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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이 숨긴 보석 거울, 사라오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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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은 제주시에 위치한 사라봉과 이름이 같아서 자칫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위치는 물론 생김새 자체가 확연하게 다르고 둘 다 방문객이 많은 오름이다.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비가 많이 내려 수량이 많아지는 여름철과, 낮은 기온으로 하얀 상고대가 생기는 겨울철에 가면 특히 좋다. (2019.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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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비가 내리는 사라오름 산정호수

 

 

현무암으로 구성된 제주는 물이 부족한 섬이지만 태풍과 동행한 폭우가 쏟아지면 한동안 물이 풍족해진다. 평소 물이 흐르지 않던 계곡과 폭포, 호수는 순식간에 급변한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에는 물이 차고, 엉또폭포와 천지연폭포에는 폭포수가 우렁차게 쏟아지며, 평소 건천이었던 곳은 급류가 흐른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사라오름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7월의 한라산은 무덥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백록담 정상(해발 1,950m)은 그만큼 태양과 가까워서 뜨거울까? 옷 밖으로 조금이라도 노출된 살이 활활 타버리는 느낌이다. 짧은 산행이더라도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토시, 충분한 얼음물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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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 탐방로의 초반은 수월한 편이다

 

 

백록담으로 가는 탐방로는 성판악과 관음사가 있다. 제주 북쪽의 관음사 탐방로(8.7km, 편도 5시간)보다 동쪽의 성판악 탐방로(9.6km, 편도 4시간 30분)가 무난해서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 코스에는 초반에 활엽수가 우거져서 삼림욕을 즐기며 걷기에 편하며, 2시간 정도 지나면 사라오름 입구에 이르게 된다. 보통 정상을 목표로 가기 때문에 사라오름을 지나치지만, 새벽 사이 눈이나 비가 내렸다면 왼쪽 계단을 선택해서 사라오름에 꼭 가보자. 수풀이 우거진 숲에서 갑자기 마주한 풍경은 황홀함을 넘어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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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이 우거진 한라산 숲

 

 

사라오름(표고 1,325m)은 오름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화구호이다. 이 오름에는 거대한 호수(둘레 250m)가 자리 잡고 있다. 가뭄 때는 물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지만, 폭우가 내리면 호수 둘레에 설치된 산책로가 흠뻑 물에 잠길 정도로 수위의 편차가 크다. 처음 성판악 휴게소에서 출발할 때는 제주시 조천읍이지만, 사라오름에 오르면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남원읍에 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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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길도 등장한다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정상 방향으로 한 시간을 더 오르면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며, 급경사 구간인 구상나무 군락지대를 약 90분간 오르면 한라산 동릉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다시 올라왔던 길로 내려오거나 관음사 탐방로로 하산할 수 있다. 시간과 체력이 허용된다면 관음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경치도 훨씬 환상적이지만, 성판악보다 덜 지루하기 때문이다. 단, 겨울철에는 워낙 많은 눈이 쌓이기 때문에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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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산수국은 고지대라서 늦게 핀다

 

 

이른 아침부터 태양의 열기에 의해 지상에 노출된 모든 것이 이글거렸다. 516도로를 구불구불 달려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다. 사라오름만 다녀오는 데 왕복 네 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몸을 최대한 풀어준 다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편도 네 시간 거리의 정상으로 향하겠지만, 오늘은 그 중간 즈음에 있는 사라오름으로 간다. 신생대 제4기의 젊은 화산섬인 한라산은 지금으로부터 2만 5천 년 전까지 화산분화 활동을 했으며, 약 30여 개의 오름을 품고 있다. 그중 사라오름은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를 잡은 오름 중 하나이다. 또한, 오름의 화구호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 돌이 마치 해장국의 선지를 닮지 않았니?"


"한 번도 그런 생각 못 했는데 정말 비슷하게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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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사라오름 산정호수

 

 

동행한 선배의 느닷없는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실제 그렇게 보였다. 구멍이 숭숭 뚫린 시커먼 현무암의 모양새가 해장국의 그 재료와 참 흡사하다. 우리는 계속 선지를 밟으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높다란 나무 틈새로 햇볕이 쏟아지고 등 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산행하기 최적의 날씨라 생각했다. 불과 두 시간 후에 닥쳐올 사태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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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남쪽 풍경

 

 

성판악 탐방소 입구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걷자 쉼터(속밭대피소)가 나왔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이곳에서 숨을 고르며 준비해온 간식과 물을 먹는다. 화장실에서 볼일도 본다. 작년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작은 뱀이 나타나서 혼비백산한 적도 있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곳이겠지?

