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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인터뷰] 『빨간 모자의 숲』

<월간 채널예스>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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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낯선 세상은 소녀에게 경험을 선물한다. (2019. 06. 03)

빨간모자의숲@표지한글.jpg

 

 

예닐곱 살 때 보았던 그림책의 강렬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 이미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오랜 기간 제 머리에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의 새로운 이미지를 덧붙이거나 해석을 더하곤 했지요. 제 안에서 그 이미지는 재생산되었습니다. 뚜렷한 서사를 성실하게 보충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그림도 있습니다. 반면에 저는 다층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이미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림책이라는 매체는 어린 독자들이 이미지를 경험하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림책에서 만난 하나의 이미지가 자신들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빨간 모자의 숲>은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 시나리오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첫 결과물입니다. 독자는 이 그림책에 또 다른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빨간모자의숲@한글17.jpg

               

 

 

숲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나요? 숲속 깊이 걸음을 내딛을수록 익숙한 세상 소리들과는 멀어지지요. 작은 열매가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 멀리 이름 모를 새가 제 이름을 주고받는 소리, 부스럭 마른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야생 동물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잊고 있던 기억들이 밀려듭니다. 빨간 모자를 쓴 소녀는 홀로 숲에 들어서면 고요함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는 순간 누구나 느끼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요.

 

 

빨간모자의숲@한글27_빨간모자의 붉은 실이 풀어지는 장면.jpg

           

 

 

숲에서 만난 늑대는 어른들이 경고하는 위협적인 존재만은 아니었습니다. 늑대는 소녀에게 두려운 대상이면서 동시에 놀라운 경험을 함께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존재입니다. 소녀는 늑대의 등에 올라 바람을 가르고 숲을 내달립니다. 숲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이지요. 짜임에서 풀어지는 빨간 모자의 붉은 실들은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로움과 카타르시스를 상징합니다.

 

 

빨간모자의숲@한글30_현실로 돌아간 빨간 모자.jpg

           

 

 

빨간 모자를 쓴 소녀는 그러한 낯선 경험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입니다. 어른들의 위협과 경고만 없다면 말이죠. 소녀는 자신의 멋진 경험을 모두에게 털어놓을 만큼 어리석지도 않습니다. 어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빨간 모자의 숲최정인 저/휘민 글/최정인 그림 | 브와포레(BOISFORET)
숲 속에서 만난 ‘너’는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으로 모호하게 다가옵니다. 더 이상 늑대는 우리가 아는 두려운 존재도 금기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죠. 아이는 숲 속 산책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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