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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철 “원어민이 많이 쓰는 영어 관용구, 따로 있어요”

쉰 살에 떠난 유학, 영어 정복의 비결 『원어민이 가장 즐겨 쓰는 영어관용표현 200』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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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표현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역사적, 언어학적 배경을 알게 됩니다. 외국어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고나 할까요. (2019.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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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일상생활에서 참 많은 관용표현을 쓴다. 상황에 찰떡같이 맞고, 입에 착 붙는 이런 표현들은 대화를 함축적이지만,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영어관용표현도 마찬가지다. 원어민과의 대화를 맛깔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문화적 거리감마저 좁혀 주는 역할을 한다. 20년간 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다가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을 떠났던 박은철 저자는 알파벳 겨우 뗀 정도의 영어 실력에서 시작해 미국 대학에서 영어로 학위를 받는 기적을 이뤘다. 그 노하우를 담은 『원어민이 가장 즐겨 쓰는 영어관용표현 200』  은 미국 현지의 원어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흥미로운 관용표현들의 문화적, 역사적 유래를 익살스런 만화와 함께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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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있다가, 미국 유학을 가셨습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유학을 떠날 당시 쉰을 바라보던 나이였습니다. 백세 인생이라는데 제 삶의 후반이 다음 세대에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유의미한 존재로 시대와 역사 앞에 설 수 있을까 고민이 컸죠. 돌아보니 제게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특히 영어라는 장벽에 막혀 더 넓은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그와 소통이 어려운 것은 선지자적 소양이 필요한 교육자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 것을 잘 익히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스승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를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길이라고 판단했죠.


저희 아버지는 평생 고된 농사일을 하시면서도 늘 이른 아침이면 영어 공부를 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고등공민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하셨다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점차 현실적으로 영어를 쓸 기회가 거의 없어져 가는데도 공부는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게 무형의 유산이 되었습니다. 또 영어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나이라고 하는 통념이 더 도전의욕을 자극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말렸듯이 여러 가지 상황상 유학을 간다는 것은 무모하고 바보 같은 짓이었죠. 하지만 인생을 계산기 두드리며 살지 말라고 가르쳐 왔기에 결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의 자료들은 어떻게 수집하셨나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한 지역 교회에서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찾아갔었습니다. 첫날 공부가 바로 관용표현(idiom)에 관한 것이었는데 스케치북을 넘기며 맞히는 퀴즈 방식의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진 것인데도 그 뜻이 전혀 짐작되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참 흥미롭더군요. 그리고 원어민끼리 하는 대화나 설교를 듣거나 드라마나 책, 잡지 등을 보다 가끔씩 나오는 관용표현을 접하면서 이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들을 한번 정리해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공부했던 대학의 어학연수원 자료들, 영어 서적들을 뒤져 필수 이디엄 자료 등을 수집한 후 다양한 직업과 나이의 현지 원어민들에게 자문을 받아 200여 개를 뽑았습니다. 참고하려고 검색해보니 웹상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들 중에는 내용이 너무 부실하거나 엉터리인 것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데에 실제로 미국에 살면서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봤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관용표현과 유래를 익히는 것이 영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관용표현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역사적, 언어학적 배경을 알게 됩니다. 반대로 영어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 언어가 어느 정도 이상부터는 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단순히 일상적인 의사전달만은 아니니까요. 외국어를 정말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하죠. 그럴 때 관용표현을 공부하며 익힌 배경지식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한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고나 할까요.


또한 관용표현을 공부하다 보면 특정 단어의 경우, 사전적인 의미 말고도 관용적인 의미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chicken의 경우 생물학적 정의 외에 ‘겁쟁이’라는 관용적 의미가 있습니다. 영어 문장을 이해할 때, chicke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그것이 동물인 닭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겁쟁이라는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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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선생님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문을 공부했던 게 영어 배우는 데 도움이 되셨나요?


