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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는 내가 진짜라고 해봐

영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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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판타지 영화에 이렇게나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는 로맨스의 전문가 맞다. (2019.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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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 포스터

 

 

<조>의 ‘조’는 영화 <허>의 인공지능 파트너 ‘사만다’처럼 섬세하고 다정하다. 게다가 목소리만이 존재했던 사만다와 달리 조는 지극히 인간적인 몸을 하고 있다. 배우 레아 세이두가 연기하는 매력적인 여성 조는 처음부터 자신이 로봇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스스로 진화하고 성장하여 마침내 사랑에 빠졌다.
 
연인의 매칭 가능성을 백분율로 알려주는 관계연구소에서 일하는 조는 같은 사무실 엔지니어 ‘콜’을 사랑한다. 콜은 어쩐지 그녀를 외면하는 듯하지만, 조는 끊임없이 콜을 의식하며 마음 졸이고 설렌다. 몰래 해본 자신과 콜의 연인 매칭 가능성은 0%. 낙담한 조는 그래도 용기 내어 콜에게 고백한다.
 
“조, 당신은 연구소의 제품이야.” 자신이 만든 로봇의 애정 고백에 콜은 당황하면서도 감격스럽다. 인간과 유사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인공지능 로봇의 성장이 자못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콜은 조가 로봇인 줄 알면서도 서서히 빠져든다. 연애 대상으로서 진지하고 센스 있고 결코 자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 분명한 조에게 아내에게 버림받은 상실감을 치유받는다.
 
예정된 비극의 연애담일까. 사람과 로봇이 연애한다. 배신은 없겠지만 미래도 없다. 조가 웃어도 슬퍼 보이고 콜이 행복한 표정을 지어도 금세 그 감정이 사그라들 것만 같다. 둘은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만나서 섹스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순간에도 그들에게는 결정적인 연결고리가 빠져 있는 듯하다.
 
영화 <조>는 따뜻하고 몽환적인 색감에 음악은 나른할 정도로 좋다. 영화 초반, 연구소에서 퇴근한 조와 콜이 각각의 집 안에서 외롭게 냉장고를 뒤지거나 멍하게 있을 때 흐르는 음악은 밴드 ‘Cigarettes After Sex’의 곡 ‘Apocalypse’다. 음악 감독은 이 영화에도 잠깐 로봇으로 출연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프로듀서 댄 로머가 맡았다. 감각이 숨 쉰다.
 
인공지능 로봇의 연애 파트너 가능성은 근미래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해왔다. 안전하고 편리한 로봇과의 연애가 인간관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상상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영화 속 조만큼 인공지능 로봇이 자연스러울지는 모르겠다. 과학자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영화는 애절하고 상당히 근사한 연애의 진실을 다루기에 이렇게 건조한 질문을 떠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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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의 한 장면
 

 

조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연인 관계는 무너진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이 아니라 미끈거리는 약물과 기계장치,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한 조의 부서진 육체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콜은 그만 조를 놓아버린다. 
 
이후 때마침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약 ‘베니솔’을 복용하며 콜은 낯선 여자들을 만난다. 조도 아무나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 인간의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서로가 누구든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처럼 불타오르게 만드는 약으로 두 시간의 열정을 구할 수 있다. 이거야말로 가짜다. 콜은 뼈저리게 느낀다. 인간이냐 아니냐가 진짜와 가짜가 아니라 관계의 진실이 진짜를 결정한다고.
 
콜은 연구소가 시판용 인공지능 로봇으로 내놓은 더 똑똑하고 더 민감한 ‘조 2.0’을 만나서 조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리움을 토로한다. 조와 같은 얼굴, 심어놓은 기억도 그대로다. 그러나 그가 사랑했던 그 조는 아니다. ‘내가 상처 준 사람, 내가 놓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 하나뿐인 조인 것이다.
 
마침내 조와 콜은 맺어진다. 평생 그 무엇보다도 진짜인 그와 그녀가 만났다. 그사이 조는 더욱 진화하여 마침내 눈물마저 흘린다. 눈물은 프로그램화되지 않았었는데. 조는 콜에게 듣고 싶었던 최고의 말을 요구한다. “당신한테는 내가 진짜라고 해봐.” 콜은 온몸으로, 벅찬 표정으로 이미 답을 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바로 당신이 진짜지.
 
근미래 판타지 영화에 이렇게나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는 로맨스의 전문가 맞다.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에 마음이 젖어버렸다. 사춘기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이구나. 뜨거운 여름에 <조> 때문에 사춘기 소녀의 마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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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마음산책> 대표. 출판 편집자로 살 수밖에 없다고, 그런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일주일에 두세 번 영화관에서 마음을 세탁한다. 사소한 일에 감탄사 연발하여 ‘감동천하’란 별명을 얻었다. 몇 차례 예외를 빼고는 홀로 극장을 찾는다. 책 만들고 읽고 어루만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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