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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 일만 남은 펜타곤, Genie:us

<월간 채널예스>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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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렵다 해. 쉽다면 게임이지. 최고가 못 돼 괜찮아, 너답게 해. (2019.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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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_ 큐브 엔터테인먼트

 

 

케이팝 아이돌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은 무얼까. 9인조 보이 그룹 ‘펜타곤(PENTAGON)’은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보컬/랩, 댄스, 팀워크, 마인드, 끼. 펜타곤이라 이름 지은 것은 이 다섯 능력치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본래 의미는 오각형으로, 흔히 미국 국방부 본청 청사를 떠올리게 하나 축구 게임에서 선수의 능력치를 표현하는 도형이 이 팀의 작명에 영향을 준 듯하다. 다행히 미합중국 국방부의 그늘은 2018년 최고의 역주행 히트곡 「빛나리」를 통해 가뿐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출중한 다섯 가지 덕목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기세였다.

 

펜타곤은 한때 3대 기획사(JYP, SM, YG)의 대항마로 불렸던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보이 그룹이다. 보컬, 랩, 댄스는 물론이고 작사와 작곡에 능한 멤버가 다수이며, 중국인과 일본인 멤버(옌안, 유토)까지 포함되어 글로벌한 인기도 충분히 끌 수 있는 멤버 구성이었다. 데뷔 시기부터 팬덤은 단단했으며, 말 그대로 ‘빛나는 역주행’ 이전에도 펜타곤의 무대 퀄리티는 완성형에 가까웠다. 후이는 <프로듀스101 시즌 2>의 평가곡 「NEVER」를 작곡하고 뒤이어 「에너제틱」의 프로듀싱에도 참여해 실력파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모두들 「빛나리」의 성과 앞에서 놀라움보다는 드디어 뜰 만한 그룹이 뜬 것이라는 안도감을 표출할 정도였다.

 

2019년 봄, 펜타곤은 미니 8집 앨범 <Genie:us>로 돌아왔다. 타이틀곡은 「신토불이」. 설마설마했는데,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의 그 ‘신토불이’가 맞다. 2000년대 초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선거 구호처럼 외치던 말이었는데 2019년에 부활한 셈이다. 같은 제목의 노래도 있다. 배일호의 트로트명곡 「신토불이」. 그 노래에서의 ‘신토불이’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로, 국산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캠페인적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선배의 숭고한 뜻은 여러 나라와 FTA가 체결되고 갖가지 해외 식료품이 마트를 점령한 오늘날 더 이상 지키기 어렵게 되었지만, 후배인 펜타곤의 메시지는 충분히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범 설명대로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릴 만큼의 강한 비트와 시원한 멜로디”가 강점인 곡이니 퇴근길에 부담 없이 귀에 꽂고 들을 수 있다. “분통 터지는 일이 많군요. 싸그리 잡아넣고 나쁜 욕을 해보려다가 그냥 달을 봐요”로 시작하는 가사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이번에도 역시 믿고 읽는 펜타곤의 가사가 이토록 빛을 발한다.

 

이렇듯 충분히 매력적인 타이틀곡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미니 앨범의 수록곡 모두가 심상치 않다. 「에일리언」과 「봄눈」은 젠체하지 않는 익숙함으로 리스너의 귀를 편안하게 해준다. 발라드 유닛과 힙합 유닛으로 나눠 작업한 「Lost Paradise」 「그 순간 그때까지」는 앨범의 장르적 확장성을 담보하면서 전체적인 콘셉트의 일관성도 유지하는 영리함을 보여 준다. 재미있는 노래는 보너스 트랙으로 앨범에 실린 「Round 1」인데, 이제 이런 노래는 펜타곤의 시그너처가 된 것 같아 더욱 반갑다. 무해한 목소리로 짐짓 장난스럽게 주고받는 마디에서 정성스러운 동시에 재기 넘치는 라임과, 그 라임을 뒷받침하는 발성과 발음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귀가 아닌 눈으로 보는 음악도 충분히 훌륭하다. 케이팝의 기본이자 실력의 리트머스 용지가 되어 버린 ‘칼군무’의 영역에서 펜타곤은 이미 소문난 강자이니, 걱정 말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보컬과 랩, 댄스, 팀워크, 마인드, 끼… 펜타곤의 오각형에 하나의 주요한 모서리가 추가된 것 같다. 그 모서리는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도형일 테니, 정면에서 보면 이전의 오각형 그대로이겠지만 시선의 각도를 조금만 옮겨도 펜타곤이 가진 입체성과 풍부함이 보일 것이다. 그 입체 도형의 꼭대기에 자리한 능력치를 ‘스토리’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 펜타곤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는 동안 남다른 스토리를 쌓아 갔다. 역주행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그 이야기를 묶어 내기 부족할 정도로. 그 스토리에 대단한 악역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지난 이야기를 여기에 굳이 풀어 놓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는 그저 지난 일들을 그들만의 스토리로 각인한 채, 앞을 보고 달리는 펜타곤을 지켜볼 일이다. 금요일 퇴근길 이어폰에서 펜타곤은 이렇게 말해 주었다. “다들 어렵다 해. 쉽다면 게임이지. 최고가 못돼 괜찮아, 너답게 해. 어제의 찌질이 내가 아냐. 오늘은 빛나리 I’m better now.” 어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늘 더 나아질 그들이 있다. 그 길은 눈부시게 빛나리라.


 

 

펜타곤 (Pentagon) - 미니앨범 8집 : Genie:us펜타곤 노래 | (주) 카카오 M / 주식회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이번 앨범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 위로, 희망, 용기를 동시에 줄 수 있는 다채로운 6개의 트랙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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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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