구한말 선교사들이 조선 사람들의 영어 실력에 많이 놀랐다고 하지요. 한문과 영어의 어순이 비슷해서 영어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유학 초기 영어가 아주 서툴었을 때 미국 사람들에게 들었던 영어에 관한 칭찬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미스터 박, 당신은 말할 때 매우 품격 있는 어휘를 쓴다”였습니다. 예를 들어 순우리말 ‘생각’과 바꾸어 쓸 수 있는 한자어를 보면 의도, 의향, 의견, 의사, 의중, 사유, 사고, 사료, 사려, 고려, 사료, 인식, 상념 등 다양한데 각각이 약간씩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영어 어휘 선택을 해야 할 때 한자어에서 뉘앙스를 생각하듯이, 영어 단어도 보다 적확한 단어를 찾으려고 했나 봅니다. 두 번째는 ‘미스터 박, 당신이 쓴 글은 구조가 탄탄하다’였습니다. 이것도 수준 높은 한문 고전 문장을 많이 접했던 덕이었다고 봅니다.


제가 살았던 곳은 테네시 주의 작은 도시였는데 백인 비율이 90%가 넘고 미국 남부의 전통과 문화가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LA나 시카고, 뉴욕같이 아시안, 히스패닉, 무슬림 등이 섞인 퓨전 문화가 주종을 이루는 대도시와는 여러 가지로 많이 달랐지요. 동양문화를 접하기 힘든 그곳 사람들에게 한자문화권의 사상과 철학은 매우 신선한 자극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교제를 나눌 때 저의 한문학 지식은 가끔씩 특별한 접촉점이 되어 주곤 했었습니다.


책 속의 만화와 개그 때문에 피식 웃게 되네요. 만화나 아재 개그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시나요?


의미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화나 유머보다 더 효과적인 도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유머의 궁극은 언어유희라고 생각합니다. 고급스러운 언어유희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고도의 지성과 창의적 감각을 지니고 있지요. 예수님도 언어유희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듣는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시대에 뒤떨어진 개그, 자기만 웃는 부장님 개그와는 구별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평소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까 자주 상식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가 생기죠. 만화는 상상력과 익살과 반전이 매력인데, 독자분들이 이 매력을 도구 삼아 본문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책과 웹상의 사진 자료들로 복식과 인물을 꼼꼼히 고증했습니다. 


영어 공부가 쉽지 않잖아요. 요즘 번역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걸 보면서 굳이 영어를 배워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도 번역기의 기술이 발달해 가는 것이 놀랍더군요. 하지만 번역기는 단순히 표면적인 번역만 할 뿐이죠. 대화할 때나 혹은 글을 쓸 때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얘기하고 싶은 뉘앙스나 분위기를 담게 됩니다. 번역기는 그런 것들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과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단순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번역기를 활용하는 건 좋지만, 원어민과 진짜배기 소통을 하고 싶다면 원어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보다 넓은 세상을 꿈꾼다면 영어를 배우는 게 좋겠지요. 


영어 공부를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또 영어 공부를 하는 선생님만의 비법이 있다면요?

 

영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엔 영어를 만만히 봤던 것이 사실입니다. 현지에서 1, 2년 살다 보면 자연히 익혀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죠. 일단 공부하려는 동기를 점검하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 후 자기만의 영어 공부법을 찾아서 매일 꾸준히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특히 “영어 공부는 이렇게 하라” 하는 정보와 조언들이 너무나 많아 혼란스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남이 성공한 방식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자신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공부법을 자기 주도적으로 찾은 후 그것을 꾸준히 시도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이 들어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의 장점도 있습니다. 나이만큼 쌓인 이해력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거든요. 덤으로 영어의 언어학적 아름다움과 과학성을 공부하면서 찬탄하고 즐기시고요.

 

 

*박은철


한문을 전공하고 20년간 중, 고등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다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오른 특이한 경력의 아재. 알파벳 겨우 뗀 정도의 영어 실력으로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오랜 굴욕의 세월을 견뎌 내고 미국 대학에서 영어로 학위를 받는 기적을 이룸. 그 후 미국 학생들도 어렵다는 박사 공부까지 하다 다행히 돈이 다 떨어져 중도 귀국하고 학교로 복귀함. 현재 한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겸임 교장이자 한문 교사로 맹활약 중. 『한자는 즐겁다』 『노빈손 사기 1 : 맹상군열전』 『노빈손의 못 말리는 우정 수호 대작전 : 사기 2 관포지교』를 썼고, 「우리교육」 「좋은교사」 등의 잡지에 만화를 연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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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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