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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한 건 아니에요

『행복의 기원』, 『비둘기』, 『나의 까만 단발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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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9.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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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  『행복의 기원』 , 꿈이 사라진 사람들을 위한 소설  『비둘기』 ,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는 사람의 이야기  『나의 까만 단발머리』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 : 이번에는 소개해 드릴 내용이 있죠?


단호박 : 네, 저희가 ‘해피인사이드’와 같이 하는 콜라보로써 고민을 모집했었어요. 책과 관련해서 그 고민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톨콩(김하나) : ‘해피인사이드’라는 전시를 통해서 모집했던 고민이었죠?


단호박 : 네, 맞습니다.


톨콩(김하나) : 그런데 고민이 너무 어려워서(웃음), ‘우리가 여기에 책을 갖다 붙이는 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고르기가 힘들었습니다.


단호박 : 저는 포기하고(웃음), 아주 작은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골라 왔습니다.


그냥 : 저도 숟가락 얹겠습니다(웃음). 저 역시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냥의 선택 -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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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빈 님께서 보내주신 고민입니다.


“저의 요즘 최대 고민은 '행복'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직업도 있고, 남친도 있고, 크게 불행할 거리도 없지만 뭘 하던 '그냥 그렇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릴 땐 행복이 넘쳤는데, 저의 '행복'은 어디로 간 걸까요?”


정말 무거운 고민인데요(웃음). 서은국 저자님의  『행복의 기원』  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고, 생존을 하기 위해서 행복을 느끼도록 우리 뇌가 진화되어 왔다고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인류사를 1년으로 압축해 보면 문명 생활이 시작된 게 고작 2시간 정도라고 해요. 나머지 364일 22시간은 동물 상태로 살았다는 거죠. 우리가 문명화된 현대에 살고 있지만 뇌는 아직 원시적이라는 겁니다. 만약에 먹는 일이 즐겁지 않아서 잘 먹지 않는다면 생존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먹을 때 행복감을 느끼도록 우리 뇌가 설계됐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 안에 있어야 사냥을 할 때 유리하고 사냥에 실패했을 때도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짝짓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사연을 보내주신 예빈 님께 가장 들려드리고 싶은 부분은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라는 제목의 6장이에요.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자극에도 지속적인 반응을 하는 건 아니라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어떤 강력한 자극이든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일부가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어떤 강렬한 경험을 하든 이후에는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서,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녹는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주 아이스크림을 맛보라는 거고요. 우리가 사소하다고 느끼는 행복한 순간들-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것을 먹고, 이런 일들의 빈도수를 높이는 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예빈 님은 “크게 불행할 거리도 없지만” 행복한 느낌이 안 든다고 하셨는데요. 어쩌면 지금의 상태가 만족스러운데 이미 익숙해져서 크게 기쁘지 않으신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곧 불행한 순간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날들 중 하나일 뿐인 것 같아요. ‘나의 행복은 어디로 간 걸까’라는 생각으로 힘들어하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호박의 선택 -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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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승원 님의 사연을 읽어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23살 아직 젊은 20대 입니다. 사실 원래였으면 지금쯤 노량진에서 경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여러 가지 어려운 가정환경과 상황들 탓에 그냥 취직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고민은 꿈이 없어져버렸다는 거예요. 중1때부터 경찰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그게 아니면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을 할 수 없게 돼버린 지금 제가 무얼 하고 싶고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비슷한 고민을 했을 때 무슨 책을 읽었는지 생각해 보니까, 어렸을 때 좋아하던 책 중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  가 있었어요. 이 소설은 조나단 노엘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파리의 한 은행의 경비원으로 취직하고 아주 작은 방 하나를 얻는데요. 그 방에서 계속 살면서 5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루틴하게 경비원 일을 해요. 조나단은 이렇게 단조롭고 일상적인 삶이 너무 마음에 들고,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방을 사기로 해요. 이 방안에서 평생 살아야겠다는 아주 소박한 꿈을 꾸는 거예요.


그런데 이 꿈이 비둘기 때문에 산산조각 납니다. 어느 날 아침에 문을 열었는데 자기 집 앞 복도에 비둘기가 있는 거예요. 비둘기를 보는 순간 공포에 휩싸여요. 너무 놀라서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서 ‘이제 이 방은 안식처가 될 수 없어’ 생각하면서 스스로 늪에 빠집니다. 어떻게든 출근은 했는데 이후에도 계속 불운이 닥쳐요. 아주 사소한 일들인데 자괴감에 빠지고, 자신이 유지해 오던 루틴이 깨어지면서 ‘이제 나는 끝났어’라는 생각을 해요. 긴 하루를 마치고 호텔방에 들어가서 ‘죽어버리자’라고 생각을 하는데, 마지막 식사를 하고 나니까 포만감과 만족감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내일 죽어야지’ 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누워서 빗소리를 듣는데 자신의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비둘기가 없었어요.


