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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의 시대를 건너기 위한 ‘존엄’, 인간다운 삶의 원칙

『존엄하게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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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의 인격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에도 인간성을 단지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019.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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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 Guang, 2015 인플루엔셜 제공

 

 

“자신을 벌레로 여기는 사람은, 짓밟히는 것에 대해서도 불평할 수 없다.” - 임마누엘 칸트

 

책 표지에 적힌 ‘존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묵직합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인데요. 학생 시절 윤리 시간에 안락사와 관련하여 들은 기억은 날 겁니다. 생명의 존엄성, 이런 맥락으로요.

 

그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생계에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언젠가는 로또에 걸릴 꿈을 꾸고, 온라인 뉴스란에서 연예인이나 정치인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고, 집에서는 가족과 싸우고, 도로에서는 난폭한 운전자를 보며 욕하고, 나도 때때로 난폭 운전을 하고, 그렇게요.

 

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인 분쟁이 계속되고,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기질은 안 좋고요. 계급, 성, 인종, 국가 간 불평등은 여전합니다. 『21세기 자본』에 의하면, 불평등은 심해지고 있다고 하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인류가 존엄하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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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산다는 것』  의 저자는 존엄함이라는 관념이 인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근대, 그러니까 17~18세기 계몽주의의 유산이며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거죠.

 

수세기에 걸쳐 막대한 힘을 손에 쥔 권력자가 정한 목표에 따라 행동할 것을 강요 받아 왔던 인류는, 이제 각자가 가진 관념, 즉 존엄을 행동원칙으로 삼아 각자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공동체에 기여할 것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중략)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명제는 단순히 일부 지식인들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주주의 사회의 형성과 지속을 위한 결정적인 전제조건인 것이다. (86~87쪽)

 

존엄함이라는 관념이 형성된 것과, 실제로 지켜졌는지 여부는 별개입니다. 양차 세계대전은 존엄함이 철저하게 짓밟힌 사건이었는데요. 이 책은 존엄함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인간 뇌의 가소성에 주목하며, 존엄함이라는 감각도 훈련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중요한데, 실패와 만남입니다. 둘 중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한 개인이 형성한 이상과 세계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이를 칸트의 표현으로 바꿔 이야기하면, “인간은, 모든 지성적인 존재는 수단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목적으로 존재한다. 너 자신의 인격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에도 인간성을 단지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인 게랄트 휘터는 존엄함이 뇌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고,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당연한 장치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러한 뇌과학적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가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존엄함이라는 감각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존엄성을 인식한 이들은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행동하며, 호의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갖게 된다. 주어진 자신의 모습 속에서 평온함을 누리며, 그를 타인에게도 전달한다. 타인의 재촉이나 유혹에 휘청거리지도 않는다. (170쪽)

 

자신의 존엄함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존엄하지 않은 행동에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178쪽)

 

이 책의 부제인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이라는 표현대로, 우리가 존엄함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왜 이럴까, 세상은 왜 이럴까를 고민한다면 이 책으로부터 단서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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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추천합니다


1. 220쪽으로 그리 두껍지 않아 이동하며 보기에 편합니다. 책끈이 있어, 책갈피가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격 또한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2. 주제에 담긴 무게가 묵직하지만, 명료한 표현으로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3. (책 뒤 표지에 적힌 대로) 기술 만능주의와 환경 재앙, 기업의 착취와 개인의 탐욕… 존엄을 잃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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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손민규(인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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