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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영 "역사 소설, 일종의 땡땡이 친다는 기분으로"

『소암, 바람의 노래』 손선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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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것과 역사소설을 같은 잣대에 두는 경우가 많더군요. 역사소설, 팩션을 읽으면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2019. 05. 20)

 손선영작가 사진.png

 

 

팔만대장경이 현존할 수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을 스펙타클하게 그린 팩션이 출간되었다. 해인사 인근 왜구치(倭寇峙)라는 곳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 초기 일본군이 팔만대장경을 약탈하러 왔다. 해인사 소암대사가 이끄는 승병들은 이 언덕에서 왜군을 막아냈다.” 조선 역사는 이 언덕을 이렇게만 기술했다.


소설가 손선영은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임진왜란 당시 소암대사와 해인사 승병들이 민족의 보물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역사를 쫓아다녔다. 그 노력의 결과 장편소설  『소암, 바람의 노래』 가 탄생했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지만 남아 있는 기록이 거의 없어 400년 넘게 그저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소설로 구현해냈다.

 

신작 소설 소암, 바람의 노래』  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으셨는지요?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이 잠시 들려주었던 구전이었습니다. “해인사는 소림사에 필적할 정도로 무승, 즉 승병들이 강력했다!” 국사 선생님은 해인사에 소림사, 그리고 팔만대장경에 관하여 말씀하셨는데 아쉽게도 여기까지 연결할 단서는 없었습니다. 반은 호기심, 반은 거짓말로 치부했는데 이게 실재였더라고요. 합천 지역에서 유독 승병, 특히 의병이 많았던 데는 해인사 승병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벌써 이 이야기만 만진 지가 12년이 되었네요. 치열할 정도로 찾아 헤맸습니다. 그사이 ‘소암’이라는 이름이 네이버에 등재되기도 했고요. 후일담입니다만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고등학교 동기는 없더라고요.

 

이 소설은 지난 2017년에 출간했던  마지막 유산』  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이어져 있는데요, 특별히 그렇게 쓰신 이유가 있는지요?


독립적인 이야기로 갈 것이냐, 아니라면 무언가를 기능하게 할 것이냐 이 부분에서 ‘기능하게 하자’를 선택했다고 봐야겠네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잖아요. 그 외에도 여러 굵직한 그러나 해결불가해한 사안들이 이땅에 존재하지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한 숨은 역사나 사건을 알리는 캐릭터들을 기능하게 하는 작업이 더 보람되겠다 싶었습니다.

 

소재의 특성상 무협적인 요소가 상당하던데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무협지나 다른 자료들을 참조하셨는지요?


참고한 무협지는 없습니다. 솔직히 비켜가려고 했다는 게 더 맞습니다. 이 글을 집필할 때는 박완서 선생님의 『두부』 와 『김약국의 딸들』  같은 비교적 조용한 작품을 읽었습니다.

 

소설 맨 마지막 부분에 '히든 트랙'을 실어, 마치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 마무리를 하셨는데요, 다음 소설의 소재가 궁금해집니다.

 


히든 트랙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건 출판사 사장님의 용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다음 번 창작물은 『세종의 로맨스』, 『사설사형사 코드 네임 J』, 『진실한 살인자』 가 될 것 같습니다. 『세종의 로맨스』는 왕이 아닌, 왕자 이도의 로맨스입니다. ‘사설사형사’는 근 미래 통일 한반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게임 같은 이야기입니다. 『진실한 살인자』 는 스웨덴에서 자신이 연쇄살인자라고 고백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토마스 퀵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입니다.


여단입니다만, 저는 집필할 창작물을 기획서 형태로 정리해 놓습니다. 이 기획서를 바탕으로 다같이 기획하고 협의를 합니다. 물론 쓰는 것은 온전히 제 몫이지만요. 창작 지망하는 분들, 언제든지 제 블로그나 카페에 오셔서 창작 자료 좀 주십시오, 하면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뭐든 드릴 테니 오십시오.

 

순문학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문학계 현실에서 다양한 장르소설(주로 추리, 미스터리, 역사물 등)을 집필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아이디어라. 이건 계속해서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만 말씀드리자면 얻는다기보다 만든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많은 이야기를 다루잖아요. 이를 비틀고 뒤집거나 미싱링크를 이어 이야기로 만드는 결국 작가의 훈련이 빚어낸 직관이겠지요.


