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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가 음악사에 새긴 페미니즘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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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종교, 인종, 빈곤, 환경, 정치색에 이르기까지 마돈나의 행보는 거침없이 진보적이며 망설임 없어 획기적이다. (2019.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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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사에서 페미니즘을 논할 때 가장 대중적이고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뮤지션은 마돈나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숨죽이지 않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 순간도 이질적인, 양면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3년 1집 <Madonna>로 데뷔한 이래 얼마 후 발매를 앞둔 정규 14집 <Madame X>까지 그는 볼륨을 줄이지 않고 신념을 전파했다. 여성, 종교, 인종, 빈곤, 환경, 정치색에 이르기까지 마돈나의 행보는 거침없이 진보적이며 망설임 없어 획기적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정리한다. 마돈나가 음악사에 아로새긴 가치는 무엇인지 그 빛나는 순간들에 주목했다. 다소 개괄적 요약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바란다면 그를 다시금 마주하고 풀이하는 한 개의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역사의 방향성은, 변화를 향한 움직임과 이동은 어느 정도 나아갔을까. 그 운신의 폭을 되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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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미니즘에 새 방향을 심다

 

마돈나가 등장한 1980년대 미국은 푸석거렸다. 정치적으로는 보수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경제 호황을 이끌었으나 내면의 억압은 여전했다. 어른들은 착한 여자를 원했고 사회 내 평등을 울부짖으며 퍼졌던 2차 페미니즘 운동은 옅은 미풍 속,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 쌓인 성 고착관념을 반론과 시위 등 정공법을 통해 개선하려했던 당시 흐름에 사고의 전환을 꾀할 강렬함은 없었다.

 

바로 이즈음 마돈나가 등장한다. 데뷔 초 수려한 미모에 화려한 춤사위로 주목받은 그는 이후 파격적인 제목의 소포모어 <Like a Virgin>으로 구설수에 오른다. 짜릿한 새로움. 성을 파는 가벼운 음악가. 이 양극단을 오가며 크고 작은 논란에 선 그는 1984년 9월 14일 드디어 그간의 균열을 종식할 기념비적인 무대를 꾸린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전환이란 청취 구조의 변환을 일군 MTV의 창립 이래 첫 공식 시상식에서 마돈나는 매니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Like a virgin'을 열창했다. 서슴없이 취해보인 성적 제스처는 그 날의 핵심이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대의 분기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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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정복할 거예요” 한 인터뷰에서 가볍게 웃으며 흘린 마돈나의 본심은 말 그대로 현실이 된다. 젊은 여성들은 Boy toy(나이든 사람과 관계 맺는 어린 소년)란 벨트를 차고 기성세대의 마른 입을 짝 벌어지게 만든 그에게 열광했고 세대를 선도한 그의 패션은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매김한다. 팬덤을 품에 안은 뒤 행진은 더욱 거세졌다. 'Material Girl'을 통해 만남의 필요조건은 돈이며 자신은 속물적인 여성임을 노래했고, 'Papa don't preach'는 뮤직비디오 속 짧은 머리와 겸해 스스로 미혼모를 택하는 가사로 기존 제도권 교육에 반한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 37년 동안 그의 목소리는 꺼지지 않았다. 페미니즘의 본래 기치에 맞게 여성에 한정지은 발화가 아닌 그 너머의 인권 수호를 외친 마돈나는 기존 평등 운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건 사회가 금기한 행위를 직접 선보이는 것이었다. 이전까지의 페미니즘이 '거부'와 '반대' 팻말을 드는 것에 불과했다면 마돈나로 촉발된 페미니즘은 안 되는 걸 행하는 두잇(Do it)형의 적극적 나아감을 품었다. 뿐만 아니다. 그는 남성과 그룹으로 한정된 스타 신드롬을 최초로 여자 솔로 뮤지션 쪽으로 옮겨왔다. 거리에는 마돈나가 넘쳐났다. 가죽 캡 모자,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 질끈 묶은 머리엔 커다란 리본이 달려 있었고 팔목엔 여러 겹의 팔찌가 메여 있었다. 세상이 전에 없던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단 한명의 여성을 통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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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퍼포먼스에 사회를 심다.

