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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다 생각을 빼앗겼을까

『생각을 빼앗긴 세계』 반비 김희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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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이 두루 읽어주시면 좋겠다. 테크 업계와 (출판을 포함한) 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인근 콘텐츠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책을 좀 읽고, 동의든 비판이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매우 시의적절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될 것 같다. (2019.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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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으면 안 되겠군’ 싶어 꺼내든 책이었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로 유명한 에디터 프랭클린 포어가 쓴  『생각을 빼앗긴 세계』  . 온라인에 접속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보면 좋을 책이다. 프랭클린 포어는 “이 책이 분노로 쓰였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진 분노를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20쪽)고 썼다.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의 거대 테크 기업들이 빼앗아간 우리의 ‘사색 가능성’. 우리는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김희진 반비 편집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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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 ‘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목 때문이었다. 한국어판 제목을 잘 지었다. 원제는  『World Without Mind: The Existential Threat of Big Tech』다.

 

애초 번역 계약 당시 편집부의 가제는 <생각이 사라진 세계(원제 그대로)>였고, 역자 선생님들이 번역을 마치고 원고에 써서 보내주신 제목은 박상현 선생님의 가제로 <지식 독점>이었다. 그럴듯하고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 과정에서 생각해보니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편집자의 진심을 담아 <미디어의 질은 왜 점점 낮아지는가>, <정보의 질은 왜 점점 낮아지는가>, <콘텐츠의 질은 왜 점점 낮아지는가> 같은 카피형 제목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두 번역자 선생님이 뜯어말리셨다. (웃음) 밀도 있는 제목 브레인스토밍을 하기도 했는데 매우 효율적이었던 회의였다.

 

하하하. 정말 잘 말리신 듯. 지금 제목이 훨씬 좋다. 어떻게 번역하게 된 책인가?

 

도서전 때 쏟아지는 자료들을 보고 계약했다. 물론 반비 편집부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제이기도 했다.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꽤 있었는데, 한국 독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다. 저자가 글을 잘 쓰기도 하고, 개인의 경험을 잘 녹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단단한,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가졌다.

 

저자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글발은 물론이거니와 광범위한 자료, 탁월한 유머까지.

 

문체를 대단히 중요하게 본 책은 아니지만, 문장이 정직하고 위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글쓴이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비굴한 상황에 놓인 자기를 묘사할 때도 어떤 ‘가치’를 열심히 배우고 익혀온 사람으로서의 자기-존엄과 위엄이 있다. (멘갑이다.) 사실 요즘 미디어 업계,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겸손한 자기-존중을 필요로 한다고 느낀다. “내가 너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나를 먹여 살려!” 이런 어린아이 같은 태도와는 다르다.

 

프랭클린 포어는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형이다. 또한 저자의 셋째 동생 ‘조슈아 포어’도 논픽션 작가라고.

 

포어 형제는 워낙 유명하다. ‘조슈아 포어’는 ‘기억력 천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한국에도 책이 소개되어 있다. (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 안 그래도 포어의 어머니가 형제들 키운 이야기를 쓰시면 대박이 날 거라는 이야기가 반비 편집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번역도 정말 좋았다. 이승연, 박상현 두 번역자 역시 출판계에서 사랑 받는 저자 분들 아닌가?

 

그렇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분은 철저하게 분업이 잘 되는 완벽한 팀이다. 한 분이 퀄리티에 집중하는 동안, 한 분은 일정과 결과물을 관리한다. 탁월한 능력이 있는 분들이다. 번역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편집자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 반성해야 할 타임.

 

표지도 세련되게 강렬하다.

 

이경민 디자이너가 워낙 첫 시안에서 좋은 안을 많이 만들어주셔서 고르느라 애 좀 먹었다. B컷도 아직 아쉬움이 남을 만큼, 좋은 표지였다. 다만 당시 가제였던 <생각이 사라진 세계>의 ‘사라진’과 더 느낌이 잘 맞아 떨어지는 표지라, 지금의 표지를 선택했다. 제목이 ‘빼앗긴’으로 바뀌면서 테크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표지가 대중적일 거라고 판단했다. 표지의 색은 페이스북 컬러를 사용했다.

 

당신도 생각을 조종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조종당하고 있겠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폰의 일일 사용 시간이 5시간 아래로 떨어지지않는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는 내가 판단하기도 전에 페이스북, 트위터 알고리즘이 나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글, 이미지, 광고 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가끔은 좀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손으로 클릭은 안 하지만, 뇌는 이미 클릭 당한 느낌이랄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사실은 무엇인가? 충격을 받았거나.

 

심증은 있었지만, ICT 분야의 엘리트들이 대단히 순진무구한 어린 소년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책을 통해 조목조목 확인한 것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비전(저자가 때로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이 그런 어린아이다운, 이상적인, 취약한, 현실에 대한 몰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통찰을 통해 많은 부분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이들이 그렇게 ‘협력’과 ‘집단성’에 대해 환호하면서도 너무나 쉽게 ‘독점’의 유혹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도 이런 통찰로 설명이 됐다. 포어는 히피들의 아버지인 스튜어트 브랜드, 마셜 매클루언, 앨런 튜링, 마크 앤드리슨, 레이 커즈와일 등을 관통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비전이 어떤 토양 위에서 자라날 수 있었는지 친절하게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판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기도 하고.

 

그렇다. 포어가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공감이 갔다. 가령 <뉴리퍼블릭> 에디터들이 ‘SNS에서 더 많이 노출되는 기사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모인 회의실에 “분노에 싸인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는 등의 뼈를 때리는 표현들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튼 지식과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출판 업계에서라면 R&D에서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압력이 사방에서 느껴진다. 모든 편집자들이 자기 전선에서 그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고투하고 있다고 믿는다. ‘게이트 기퍼’로서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조금 더 잘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고 있겠지?

 

딱 걸렸군! 사실 페이스북, 트위터 광고를 모두 하고 있다. 나름 데이터 분석도 해가면서 광고 금액을 조절하고 있다. 출간 초기라 아직 특별한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곧 번역자들과 패널을 모시고 두 번의 북 토크를 통해 부흥회를 열어볼 생각이다.

 

두 줄 카피로 책을 홍보해본다면?

 

콘텐츠의 생산에 투자하지 않는 더러운 세상, 미디어의 질은 계속해서 나빠질 수밖에 없다. (ICT 독점 기업들은 반성하라!)

 

어떤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나?

 

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이 두루 읽어주시면 좋겠다. 테크 업계와 (출판을 포함한) 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인근 콘텐츠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책을 좀 읽고, 동의든 비판이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매우 시의적절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될 것 같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프랭클린 포어 저/박상현, 이승연 역 | 반비
우리를 개인의 사유, 자율적인 사고,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세계로 이끈다. 내적인 삶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거대한 기업들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들의 성공을 뒷받침한 관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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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프랑소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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