『소암, 바람의 노래』  에도 잠시 등장합니다만 우리가 아는 하멜은 표류를 해서 조선에 도착하지요. 만약 이게 표류가 아니었다면요? 당시 조선에는 박연이라는 귀화 네덜란드인이 있었습니다. 하멜도 마찬가지이지만 박연도 총을 만들거든요. 당시 조선의 북벌과 하멜을 이으면 우리는 ‘표류’ 정도로 내버려두었던 하멜이 북벌의 조력자로 바뀔지도 모르지요.

 

이야기를 쓰는 소설 작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신지요?

 

아무래도 저는 창작의 바탕에 ‘추리’가 있습니다. 추리하면 범죄나 살인을 떠올리실 텐데 그건 아니고요, 글의 마지막 즉 결론에서 논리성을 획득하는 데에 중점을 둡니다. 그런 까닭에 집요하게 내면을 파고들기보다 적확하게 논리를 펼쳐가는 작가님들을 좋아합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노리츠키 린타로, 더글라스 케네디, 딘 쿤츠, 프레드릭 포사이드, 하라 료, 히가시노 게이고 등 꽤나 많습니다. 열거하기도 힘드네요.


다만 한국작가로 한정하라면 현기영 선생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아 헤맬 때 “주로 쓰는 게 추리소설이라고? 끝까지 써봐, 자네가 가는 발자국이 길이 될 거니까. 그래야 후배들이 따라가지 않겠어?”라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늘 가슴에 새깁니다. 정말 힘이 되었습니다.

 

소암, 바람의 노래』  를 읽는 독자들이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것과 역사소설을 같은 잣대에 두는 경우가 많더군요. 역사소설, 팩션을 읽으면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 소설에 들어가는 정보량이 100배가 늘었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소설은 가짜입니다. 상당한 정보와 가짜를 진짜처럼 짜 놓았다고 하지만 결론은 가짜이거든요.


『소암, 바람의 노래』   역시 진실을 알 수 없는 그러나 구전하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살려낸 것입니다. 제가 모티브를 얻었던 국사선생님의 이야기는 배운다는 것과 반대되는, 일종의 ‘땡땡이’와도 같았습니다. 웃고 즐기며 행복했지요.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이 하기 싫은, 또는 직장일이 재미없을 때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저 부담 없이 ‘땡땡이’ 친다는 기분으로 읽었으면 합니다.

 

 

*손선영

 

소설과 시나리오를 쓴다.


장편 『합작-살인을 위한 살인』, 『죽어야 사는 남자』,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 『십자관의 살인』, 『판 PLATE』를 발표했다.


국회의원 표창원과 함께 『운종가의 색목인들』을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하고 장편소설로 발표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패스티시 및 패러디물을 기획하여 『셜록 홈즈의 증명』을 공저로 발간했다. 그 외 발표 가능한 지면과 플랫폼 등을 가리지 않고 전자책 『쓰리 쿨 칙스』, 『클라인펠터 증후군』과 로맨스, 판타지 소설 및 단편소설, 콩트 등 90여 편을 발표했다.


시나리오 [대도해], [공분] 등이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이다. 또한 영화 [그들의 전쟁]이 베이징 영화제에 출품되었으며 다수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2014년 예스24 선정 한국을 빛낼 26인의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콘텐츠 매칭 비즈니스’를 기치로 내건 ‘네이처 컴퍼니’를 통해 추리 콘텐츠 발굴 및 개발과 대한민국 추리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소암, 바람의 노래손선영 저 | 트로이목마
임진왜란 당시 소암대사와 해인사 승병들이 민족의 보물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역사와 곽재우를 비롯한 여러 조선 의병들의 여러 활약상이 소설가 손선영에 의해 의미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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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암, 바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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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손선영은 지난 10년간 임진왜란 당시 소암대사와 해인사 승병들이 민족의 보물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역사를 쫓아다녔다. 이어 곽재우를 비롯한 조선 의병들의 여러 활약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여러 역사 기록물을 읽었고, 우리의 역사 기록물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일본에 남아 있는 기록물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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