 

오래 쉬면 다리가 풀리기 때문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소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 사라오름까지 오늘은 20여 분을 줄여 도착했다. 어차피 정상에 가지 않으니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판악 탐방길에서 좌측으로 빠져나온 사라오름으로 가는 계단을 10여 분 오르니 갑자기 사방이 탁 트이면서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원형 거울처럼 생긴 산정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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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사라오름 산정호수

 

 

왼쪽으로 연결된 호수 산책로를 보니 모든 산꾼이 등산화를 벗고 물 위를 걷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호숫물에 발목 부근까지 잠겼다. 평소에는 산책로 한참 밑에 물이 있거나, 가뭄 때는 아예 물 자체가 사라지지만 오늘은 홍수 수준이었다. 사라오름 산정호수에 이렇게 물이 많이 고인 것은 처음 봤다. 장관이다! 조심스럽게 물 위를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국내에 얼마나 더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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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전망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두 손에 들었다. 호수 산책로에 진입하고 몇 걸음 안 되어 두 발이 물속에 잠겼다. 30도가 넘는 무더위라서 그런지 유난히 호숫물이 시원하다. 얼마나 맑은지 내 맨발이 또렷하게 보인다.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며 걷는데 상쾌한 기분이다. 두 시간 동안 고생한 내 발이 피곤을 풀 기회다. 수많은 올챙이가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다. 물에 잠긴 구간은 대략 50m 정도 된다. 아무리 깊게 잠겨도 발목 정도라서 위험하지 않다. 짙은 안개가 낀 이른 아침에 온다면 제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공간이 아닐까 싶다.

 

산책로가 끝났지만, 양말과 등산화를 신기 싫었다. 아직 발이 젖은 상태기도 하지만 이 상쾌한 기분을 조금 더 유지하고 싶었다. 산책로 끝 계단을 조금 더 올라가자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대가 보였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푸르스름한 서귀포 앞바다와 우측으로 장대한 백록담 정상이 보인다. 한라산 자락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절경 중 한 곳이다! 잠시 후,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직후부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폭우로 급변했다. 등산화를 다시 착용할 시간조차 없었다. 재빨리 호수 산책로를 되돌아와서 성판악 탐방로로 뛰어 내려왔다. 그나마 비를 막아주는 큰 나무 아래에서 양말과 등산화를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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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겨울철에도 산정호수는 절경이 펼쳐진다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돌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옷과 배낭은 순식간에 모두 젖고, 빗물이 옷 속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평화롭던 탐방로는 순식간에 급류와 작은 폭포로 바뀌었다. 아래쪽으로 콸콸 쏟아져 내리는 빗물이 때로는 무섭게 느껴졌다. 올라갈 때보다 거의 반으로 단축해서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천둥과 번개가 끊임없이 하늘을 휘저었다.

 

사라오름은 제주시에 위치한 사라봉과 이름이 같아서 자칫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위치는 물론 생김새 자체가 확연하게 다르고 둘 다 방문객이 많은 오름이다.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비가 많이 내려 수량이 많아지는 여름철과, 낮은 기온으로 하얀 상고대가 생기는 겨울철에 가면 특히 좋다. 이왕 사라오름까지 왔다면, 조금 더 시간과 힘을 내서 백록담 정상까지 가보자. 그곳은 남한의 최고봉이면서, 지금의 제주도가 존재하는 이유니까 말이다.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오름에 가져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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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황우섭 사진 / 이현화 글

 

어느 날 불쑥 집 한 채가 저자의 삶에 들어왔고, 1936년에 만들어진 그 집을 개보수하면서 쓰고, 찍은 이야기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의 구석구석까지 정이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저자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다시 앞으로 10년 후를 꿈꾸는 저자의 미래를 응원한다. 책 저자 인터뷰(http://ch.yes24.com/Article/View/38557)도 꼭 읽어보자.

 

찾아가는 방법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성판악휴게소'로 검색하면 된다. 주말에는 주차장이 금세 차서 갓길에 세워야 한다. 그러므로 가급적 일찍 한라산으로 가자. 제주공항에서 차로 50여분 소요된다. 급행버스 181번을 타면 40여분 만에 갈 수 있다. 입구에 작은 매점이 있으나, 등산로에는 음식물을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성판악 탐방로에는 정상까지 두 곳의 화장실이 있다. 계절별로 탐방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자.
◇ 주소 : 제주시 516로 1865

 

 

 

주변에 갈만한 곳

 

제주 마방목지


제주시에서 516 도로를 달려 성판악 휴게소로 가는 길목에서 1986년 이후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제주 혈통 조랑말들을 볼 수 있다. 성질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 늦은 봄부터 이른 가을까지 방목한다.
◇ 주소 : 제주시 516로 2480
◇ 연락처 : 064-710-2298

◇ 요금 : 무료

 

 

한라생태숲


훼손되어 방치되었던 중산간의 야초지를 원래의 숲으로 복원한 곳으로 산림트래킹과 함께 자연생태계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동물 143과 500여종, 식물 130과 760여 종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난대성식물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식물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연중 운영되는 숲체험 프로그램은 사전예약을 통해서 누구나 탐방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으며, 절물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숫모르숲길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트래킹 코스이다.
◇ 주소 : 제주시 용강동 산14-1
◇ 연락처 : 064-710-8688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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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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