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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인간은 의미를 먹는다 (G. 이욱정 PD)

김하나의 측면돌파 (91회) 『치킨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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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의 식욕 또는 식탐의 본질은 상징과 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은 의미를 먹는다고 하는 명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019.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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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00년 동안, 인류의 곁에는 닭이 있었다. 날개는 있지만 하늘을 날 수 없는, 그래서 어쩌면 우리 인간의 운명을 닮은 새. 백색의 고기, 닭은 요리하는 인류에게 또 다른 날개를 달아주었다. 닭이 없었다면 인류의 식탁은 지금처럼 풍요로울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요리인류를 대신해 닭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름다운 새여, 오늘 밤도 당신은 배고픈 우리의 영혼을 위로해줍니다.


이욱정 프로듀서의 책  『치킨인류』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이욱정 PD 편>


오늘 모신 분은 ‘푸드멘터리’를 만드는 ‘요리하는 프로듀서’입니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기획ㆍ연출하고 <자연 담은 한끼>, <도시의 맛>, <요리인류 키친>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한 분이죠. 이번에는 닭을 따라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식문화를 탐험하셨어요. 이름하여 ‘치킨 오디세이’! 책  『치킨인류』  를 쓰신 이욱정 PD님입니다.

 

김하 : PD님은 제가 초면이시겠지만, 저는 실물을 뵀던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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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정 : 아, 그래요?


김하나 : 네, 저희가 지난 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방송을 했는데 부스가 바로 옆이었어요. 제가 출연하러 걸어가다가 ‘어? 다음 방송에 출연하실 이욱정 PD님이 저기에서 뭘 하고 계신 거지?’ 하고 봤었어요. 직접 요리를 하셨죠? 메뉴는 뭐였나요?


이욱정 : 그때 이벤트가 많았어요. 토크도 하고... 그래서 무슨 요리를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웃음), 닭 요리도 있었고요. 한식 관련된 선생님들 모시고 같이 했기 때문에 한식도 있었고요. 그 기간 동안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웃음).


김하나 : 사람들 앞에서 요리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욱정 : 어려워요. 진짜 요리를 잘하시는 프로 셰프들도 말하면서 요리를 하라고 하면 어려워해요. 가 가끔씩 셰프들 모시고 (방송을) 하면 말을 시켜도 요리하는 데에 집중해서 듣지도 않아요(웃음). 요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아요. 그런데 방송을 많이 해 본 요리연구가나 셰프님들은 잘하시죠. 그게 재주예요, 정말.


김하나 : 뮤지션들도 드럼 치면서 노래하는 거 보면, 일반인들은 정말 상상하기가 어렵잖아요. 정말 다른 뇌를 동시에 쓰는 것일 텐데...


이욱정 : 그렇죠. 그래서 그런 이야기는 있어요. 요리 프로그램에서 실제 완성된 요리는 보이는 것보다는 간이 안 맞는 경우들이 있다고(웃음)... 일단 말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건 비밀입니다(웃음).

 

김하나 : 그런데 시식하면 전부 다 맛있다고 하잖아요(웃음).


이욱정 : 카메라 앞에서 요리하는 장점이 그거죠. 내부자들만 맛보기 때문에(웃음).


김하나 : 그러면 이번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반응이 어땠나요?


이욱정 : 반응은 괜찮았어요. 만드는 요리하고는 다르게 시식용으로 나눠주는 요리는 따로 준비했기 때문에(웃음)...


김하나 :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웃음). 이욱정 PD님은 정말 ‘스타 PD’이시죠. <누들로드>부터 시작해서 음식에 관해서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계신데, 아예 법인이 따로 있으시다고요.


이욱정 : 네. KBS에 사내 독립 법인을 만들었어요. ‘주식회사 KBS 요리인류’라고 되어 있고요. 1년 조금 넘었고, 정말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프로듀서의 역할은 지상파에 나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었다면,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그 회사에서는 국제도서전에 부스를 차리고 참가하기도 하고요. 굉장히 크고 작은 인터넷용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실제 식음료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서울시와 하는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죠.

 

김하나『치킨인류』  는 ‘배달의 민족’, <매거진 F>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이욱정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다큐멘터리가 먼저 만들어지고 이번에 책이 나왔는데요. 첫 장면이 호주에서 에뮤라고 하는, 40~60kg 정도 되는 새한테 쫓기는 거잖아요. 그 커다란 새들이 점점 다가오고, 놀라서 주춤주춤 뒤로 가는데 농장 주인이 어딘가로 가버리잖아요. 어떠셨어요(웃음)?


이욱정 :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 현장은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웃음). 제가 자연 다큐보다는 문화나 식문화에 대한 다큐를 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동물한테 위협당한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 경우는... 에뮤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타조인데, 우선 우리보다 키가 크고요. 아주 무서웠어요. 농장 주인이 (에뮤를) 컨트롤을 못 하더라고요. ‘왜 많은 새 중에서 닭이 인류가 가장 많이 키우는 가축이 됐을까’ 생각해 봤을 때, 조금 엉뚱하지만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봤어요. ‘그러면 닭이 없던 대륙에서 사람들은 어떤 새를 먹었을까?’ 그래서 호주를 가본 거고요.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경우 닭이 보급되기 전에는 야생의 새들을 먹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애용하던 고기가 바로 에뮤 고기예요. 고기로만 따져봤을 때는 에뮤가 닭보다 영양 측면에서도 뛰어나고, 또 한 마리가 60kg 가까이 되니까, 훨씬 양질의 것이죠. ‘그런데 왜 가축화되지 못했을까?’ 또는 ‘가축화됐지만 왜 퍼져나가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을 현장에서 던져보자는 의미로 가봤던 거예요. 다큐멘터리는 예상외의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가 항상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의 테두리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닭에 대한 다큐에서 왜 갑자기 에뮤가 나오나’ 하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었을 텐데 ‘사람들은 이 커다란 새(에뮤)를 가축화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닭보다 훨씬 좋았을 텐데, 왜 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을 했던 것이고요. 결론은 ‘주인도 컨트롤이 안 된다’는 거였어요(웃음). 가축화할 수 없는 야생성이 너무 강하고요. 우리가 보통 ‘크기가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보다 큰 동물은 가축화하기가 어려워요.


