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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날 이야기가 떠올라 - 연극 <뜨거운 여름>

재희의 옛날이야기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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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는 첫사랑 채경의 죽음을 전해 듣고 가장 뜨거웠던 시절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2019.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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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의 죽음을 전해 듣는 재희는 버튼을 누른 것처럼 과거로 되돌아간다. 연극배우인 주인공 재희가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  <뜨거운 여름>  은 재희라는 인물이 무대에 서 있기까지, 그때 그 시절이 얼마나 거대한 토양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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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해낼 것 같던 시절에 대한 회상


주인공 재희는 가요를 즐겨 듣고, 가방에 만화책을 잔뜩 가지고 다닌다. 창피하니까 만화책 말고 교과서를 손에 들고 다니라는 교사의 훈계를 듣고, 만화책은 가방에, 교과서는 손에 들고 버스를 타는 학생이기도 하다. 잔소리하는 엄마를 욕하는 일기를 쓰기도 하고, 잘하는 과목 하나로 꼼수를 쓰기도 한다. 한 과목씩 성적이 잘 나오는 선수를 모아 답안을 돌리는 커닝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꼼수를 부려 아낀 에너지는 다른 곳에 모두 분출한다. 게임 잡지를 읽고, 오락실에 다니고, 부모님 몰래 게임기를 사서 밤새도록 게임을 한다. 게임 잡지 공모전에 게임 수기를 써서 보내 게임기를 상품으로 받기도 한다.


조건 없이 좋아하는 친구를 만들기도 하고, 몸싸움도 하고, 배신도 당한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방황하는 와중에 사랑도 하고 꿈도 키운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어쩔 줄 모르는 고등학생 재희의 모습이 천천히 그려진다.


이야기는 끝까지 재희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재희 주변 인물들은 재희와의 관계로만 등장한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로 구성된 가족, 재희에게 게임기를 알려준 기광, 재희와 몸싸움으로 친해진 진안, 대학 때부터 성인이 된 재희의 곁에서 늘 응원해주는 대훈과 재희라는 인물을 과거로 불러들이는 첫사랑 채경, 채경과 닮아서 사랑하게 된 사랑이라는 인물까지. 모두 재희를 그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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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같은 시절이 있다


과거 회상, 첫사랑, 게임팩, 오락실, 친구, 꿈, 첫 키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의 가요, 대학 MT, 첫사랑과 닮은 사람 등 연극  <뜨거운 여름>  을 관람한 후 떠오르게 되는 키워드는 특별하거나 획기적인 것들은 아니다. 오래전 어딘가에서 보고 들었던 옛날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키워드들은 연극 무대 위에서 구슬을 꿰듯 하나씩 엮인다. 무대 연출과 장치들의 쓰임, 조명이나 배우들은 단어에 생동감을 준다. 무대에는 특별한 장치가 없고, 작은 의자 몇 개와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다. 의자는 배우들이 자유자재로 들고, 옮길 수 있는 장치로 쓰인다. 의자를 움직이는 게 무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들도 무대 밖의 사람들의 과거로, 계속해서 흘러가게 한다.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오락실에서 흘러나오던 게임 배경음, 김원준의 ‘show’,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나의 옛날이야기’ 등 1990년대 울려 퍼지던 가요가 한 토막 씩 무대 위를 채운다.


‘재희’라는 인물은 가장 뜨거웠던 시절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꼽으며 회상한다. 많은 사람에게 뜨거운 여름 같은 시절이 있다는 가정은 극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극 중 재희는 “바다에는 3%의 소금이 있어서 썩지 않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성인이 된 재희에게는 어린 시절의 열정과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이 소금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뜨거웠던 시절을 불러일으키는, 연극  <뜨거운 여름>  은 6월 30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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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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