년 전에 배운 내용을 모두 기억해 새로 배우는 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수학을 잘하기 어려운 이유다.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시리즈는 학년별로 쪼개진 초ㆍ중ㆍ고 수학 개념을 주제별로 연결해 정리한 책이다. 개념 사이의 연결 관계를 꼼꼼히 설명해 수학의 구조와 체계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초등 수학의 개념을 정리하고, 중학 수학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 중학생에게 특히 맞춤한 책이다. 서울 목운초등학교 교사이자 서울교육대학교 겸직 교수인 김리나 저자는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수학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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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오랫동안 연구하셨어요. 어린시절에도 수학을 좋아하셨나요?


사실은 제가 고등학교 때 흔히 이야기하는 수학을 포기한 자, ‘수포자’였습니다. 당시에는 수능에서 수학이 만점이 40점이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첫 수능 모의고사에서 8점을 받았어요. 이 점수로는 도저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2학년 때 시중의 수학 문제집을 사서 모조리 풀고 외웠습니다. 그 덕분에 수능에서는 40점 만점에 36점을 받고 교육대학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저는 수학을 모두 외워서 문제를 풀었지만, 학생들을 그렇게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초등수학교육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대학 4년을 마친 후 바로 수학 교육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석사 과정에서 수학의 역사에 대해 배우면서 ‘아, 수학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해 주면 학생들이 수학을 쉽게 느끼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이를 계기로 첫 책  『십 대를 위한 맛있는 수학사』  를 냈고, 그때부터 대학에서, 또 교사 대상 연수에서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미국 유학을 떠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셨나요?


초등수학교육에 대한 강사 활동을 하고, 교과서를 집필하고, 그 외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10년 정도 지난 시점에 문득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용을 전달하여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수학을 오해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도 들었고요.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국내에도 좋은 수학 교육 박사과정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초등수학교육과 중등수학교육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박사과정에서 초ㆍ중ㆍ고의 내용을 한꺼번에 살펴보지요. 초등수학만 공부하면 학생들이 이후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 알 수 없을 테니, 미국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죠.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에 돌아온 지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는데요. 다시 초등학교 교사로 복직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교사가 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요. 교사 연수도 진행하고 주말에는 수학 영재 학생들도 지도하고 있습니다. 짬짬이 이렇게 책도 쓰고 있고요. 또 공부한 내용을 모아 국내외 학회에서 발표하거나 논문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수학 관련 책을 꾸준히 집필하고 계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책을 써야겠다.’ 혹은 ‘책을 많이 써야지.’ 하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공부하다가 학생들에게 수학을 지도할 때 사용하면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관련 논문이나 책을 많이 찾아보게 됩니다. 그렇게 알게 된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을 지도해 보고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또 공부해서 채워가지요. 그렇게 쌓인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면 책 한 권이 되더라고요. 오래 공부해서 알게 된 내용인 만큼 다른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을 추려 기회가 되면 책으로 내게 됩니다.


그동안 제가 낸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 청소년을 위한 책, 대학생을 위한 책, 교사를 위한 책 등으로 독자층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었는데요. 이번에 낸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시리즈는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초ㆍ중ㆍ고 수학 개념 전체를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에 수학에 대한 탐구심이 강한 초등학생, 수학 기초가 부족한 중ㆍ고등학생, 혹은 자녀에게 수학을 잘 지도하고 싶은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가 읽을 수 있지요.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시리즈의 경우 초ㆍ중ㆍ고 수학 개념을 한꺼번에 배운다는 발상이 특히 새롭습니다.


수학을 지도하면서 그리고 수학 교육을 공부하면서 학생들이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많이 생각했어요. 앞에서 저 역시 한때는 수포자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 경우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기초가 부족한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막막했어요.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토대로 중학교 수학을 배우고, 또 이를 토대로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는데 고등학교 수학이 어렵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그 언저리에서 뭔가 학습이 잘못되었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정확히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초등학교에서부터 연결되는 수학 개념을 간단히 설명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수학 지도 방법인 ‘top down approach’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리말로는 하향식 접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방식인데요. 이 방식의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덧셈ㆍ뺄셈을 못 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에게는 간단한 덧셈 문제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두뇌가 수학을 이해할 만큼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입니다.