저는 꿈이랑 밥벌이를 이야기하면 항상  『비둘기』  가 떠올라요. 조나단이 가진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9시부터 5시까지 그냥 서있는 거예요. 재밌는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직업에서 성취감을 느낄 만한 일도 없어요. 그런데 이 사람한테는 그게 행복이고 꿈이었던 거예요. 승원 님도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직업을 갖게 되실 수도 있고, 그게 성취감도 없고 재미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조나단 노엘처럼 살아보시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 안에서도 희망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꿈이라는 건 원래 이루기 힘든 거라는 생각을 해요. 승원 님도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꿈은 원래 이루기 어려운 거고, 밥벌이가 항상 자신의 꿈이나 어떤 빛나는 것을 만들어주지는 않아요. 밥벌이는 그냥 밥벌이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꿈일지라도 반드시 비둘기가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꿈이 좌절됐다고 생각할 때, 자신한테는 너무 큰 일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면 ‘그 좌절이 사실은 비둘기였구나’ 하고 깨달을 때가 있더라고요.

 

 

톨콩(김하나)의 선택 - 『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저 | 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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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저는 18살 고2 여학생 입니다. 제 고민은 '진로'인데요. 제 꿈은 배우입니다. 연기가 너무 좋고 꼭 이루고픈 간절한 꿈이에요. 하지만 예체능은 정말 어려운 꿈이고, 부모님께서 반대하십니다. 안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니까요. 꿈을 접지는 절대! 못합니다. 그래서 대학교 학과 진학은 우선 열심히 공부해서 언론정보학과로 정하고 싶지만 성적이 정말 부족합니다. 부모님을 설득해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도전해볼까요. 아님 미치도록 공부해서 대학생이 된 후 다시 배우에 도전할까요? 이미 꿈이 확고한 친구들이 주변에 대다수여서 요즘 심리적으로 힘드네요.”


그냥 명쾌하게 말씀을 드릴게요. 언론정보학과로 정하고 싶지만 성적이 부족하다면, 가지 마세요. 본인의 꿈은 따로 있는데 대학교 진학했다는 타이틀이 필요하신 거라면,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셔서 타이틀을 따 보세요. 그런데 타이틀을 따시라고 권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가지고 온 책은  『나의 까만 단발머리』  입니다. 리아킴이라는 유명한 댄서, 안무가가 쓴 에세이예요. 저의 동거인인 황선우 작가가 이 책의 북토크를 진행해서 저도 같이 읽었는데, 마침 윤진 님의 고민과 맞닿더라고요. 리아킴은 대학교를 안 갔어요. 춤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 너무 좋았대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춤이고, 스트리트 댄스를 가르쳐주는 학과도 없고, 그러다 보니까 대학교를 갈 필요성을 못 느낀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께 기획서 같은 것을 씁니다. ‘대학교 4년을 다닌다면 등록금과 여러 비용이 이만큼 들 텐데, 나한테는 2년만 지원을 해 달라, 그러면 춤을 배우고 영어를 마스터하겠다’라고 제안서를 쓴 거죠. 그래서 허락을 받아내고 대학을 가지 않고 춤을 계속 췄어요. 결국은 팝핀으로 세계선수권대회 1위를 차지합니다. 호텔방에서 파티를 할 때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원래 있던 지하 연습실로 돌아와 보니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거예요.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까 약간 허무감 같은 것도 찾아오고요. 그래서 슬럼프를 겪습니다.


그런데 주변 동료들이 아주 적확한 때에 좋은 조언들을 해줘요. 이를테면 동영상을 찍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모니터를 가리키면서 ‘이제 우리의 스테이지는 여기야’라고 이야기를 해요. 지금 리아킴은 ‘원밀리언’이라고 하는 댄스팀의 대표로 있는데, 구독자가 1600만 명이 넘고 어떤 동영상은 조회수가 1억이 넘어간대요. 리아킴의 꿈이 ‘세계 1위 댄서’라는 명사였을 때는, 그것을 성취했지만 자신이 꿈을 추구할 때만큼의 행복감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던 거예요. ‘원밀리언’이라는 댄스팀의 이름도 ‘백만 명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온 건데, 이 사람의 꿈도 동사가 아닐까 싶어요. ‘1위 댄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과 함께 춤추고 싶어’라는 게 동사형의 꿈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윤진 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내가 대학교 타이틀을 따는 게 꿈에 접근하는 길일까’를 다시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걱정하는 데에도 이유는 있어요. 그렇다면 ‘내가 부모님께 설득을 당할 것인가, 아니면 부모님을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그리고 ‘배우’라는 꿈에는 너무 많은 게 겹쳐있어요. 윤진 님이 정말 원하는 게 배우라고 하는 ‘인기 많은 사람의 삶’인 건지, 아니면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꿈인지,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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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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