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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나스 엑스,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세대의 등장

릴 나스 엑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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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나스 엑스를 주목하는 근본적 이유는 그의 특별한 재능이나 개척자의 면모를 발견해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딱 맞는 감각으로 음악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9.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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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나스 엑스는 2019년 상반기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데뷔한 해에 13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하고, 컨트리 힙합을 시도한 카우보이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고 있다. 장르 혼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오늘날이지만, 백인 장르와 흑인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컨트리를 처음 시도한 흑인이라거나 카우보이 콘셉트의 선구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깝게는 영 서그(Young Thug)의 2017년 싱글 「Family don’t matter」 뮤직비디오 속에서 흑인 카우보이가 등장하고, 래퍼는 아니지만 멀리 보면 소울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뮤지션이자 컨트리 앨범을 발매한 레이 찰스도 있다.

 

따라서 릴 나스 엑스를 주목하는 근본적 이유는 그의 특별한 재능이나 개척자의 면모를 발견해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딱 맞는 감각으로 음악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게 느껴질 컨트리와 오늘날의 힙합을 결합해 틱톡의 ‘이햐 챌린지’로 스마트폰 속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베이퍼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 낮은 퀄리티의 3D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F9mily」 영상이나, 재치 있는 「Old town road」 뮤직비디오도 예시가 될 수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당당함도 빼놓을 수 없다. 「C7osure」는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스스로 경계선을 그었지만 / 이제는 그 선을 넘을 시간이야 / 나는 가야만 해’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성 소수자를 향한 메시지다. 「Old town road」는 카우보이 이미지를 앞세워 재미를 노린 곡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이 노래에서도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어’와 같은 가사와, 릴 나스 엑스의 말이 좋은 차를 따돌리고 경주에서 이기는 뮤직비디오 속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가족은 음악의 길을 반대했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믿고 가겠다고 선언한다.

 

대중문화는 20년 주기로 재조명된다는 말이 있다. 그중 패션과 음악이 가장 돋보이는 영역이다. 지금의 10~20대는 과거의 향수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현재 문화와 결합을 시도한다. 이런 배경에서 그의 음반을 살펴보면 왜 대부분을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과 펑크(punk) 스타일로 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 너바나 「In bloom」의 멜로디를 활용해 커트 코베인을 작곡가 명단에 올린 「Panini」, 블링크 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가 참여한 「F9mily」에서는 질주하는 팝 펑크(punk)를 들려주고, 라이언 테더가 제작한 「Bring u down」 역시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등장해 릴 나스 엑스를 래퍼가 아닌 ‘록 밴드 보컬’로 받아들이게 된다.

 

뛰어난 음악성을 가졌다거나, 압도적인 래핑을 선보이는 캐릭터는 아니다. 새천년을 앞두고 태어난 1999년생 랩 스타가 새로움과 익숙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EP는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라 싱글 하나로 성공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보수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는 컨트리 장르와 카우보이 이미지를 결합해 스테레오타입을 경쾌하게 깨부순 릴 나스 엑스.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는 메이저 데뷔 단 한 번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것이 기존 문법과 전략을 파괴하는 세대의 등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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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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