하향식 접근은 아이들이 수학을 이해할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수학을 가르치자는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학교 수학교육에 접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들이 나이가 어려도 생활에서 간단한 덧셈ㆍ뺄셈은 해야 하니 학교에서는 가르쳐야지요. 하지만 중ㆍ고등학생 중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하향식 접근이 좋은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관된 수학 개념을 한 번에 정리해서 보여 주면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수학적 탐구심이 높은 초등학생에게도 좋은 수학 개념 설명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수학을 잘하고 더 배우고 싶은 학생들도 상위 개념의 수학을 학습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선행 학습 우려 때문인데요, 그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궁금한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도 문제는 문제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더 공부해 보고 싶은 학생들에게, 초ㆍ중ㆍ고 수학의 모든 개념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중ㆍ고등학교 수학 개념까지 한꺼번에 이해한다니, 초등학생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교육학자 중에 제롬 브루너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 학자는 아무리 어려운 개념도 교사가 적절한 언어와 방법으로 표현한다면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는 게임을 떠올려 보세요. 어른이 보아도 이해가 어려운 규칙과 캐릭터의 이름, 특징 등을 줄줄 외우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쉽게 내용을 설명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수학, 그리고 수학교육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제 전작  『수학을 못하는 아이는 없다』  에서는 수학을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로만 한 챕터를 구성하기도 했어요. 일단 학교에서 수학 성적을 잘 받는 것을 수학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복습을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수학에서는 모든 개념과 원리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에 배운 내용을 꼭 알고 새로운 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해요. 새로운 단원이 시작될 때마다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학교육은 단계형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계형 교육과정은 이전 학년에서 학습한 수학 개념들을 완벽히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새로운 수학 개념을 지도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 교과서를 보시면 이전에 배운 내용에 대한 복습의 활동이 없는 게 일반적이에요.


예를 들어 수의 학습 과정을 생각해 볼까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허수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양의 정수와 0, 중학교에서 배우는 음의 정수, 유리수, 무리수의 개념과 이러한 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앞에서 배운 학습 내용과 그다음에 배우는 학습 내용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수학의 계통성이라 하지요. 


그런데 몇 달 전, 심지어 몇 년 전 배운 수학 수업 내용을 모두 기억해서 그 연관성을 찾아내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게다가 이러한 방식의 수업에서는 어렸을 때 수학을 어렵게 느꼈던 학생들이 다시 수학을 잘할 기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따라서 ‘수포자’를 막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학 개념을 배울 때마다 이전에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새로운 개념과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연결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수학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이 책을 학년이 바뀔 때,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꼭 읽어 보세요. 혹시 가능하다면 새로운 단원이 시작될 때마다 읽으면 더 좋고요.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내가 아는 내용을 어떻게 새로 배우게 될 내용과 연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면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수포자’가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학부모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아이가 어렸을 때 우리 아이가 남보다 조금 늦게 걷는 것, 혹은 늦게 말하는 것 때문에 걱정하셨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속도의 차이일 뿐 아이들은 결국 걷고, 말한답니다. 수학도 이와 같아요. 아이들마다 수학을 이해할 수 있는 두뇌가 완성되는 발달 시기의 차이가 있습니다. 속도의 차이일 뿐 어른이 돼서도 덧셈 뺄셈을 어려워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도하면 수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물론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아무것도 안 가르치고 기다릴 수는 없지요. 아이가 어려워한다면 일단 학교 수업 정도만 따라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아이가 조금 컸을 때 그 개념과 원리를 다시 설명해 주면 충분히 이해할 겁니다. 아이들이 언제라도 수학 개념과 원리를 확인하고 새로운 개념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이 시리즈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본 아이들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옆에 치워 두지 마시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반복해서 읽도록 해 주세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이 책을 이해하는 깊이 또한 달라질 겁니다.

 

 

*김리나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수학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수학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공통 수학 교육과정 연구에 참여했으며, 한국과 미국의 초ㆍ중ㆍ고 수학 수업 사례 및 평가 방법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는 서울 목운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서울교육대학교 겸직 교수로 있다. 다수의 수학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으며, ‘선생님도 놀란 초등수학 뒤집기’ 시리즈의 『약수와 배수의 이해』 『어림하기』 편을 썼다.

 

 

 


 

 

연산 : 덧셈에서 로그까지김리나 저 | 창비
주제별로 개념을 모아서 설명한다. 학년에 맞추어 일부 개념만 설명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제와 관련된 기초 개념부터 상위 개념까지 망라하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완결성 있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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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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