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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에 숨겨진 사연으로 법 교양을 쌓다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김민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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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체계에도 문제는 많아요. 대표적인 문제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측면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법치주의나 현재 법 체계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2019. 0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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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누구의 편인가? 힘센 이들은 법망을 술술 빠져나가고, 보통의 사람들은 유난히 엄중한 판결을 받는 것만 같다. 재벌의 딸은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켜도 무죄 판결을 받고, 16년 동안 성실히 일한 버스 기사는 요금 2400원이 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되는 판결을 받는다. 게다가 ‘조두순 사건’처럼 처벌의 공백이 보이는 일들이 벌어지면 ‘그런 법이 어딨냐’고 묻고 싶은 때가 적지 않다. 솔직히 법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  의 저자 김민철 변호사는 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공감하며, ‘법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법 없이 사는 것은 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 김민철 변호사와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법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방과 후에 법률사무소'로 오라는 느낌이 들어 친근한 느낌이 들고, 재밌네요. 이 책은 어떤 생각으로 쓰시게 되었나요?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네요. 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질서라서 누구나 법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법이 필요한 건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저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법을 공부했던 기억이 별로 없어요. 사회 시간에 법을 배운 것 같기는 한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배웠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살면서 ‘근의 공식’을 쓸 일은 거의 없지만, 법률 지식이 필요한 일은 많이 있습니다. 법을 잘 아는 건 좋은 일지만, 사실 법이 쉬운 분야는 아니죠. 명색이 변호사인 저도 여전히 법을 다룰 때 머리가 자주 지끈거립니다. 하지만 법의 기본적인 원리나 핵심 내용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길이라고 해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쉽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죠. 청소년들이 최대한 법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썼습니다.

 

최근에는 우리의 법체계에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판결에 화가 나고, 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많고요. 이 책도 주취감형, 조두순 사건 등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많이 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사람들의 이런 법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국민들 중 상당수가 법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그건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법학자 프레드 로델이 쓴 책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부족 시대에는 주술사가 있었다. 중세에는 성직자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법률가가 있다. 어느 시대에나 기술적 수법에 뻔뻔하고 그럴듯한 말장난을 첨가해, 인간 사회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던 영특한 무리들이 있었다.”


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느껴지지요. 법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법원의 판결 중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언론 기사만 접한 뒤에, ‘도대체 왜 저런 판결을 했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적지 않거든요. 하지만 화제가 된 사건의 이면을 살펴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 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리게 된 이유가 수긍이 될 때가 있어요. 물론 판결문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납득이 안 될 때도 있지만요.


법체계는 공명정대하고, 판결은 정의에 부합해야 하지만 법도, 법을 다루는 사람들도 완벽하지는 않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법체계는 공기와 비슷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숨을 안 쉴 수는 없죠. 미세먼지를 줄여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듯, 법도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꾸준히 메워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왜 법을 알아야 할까요? 특히 청소년이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을 알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궁금해요.

 

법을 안다고 해서 당장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삶의 질이 급격히 높아지거나 건강이 좋아지는 것도 하는 건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는 법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생각보다 강력하게 우리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건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도 사장이 제대로 돈을 주지 않았을 때, 누군가 내 SNS에 험한 욕설을 남겼을 때, 학교의 친구가 폭력을 사용하면서 계속 괴롭힐 때,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돈을 입금했지만 물건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소년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이럴 때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게 바로 법입니다. 즉, 법을 알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을 줄일 수 있고, 누군가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할 때 맞설 수 있죠. 비유를 들자면, 법은 우산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맑은 날씨에는 우산이 필요 없겠지만,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으면 온몸이 젖고 말 겁니다.

 

사람들이 법을 가장 조금이라도 다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하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법은 실전 기술입니다. 달리기를 잘하려면 많이 달려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듯, 법도 경험이 중요하죠. 일상에서 법적인 문제에 자주 부딪히면 자연스럽게 법을 많이 알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사를 자주 가는 사람은 부동산이나 임대차 관계에 관한 법적 지식이 많은 편이죠.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웬만한 변호사만큼 형사 소송 절차나 형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분들 중 상당수는 각종 혐의로 경찰서, 검찰, 법원을 자주 들락거린 분들이죠. 그렇다고 법을 잘 알기 위해 법적인 분쟁에 자주 휘말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왕이면 송사는 피하는 게 좋으니까요.


직접 경험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결국엔 간접 경험으로 법을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법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쉽고 흥미로우면서도 법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는 책이라면 좋겠죠. 예를 들면, 유명한 사건을 통해 법의 주요한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같은 책이랄까요? (웃음)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_2.jpg

 

 

땅콩회항 같은, 많은 이들이 분노했던 사건을 변호사님은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시는 태도로 다루셔서 조금 놀랐어요.

 

땅콩회황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화도 많이 났었죠. 돈 좀 있다고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죠. 힘이 세다는 이유로 약한 사람들을 막 대하는 무뢰한들의 행동을 보면서도 혈압이 오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이처럼 잘못된 일에 대해서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만, 사실 분노만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을 할 때에는 감정에 따르더라도 상관이 없지만, 공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오직 감정이라는 잣대만 사용하는 건 위험합니다. 판사가 피고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감정이란 수시로 변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편차가 커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규칙인 법은 이성과 논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다고 법이 이성과 논리로만 구성되는 건 아닙니다. 법도 눈물은 있습니다. 법이란 것도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죠. 경제학의 거장인 앨프레드 마셜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둘 다 강조했는데, 이건 법에도 유효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법체계의 문제점이나, 시민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이나 체계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정치체제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건 민주주의가 완벽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에도 문제는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정치체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체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죠.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법체계에도 문제는 많아요. 대표적인 문제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측면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법치주의나 현재 법 체계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제도나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고쳐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그러려면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민들이 깨어 있는 자세로 법을 잘 지켜보면서 법체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운용되는 일이 없도록 감독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평생 질병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서 가급적 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되, 병이 생기면 빨리 병원에 가는 게 현실적 해결책입니다.


법도 비슷합니다. 법이라는 게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아무런 분쟁이 없으면 좋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죠. 두 사람 이상이 있으면 분쟁이 생기죠. 그래서 법이 필요합니다. 법을 안다는 건 평소에 건강관리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게 법인 것이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법을 조금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부족한 구석이 많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여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변의 방과 후 법률사무소김민철 저 | 뜨인돌
어떤 이슈에 대해 나의 의견과 판결이 다를 때면 덮어놓고 법에 반감을 가지기보다는 법의 존재 이유와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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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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