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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의 성공한 덕후] 2019 제주도 여행 (3) – 제주도가 준 엄청난 생일 선물

다시 찾아온 ‘성공한 덕후’ 특별 기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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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 줄 차영민 작가 가족이 찾아왔다. “웬 귤 박스예요?” 했다가 사정을 듣고 박장대소 했다. (2019.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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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마이블루 창립기념일 파티 다음날인 7월 15일, 나는 새로운 것을 두 가지 알았다. 첫 번째, 제주도를 이루는 암석의 이름은 파호이호이와 아아라는 것, 두 번째는 제주도 부근 바다에 사는 돌고래의 이름은 모두 남방큰돌고래란 사실. (자세한 이야기는 7월, 제주도 현지에서 '조영주의 적당히 산다' 칼럼으로 적은 바 있다. //ch.yes24.com/Article/View/39331)

 

이날의 일정 역시 디어마이블루에서 준비했다. 책방을 찾은 손님 중 한 명인 과학 탐험가 문경수 대장과 함께 제주도 관광을 하기로 한 것. 문경수 대장은 모두를 데리고 애월과 한림, 협재 등을 돌며 제주도의 형성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한편, 일행을 차귀도로 안내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이 차귀도에서 돌아오다가, 우리는 돌고래 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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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 흥분했다. 돌고래라니, 세상에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오겠어! 하고 모두들 배 난간으로 몰려들었다. 왼쪽! 하면 다 같이 왼쪽, 오른쪽! 하면 다 같이 오른쪽 우르르 움직이는 탓에 가끔 배가 기우뚱할 정도였다. 나 역시 신이 났다. 핸드폰을 들어 카메라로 촬영을 하려 들었다. 그런데 꼭 이런 순간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기에 종료 버튼을 누르고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문자가 왔다.

 

아차, 병원이었다. 

갑상선 암 조직검사 결과를 알리는 메시지.

 

지난 일주일간 나를 긴장시켰던 바로 그 검사결과가 하필 이 순간 나왔다. 나는 살짝 손가락을 떨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세포는 양성. 즉 암이 아니었다. 반년에 한 번씩 추적관찰만 하면 될 것 같다는 말에 만세! 를 외치는 순간, 카카오톡으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출판사 두 곳에서 동시에 연락이 와 있었다. 1년간 준비한 에세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와 『혐오자살』의 출간일이 정해졌단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에세이는 7월 말 출간인데 벌써 종로에서 북토크가 잡혔단다.

 

……이게, 무슨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기분이 이상했다. 바다에서 난생처음 돌고래를 만나는 날 세 개의 행운이 동시에 날아들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나는 의아한 기분에 여전히 유람선 주변을 빙빙 도는 돌고래 떼를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아, 혹시. 이거, 제주도가 나한테 주는 생일선물인가? 한껏 걱정했으니 오늘부터는 마음껏 행복해 하라고? 그렇다면 이건 정말, 엄청난 생일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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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택배로 부치고 말았습니다

 

제주도의 선물(?)을 받은 것까진 좋았는데, 덕분에 마음이 해이해졌다. 뭐랄까, 뭘 해도 다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막연한 기분이 들었달까. 문제는 이런 기분이 나의 지름신을 불러들였다는 점 정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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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디어마이블루와 함께 하는 일정을 마친 후 이날 저녁부터는 애월, 박소해 작가님 댁에 신세를 졌다. 영화 <극한 직업>이 개봉했을 무렵 박소해 작가님과 처음 만났다. 작가님은 “제주도에 놀러오면 다락방을 빌려줄게요,”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에 대뜸 정말 연락을 드렸다.

 

“제가 7월에 일주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혹시 다락방을 2박 빌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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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근처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셈이었다. 작가님은 흔쾌하게 승낙했다. 덕분에 15일부터 돌아오는 17일까지 2박 3일간 묵을 곳이 생겼다. 그런데, 다락방이라던 숙소가 가보니 펜션이었다. 그것도 방 2개, 거실 하나의 으리으리한 펜션. “아니, 이건 아닌데.”하고 당황해서 고사하자 괜찮다며, 그저 생일을 즐겁게 지내주면 좋겠다며 슬그머니 미리 준비한 생일선물, 분홍색 선글라스와 분홍색 개 스카프를 선물로 주셨다. 나는 배려에 말 그대로 감격, 고맙다는 말을 백 번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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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16일은 자연스레 박소해 작가님과 함께 애월 부근의 책방을 차례차례 돌았다. 그 전까지 이미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서점을 들른 상태였다. 서귀포에서는 라바북스에, 한림에서는 무명서점에, 애월 디어마이블루에서는 무려 생일파티까지 치렀다. 그러니 오늘 하루 서점을 더 돈다고 해도 내가 책을 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제주도에서산책들.jpg

 

 

나는 스스로를 너무 몰랐다. 어제 돌고래를 본 상황을 기점으로, 내 마음가짐은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인생은 참 아름다워.” 모드로 돌변해서는 가는 서점마다 책을 사들였다. 차무진 작가님이 꼭 가보라고 한 ‘책방 소리소문’에 갔다가, 박소해 작가님의 단골집이라는 ‘보배책방’에도 들렀다. 다음 날인 서울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도 쓸데없이 부지런을 떨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는 ‘오후 네시’ 펜션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그리고서점’에서 갔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또 책을 구입해버렸더니만 캐리어가 가득차 버렸다.

