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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동양과 서양의 색다른 쌍무

잠비나이 『온다 (O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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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주류 음악 차트에서는 볼 수 없어도 잠비나이는 자신들의 자리에서 광채를 발한다. 한국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것, 정말 멋진 일이다. (2019.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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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NCT 127 등 여러 아이돌 그룹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6월 초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열린 단독 공연에 12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글로벌 톱스타로서 위용을 뽐냈다. 세계 각지의 청춘들이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의 춤을 따라 한다. 케이팝이 지구촌 곳곳으로 빠르게 뻗어 나가는 중이다.

 

우리 대중음악의 존재감을 드높이는 역군은 아이돌에 국한되지 않는다. 외국을 주 무대 삼아 케이팝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는 인디 밴드도 여럿 된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잠비나이다. 이들은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프랑스 헬페스트 같은 유수의 음악 축제에 출연하며 외국 음악팬들과의 만남을 활발히 이어 가고 있다. 때문에 잠비나이는 나라 바깥에서 더 유명하다.

 

이처럼 잠비나이가 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참신성의 힘이 컸다. 잠비나이는 코드나 멜로디를 중시하는 보통의 록 문법을 벗어나 악기들의 질감과 조화, 복잡한 구성, 야릇한 분위기 등에 무게를 두는 포스트 록을 들려준다. 한마디로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한다. 이 장르가 전체 록 음악 지형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좁은 편이긴 해도 아주 낯설게 느껴질 수준은 아니다. 잠비나이는 여느 포스트 록 밴드들과 다르게 국악기로 록 사운드를 완성해 유례없는 신선미를 발산했다. 더불어 우리 악기들이 지닌 음색을 잘 살려 음산함과 강건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내보였다.

 

이달 출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온다 (ONDA)>에서도 우리 전통악기로 빚은 오묘하고도 박력 넘치는 록의 향연은 계속된다. 생황과 해금이 따로 곡을 이끌다가 하모니를 이루며 분위기를 고조하는 「Sawtooth」, 거문고를 타고 나온 차친 리듬과 양금의 청아한 소리, 스캣 보컬이 신비감을 퍼뜨리는 「사상(絲狀)의 지평선 (Event horizon)」, 8분 20초 동안 국악기로 차분히 전통음악의 빛깔을 낸 뒤 세찬 록으로 변모하는 「나무의 대화 (In the woods)」 등으로 잠비나이의 창의적인 음악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우리 전통음악과 서양의 현대 대중음악이 착 달라붙어 색다른 쌍무를 춘다.

 

이번 음반은 전작들보다 보컬 곡을 많이 들였다. 덕분에  잠비나이 음악의 단점이라 할 까다로움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동시에 이 장치를 통해 기묘한 느낌을 한층 직관적으로 드러내게 됐다. 「Square wave」는 보컬 선율을 단조롭게 지어 귀에 빠르게 익게 하면서도 중반부터는 보컬을 멀리서 울리는 것처럼 꾸며 화자의 절박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부각했다. 「온다 (ONDA)」는 어절들을 연결해 부르는 가창으로 유연함과 몽롱함을 함께 나타낸다. 보컬이 대중성과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해 준다.

 

또한 보컬은 복잡성, 색다름을 생성하는 기능도 맡는다. 「검은 빛은 붉은 빛으로 (Sun. Tears. Red.)」는 중세 성가를 떠올리게 하는 나지막한 보컬로 초반부터 엄숙한 분위기를 만든다. 뒤이어 노래는 래핑에 의해 랩 메탈로, 중반과 후반의 절규하는 가창을 통해 스크리모로 변모한다. 간주 후의 짧게 끊어서 부르는 래핑("검은 새벽의 공기를 마실 때. 깊은 어둠의 종말을 고할 때. 여기 다가온 마지막 순간이.")은 우리의 별달거리 장단과 닮아서 재미있게 느껴진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새 앨범 <온다>에는 외국 매체와 음악팬들의 호평이 따르고 있다. 국악기로 연출한 새로움, 긴장감 있는 구성, 탄탄한 짜임새를 겸비한 덕이다. 비록 주류 음악 차트에서는 볼 수 없어도 잠비나이는 자신들의 자리에서 광채를 발한다. 한국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것, 정말 멋진 일이다.


 

 

잠비나이 (Jambinai) 3집 - 온다 (ONDA)잠비나이 밴드 | 비스킷 사운드 / 더텔테일하트
동명의 타이틀 곡에 담긴 '그대가 지내온 아픔들이 빛나는 축복의 별이 되어 (그대에게) 온다'라는 가사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잠비나이의 새로운 조류(潮流)를 선보인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은 의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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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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