 

이렇듯 거침없는 성적 발화로 그가 확립시킨 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었다. 2016년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로 무대로 오른 마돈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수년간 창녀나 마녀로 불렸다. 성적 대상화를 했단 이유로 페미니즘이 후퇴됐단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왜 여성은 섹시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나는 억압을 비판한다. 난 나쁜 페미니스트다.” 그는 세간의 평가를 정확히 인식하였고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허리 숙이지 않은 강성 논조는 독보적 퍼포먼스와 맞닿아 새 흐름을 농도 짙은 영향력을 만들어냈다.

 

1989년 4번째 정규 음반 <Like a Prayer>는 상업적 성과와 비평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비난도 만만찮았다. 동명 타이틀 'Like a prayer'의 뮤직 비디오에서 십자가는 불탔으며 예수는 흑인이었다. 성추행 범에게서 여성을 구해준 흑인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이 되어 잡혀가고 오 분이 넘는 러닝 타임 속 노래는 흑인 차별과 기존 기독교 체계의 원론을 뒤엎을 저격을 계속한다. 전작 <True Blue>로 선보인 약간의 사회성과 댄스 팝으로 비롯한 스타성. 그 안전노선을 따르지 않고 내비친 한 층 파격적인 서사는 옛 것에 갇힌 고정관념을 깨부순 기폭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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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하지 말고 자신을 표현해라”는 그의 목소리는 더 많은 소녀와 소수자에게 해방감을 안겼다. 익히 알려진 1990년 <Blond Ambition> 투어 공연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콘브라 의상을 입고 자위행위를 퍼포먼스로 선보였으며 같은 년도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오른 곡 'Vogue'는 게이 문화였던 보깅 댄스를 음지에서 양지로, 마이너에서 주류로 끌어올렸다. 체제 저항적 디스코그래피에 제약은 날카로웠다. 9.11 테러의 응수로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 일갈을 날린 뮤직비디오 'American life'는 철회되었고 2009년 월드 투어로 찾은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혁명가 플레이를 요구 받았다. 맞대응은 시원했다. 그는 무대에 섰다.

 

이 외에도 특별한 발자국은 많다. 편견 없이 성의 모든 것을 다룬 누드집 <SEX>을 출간하고 가시관을 쓴 채 십자가 위에 올라 에이즈의 심각성에 대해 알렸다. 동시에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여자 가수이기도 하다. 그가 갈고 닦은 길목에는 전위적이고 힘이 센 여성이 있었으며 그 주위에는 평등과 차이, 차별의 극복을 향한 열망들이 녹아있다. 마돈나가 게시한 앞날은 훗날 핑크,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케샤의 현재가 된다. 레이디 가가가 기괴한 의상으로 기존의 여성 캐릭터를 해체하며 'Born this way' 등을 통해 또 한 명의 페미니즘 혁명가가 될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윗 선배 마돈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주는 건 간단하다. 그는 전에 없던 여성의 태도를 음악과 사회에 심었으며 여기서 나아가 대중의 앉은 자리를 무대 아래에서 위로 이동시켰다. 반항과 저항으로 피어낸 평등의 목소리는 기존의 것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님을 설파했다. 마돈나는 세상을 봤고 움직였으며 문화를 바꾸고 연대했다. <롤링스톤>이 마돈나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 중 하나로 명명한 건 <빌보드>가 뽑은 가장 상업적 성과 좋은 뮤지션 2위로 선정 된 건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가치의 전복 덕택이다. 이처럼 그는 음악으로 통념을 분해했다. 마돈나는 마돈나가 됐다.

 


박수진 (muzi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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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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