 

결국 나는 또 아침부터 박소해 작가님께 SOS를 청했다.

 

“저기, 혹시 박스 하나만…….”

 

너무 짐이 많아서 책을 부칠 수 없어 그러는데 택배로 부치게 박스 하나만 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박소해 작가님은 바로 귤박스 하나를 들고 오셨다(박소해 작가님 부부는 ‘오후 네시’ 펜션 외에도 ‘당신의 과수원’이라는 귤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박스에 지금까지 산 책과 쿠션 역할을 할 옷을 채우자 가까스로 돌아갈 채비를 끝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차영민 작가 가족이 찾아왔다. “웬 귤 박스예요?” 했다가 사정을 듣고 박장대소 했다. 도대체 뭘 얼마나 사면 박스로 하나가 나올 수 있냐는 말에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마음속으로 대꾸했다.

 

'그럼 어떻게 해, 제주도가 자꾸 나한테 생일선물을 주는 걸.

 

 

제주도에서 만난 서점, 그리고 서점 사람들 by 성공한 덕후 

 

 

 

라바북스

위미항 부근에 있는 작은 여행전문 서점. 북스피어의 장르문학부흥회 여행 코스 중 한 곳이었다. 반대편에 있는 정갈한 맛집 ‘뙤미’에서 밥을 먹은 후, 이곳에서 제주 첫 책 『너와 추는 춤』을 구입했다. 
//www.instagram.com/labas.book/
 
무명서점

한림항 근처에 있는 ‘이름 없는 책들이 모험을 떠나는 곳’ 이곳은 이틀 연속 들렀다. 첫날엔 김탁환 선생님 일행과, 다음 날엔 디어마이블루 제주과학탐험단과 함께. 무명서점 사장님과는 디어마이블루 창립기념일 당일, 하루 룸메이트였던 관계로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www.instagram.com/untitledbookshop/
 
책방 디어마이블루

애월에 있는 꽃과 책이 함께 하는 큐레이션 서점. 내 생일과 창립기념일이 하루차이라서 진한 인연이 있다. 이곳에서는 사인본을 대거 구입했다. 곧 내 에세이 신간 사인본도 입고될 예정이다. 늦가을, 한 번 더 가서 내 책을 내 손으로 팔고 올까 생각 중이다.
//www.instagram.com/dearmy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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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소리소문

한림에 위치한 서점. 직접 그린 벽화와 한쪽에 꾸며놓은 서재가 인상적이다. 차무진 작가님 드릴 책을 사다가 정체가 들통나버려서 “제가 곧 책을 내는데”하며 영업을 하고 왔다. 이 서점 한쪽에는 부부가 직접 쓴 책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가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www.instagram.com/sorisomoonbooks/

 

 

 

보배책방.jpg
 


보배책방

박소해 작가님의 단골 서점. 유유출판사의 책이 참 많기에 “아, 엄지혜 기자님 알죠. 많이 팔아주세요.” 같은 소리를 했다가 출판사 직원으로 오해 받았다가, 하도 유유출판사 책만 골라서 사자 “왜 출판사 직원이 그렇게 책을 사가냐”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체를 실토했다. “그게 제가 직원이 아니라 1덕후온데…….”
//www.instagram.com/bobae_books/
 
그리고서점

애월에 있는 교육협동조합 이음에서 운영하는 숍인숍 형태의 작은 서점. 전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페이지를 보고 간다고 언질을 드렸더니만, 커피를 대접해주셨다. 김탁환 선생님의 고등학교 9년 후배시라며, 김탁환 선생님은 자신을 모르신다고 말꼬리를 흐리시기에, 이 사실을 바로 선생님께 전달해드렸다. 이곳 2층엔 도서관도 있다. 
//www.instagram.com/and_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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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1호 자연과학 책방 동주

마지막으로, 부산에 있는 국내1호 자연과학 책방 동주의 이동주 씨를 만났다. 이 분이 바로, 2화에서 내가 잘못 지적한 마니또 ‘붉은 옷의 남자’였다. (무명서점에 찍힌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이분이다.) 디어마이블루 제주과학탐험단 중 한 명이었다. 부산의 책방 동주에도 내 에세이 사인본이 입고될 예정이다.

//www.instagram.com/science_dongju/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조영주 저 | Lik-it(라이킷)
소소하고 깨알 같은 일상 속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조금은 별나 보이는 덕후의 삶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동경하고 책을 가까이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온 작가의 진심에 어느덧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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