김하나 : 소처럼 순하지 않은 다음에야...


이욱정 : 그렇죠. 아직도 기억나는 게, 농장 주인이 계속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에뮤가 주인의 팔꿈치를 쪼았어요. 그런데 바로 피가 철철 나더라고요.


김하나 : 괜찮다고 했는데(웃음)...


이욱정 : 그런데도 이 분이 웃으면서 ‘I′m OK, I′m OK’ 하는 거예요. 전혀 OK가 아니더라고요(웃음).

 

김하나 : 치킨이라고 하면 바로 후라이드 치킨이 연상되는데, 이 책에는 스펙트럼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닭의 기원도 있고, 상징도 있고,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그런데 ‘전 지구상에 퍼져있는 닭을 다큐멘터리로 한 번 찍어보자’라는 건 너무 방대한 작업이잖아요. 애초에 ‘닭을 한 번 찍어봐야겠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된 건가요?


이욱정 : 우선은, 제가 만드는 다큐멘터리들이 조금 방대해요(웃음). 무지막지하게 큰 질문을 던져요(웃음). 닭에 대한 관심은, 전작이었던  『요리인류』   시리즈에 고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걸 하면서 닭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인류가 가장 많이 먹는 고기가 닭이고, 하나의 생명체로서 오늘날 지구에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있는 게 또 닭이고요. 그래서 닭에 대해서 더 각론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개인적으로 식재료로써 닭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제 지론은 무언가 일을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된다는 거거든요(웃음).


김하나 : 음식은 원래 좋아하셨기 때문에 음식 쪽으로 가셨고, 그 중에서도 닭을 좋아하시니까 닭으로 더 들어간 거군요(웃음).


이욱정 : 네. 저는 음식을 통해서 결국은 우리를 보는 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프로젝트는 닭이라고 하는 동물 혹은 가축을 통해서 현재 우리의 밥상, 우리의 여러 가지 모습들, 우리의 먹거리가 돌아가는 시스템들을 한 번 성찰해보는 시도라고 생각했고요. 크게는 세 가지로 생각했어요. 하나는 동물로서의 닭인데요. 조류 중에서 50종 정도는 날지 못해요. 굉장히 드문 거죠. 그 중에서도 가축화된 건 오리와 닭이에요. 가장 사람들이 많이 키우고 먹는 게 오리와 닭인데, 오리는 닭이랑 비교도 안 될 만큼 숫자가 적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축의 수, 반려동물의 수, 거기에 인간의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닭이 살고 있거든요. 책에도 나오는 표현이지만 ‘지구는 닭의 행성’인 거죠. 그래서 동물로서의 닭을 한 번 보자고 생각했고요. 두 번째는 식재료로써의 닭을 보자는 차원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육류와 고기는 오늘날 인류를 만든 가장 본질적인 식재료이고 식습관이죠. 거기에서 닭이 차지하는 위치, 역사를 보자는 거였고요. 마지막은 상징으로서의 닭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는 거였어요. 저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인간의 식욕 또는 식탐의 본질은 상징과 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은 의미를 먹는다고 하는 명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화인류학적으로 ‘닭 또는 식재료로써의 닭에 대해서 문화권 별로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고 있나’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세 차원을 가지고 책과 다큐멘터리를 구성해봤죠.

 

김하나 : 인도에는 힌두교도들도 있고 이슬람교도들도 있기 때문에, 힌두교도들은 소를 안 먹고 이슬람교도들은 돼지를 안 먹기 때문에, 결국 보편적으로 닭고기와 채식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장치라는 거죠. 맥도날드에서도 소고기 패티가 들어가 있지 않은 채식 버거를 팔고요. 그런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이욱정 : 인도가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회죠. 우리는 오늘날 세속화된 세계 속에 살고 있죠. 여러 가지 것들을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신성성, 종교라고 하는 것의 잣대로 보지 않잖아요. 특히 아시아 사회는 종교인이어도 그 종교의 음식 금기를 지키지 않거든요. 실은 우리도 마찬가지였고, 인류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종교라는 것이 생기고 신성한 존재가 우리의 생활을 규율하는 규범 속에서 살아왔잖아요. 종교가 사람의 정신과 사회를 움직이는 굉장히 큰 힘이었고요.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이것은 먹어도 된다, 이것은 신이 금지한 것이다’, 물론 지금 봤을 때는 비과학적이고 어리석어 보이는 면도 있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는 거죠. 특히 육식이라고 하는 것, 그것이 한 때 들을 뛰어 놀던 생명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거든요. 종교에서 음식에 대한 여러 가지 규범이라고 하는 것이. 인도라고 하는, 종교의 음식 금기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사회에서 그걸 들여다보기 좋았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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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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