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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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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그러한 삶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적응과 변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지리학이지요. 여행 역시 어떤 곳의 경관과 문화,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기에 지리학과 추구하는 바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2019.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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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여행자와 여행되는 것의 만남.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지의 자연경관이나 문화환경, 그곳의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돌아봐야 자아 성찰도 깊어진다. 저자는 홍매화로 유명한 선암사에서 인증샷만 남기는 여행이 아니라 고유의 향기와 소리를 즐기는 여행을 권한다. 수많은 서부영화의 촬영지인 미국 모뉴먼트밸리를 해 질 녘에 찾아서는 지리를 알고 간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 준다. 여행의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되던 기차로는 어떻게 색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도 알려 준다.


여행에 정답은 없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좀 ‘더’ 끌어올리는 데 지리가 유용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행의 의미와 이유, 과정을 성찰할 수 있는 인문지리학적 시선의 색다른 여행기가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에 담겼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저자님께서는 자신을 위한 진정한 성찰을 위해서는 낯선 대상이나 장소에 대한 지리적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럼으로써 성찰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하셨는데요. 이는 어떤 의미일까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은 낯선 환경에 처하면 몰랐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낯선 곳으로 가서 좋은 호텔에 있기만 하면 나를 알 수 있을까요? 물론 휴식이 목적인 여행이라면 좋은 호텔에서 낮잠을 자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호텔 밖으로 나가 사람과 문화를 만나야 합니다.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잿빛 하늘 아래에서 만난 에콰도르 이민자 마르티네즈, 시베리아 평원 한가운데에서 상상한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온두라스 로아탄섬에서 우연히 참여한 초등학교 수업, 그리고 얼마 전 다녀온 자이푸르의 아수라장 속에서 만난 질서 있는 사람들 등이요.


지구 저편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했습니다. 물론 제가 살고 있는 곳과 자연스럽게 비교될 때도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다름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삶터가 어떠한지, 그곳에 어떤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지, 외부와의 관계는(가령 글로벌화의 영향) 어떤지 등 이곳(우리)이 아닌 그곳(그들)의 관점에서 장소와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면서 여행에서의 즐거움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들을 보며 몰랐던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여행에서 지리적 문제가 다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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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두라스 로아탄섬의 한 초등학교의 수업

 

 

지리라고 하면, 국가나 도시, 마을의 위치 등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지리의 다양성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넓고, 깊은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곳 하나 똑같은 장소가 없지요. 수많은 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곳에 맞는 독특한 생활방식과 의미, 상징들을 아로새겨 넣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리는 이런 장소와 그곳 사람들의 관계에 관한 지식과 논리입니다. 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그러한 삶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적응과 변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지리학이지요. 여행 역시 어떤 곳의 경관과 문화,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기에 지리학과 추구하는 바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리학과 여행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디’라는 위치의 접근이 지리의 시작이긴 하지만, 그것만을 따지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랍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무엇보다 여행지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행지를 잘 아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저자님만의 TIP을 말씀해주신다면요.

 

흔히 인터넷 블로그나 SNS, 여행 안내서나 에세이 등을 통해 여행갈 곳의 정보를 참고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참고는 하지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갈 곳의 지도를 열심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지리부도와 함께 자유롭게 확대 및 축소가 가능한 인터넷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에요. ‘지도 놀이’를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곳의 객관적 사실만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답니다.


TIP이라면, 우선 정확한 위치 파악부터 하면 좋겠어요. 내가 갈 곳은 어느 대륙 어디쯤인지, 주변에는 어떤 국가나 지역들이 있는지, 주변에 산과 강과 바다가 어떻게 놓여 있는지 등 어찌 보면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지만 이것조차 모르고 떠나는 여행자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의 최신 지도들은(구글 지도 등) 그곳에 관한 사진들도 자세히 링크되어 있고, 동영상도 참고할 수 있어요. 열심히 지도 놀이를 하며 내가 갈 곳에 대해 파악하다 보면 설렘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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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으시지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또,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알았던 것과 직접 가서 보고 느낀 것들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모든 장소를 신기하고 낯설게 바라보면 전부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저는 네팔의 로열치트완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바라우리’ 마을에서 홈스테이 중인데요. 이곳에서의 앎과 특별함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인 이곳은 뱅갈호랑이, 인도코뿔소 등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보호받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에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WWF의 지원도 받고 있지요. 남부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촌의 합작으로 환경보호에 성공을 거둔 사례로 주목 받는 곳입니다. 이곳의 밀림 투어로 진귀한 동식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에요.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이곳 원주민인 타루(Tharu)족 마을이 지구촌의 지원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통해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그 취지에 공감하고 공정여행을 실천하고 있고, 그 주민들도 여행객들에게 친화적으로 대하면서 자신들의 문화와 환경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이 제게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마음이 아주 편안한 여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오기 전에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여행을 통해 앎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들과 따뜻하게 교감하는 경험을 하게 되어 무척 즐겁습니다. 

 

여행과 관광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가 흔히 관광과 여행을 큰 구별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의미에는 차이가 있어요. 관광이 돌아옴을 전제로 잠시 둘러보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여행은 (돌아옴이 전제가 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현지에 동참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기준이 경계 안쪽 이곳에 있느냐, 경계 넘어 저 곳에 있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행자는 내가 있는 이 곳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보다 그 곳의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한다는 점, 그래서 우열의 관점이 아니라 그저 다름의 관점에서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터전을 어떻게 가꾸어가는지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관광객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리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최상의 무대는 전망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혹시 여행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가 따로 있나요?

 

어떤 장소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들어오는 탁 트인 시야와 상쾌한 공기가 가져다 주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지요. 또, 지리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큰 틀에서 산과 강이 어떻게 펼쳐져 있고, 도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주요 랜드마크나 여행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등 이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거든요. 마치 퍼즐이 다 맞춰진 그림을 미리 보는 것과 같아요. 그 후에 내려가서 보고 싶은 곳을 하나하나 돌아보면 전체의 지리적 맥락과 비교가 되어 좀 더 분명하게 그 특성을 파악하고 심상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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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에리체와 에리체에 올라서 본 시칠리아 전망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지도는 ‘여행의 동반자’예요. 그런데 의외로 지도를 열심히 보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도를 단순한 위치 파악이나 길 안내의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앞서 말씀 드렸듯이 지도는 세 번의 여행 즉, 출발 전 준비 여행, 현지에서의 본 여행, 돌아온 후 정리 여행 내내 활용해야 할 여행의 필수품입니다. 지도는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주는 지리적 상상력의 도구이자 놀이터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여행갈 때는 중고등학교 지리부도 교과서를 다시 활용해보길 꼭 권하고 싶습니다. 여기에는 지형, 기후 등 자연환경과 종교, 산업 등 인문환경 등의 다양한 총천연색의 지도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지도 놀이’를 통해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주변지역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그곳의 사람들의 삶을 추정해보는 즐거운 지리적 상상이 여러분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입니다.  

 

 

* 이영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및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지리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소와 사람, 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을 연구한다. 특히 세계화 시대의 여행과 국제 이주의 특성을 연구하면서 인문지리학의 관점으로 여행의 의미와 방법을 전파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의 도시와 건축』 『이주로 본 인천의 변화』를 집필했으며, 『문화?장소?흔적: 문화지리로 세상 읽기』 『국가?경계?질서: 21세기 경계의 비판적 이해』 『쿠바의 경관: 전통유산과 기억, 그리고 장소』 『포스트식민주의의 지리』 등을 번역했다. 이 책은 2013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해 온 교양 과목 『여행과 지리: 글로벌화의 지역 탐색』 을 엮어 낸 것이다. 매 학기 개설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한 인기 강의다. 이영민 교수는 2018년 이화여대 강의우수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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