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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 2-10] 6화 :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거다

『마터 2-10』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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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부지의 수용은 거의 무상몰수나 마찬가지였다. 초창기에 몇 푼씩 눈가림으로 내주던 보상금마저도 지방 관아의 한국정부 관료나 아전들이 착복하였다. (2019.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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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황석영 소설가의 신작 『마터 2-10』을 매주 월/수요일 연재합니다.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거다.”


이백만은 손자 이지산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가 열여섯 살에 견습고원으로 경인철도 공장에 일본인 기술자를 따라 들어간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었지만, 남다른 기계공작의 솜씨를 타고났던 탓이기도 했다. 그해 여름에 한일합방이 되어 나라가 완전히 일본에 먹혀버렸다. 이미 경인선과 경부선은 개통이 된 지 오래였고 호남선은 그가 취직하던 해에 착공했으며 이듬해에 압록강 철교를 놓아 조선과 만주가 이어지게 되었다. 장남 한쇠가 태어나기 한 해 전인가에 호남선과 경원선이 개통 되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그는 견습공 시절에 영등포 역 부근에서 밥을 대어 먹었다. 현장의 함바를 오래 해오던 부부가 하는 밥집이었다. 영등포는 수십호 정도가 채소를 기르며 살던 가난한 농촌이었지만 십년 전부터 경부선 공사가 착수되면서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철도공사에 종사하는 토목 기술자와 사무원과 감독 인부들이 일본에서 들어왔으며 그들을 따라서 상인 여관업자 요식업자 매춘부들도 따라 들어왔다. 돈 쓰는 일본인들이 늘어나자 조선 사람들도 모여들었고, 인부, 막일꾼, 행상, 밥장수, 술장수, 채소장수가 되어 밥벌이를 시작했다.


영등포가 경인선과 경부선이 갈리는 지점이 되자 역 주변에 우체국 전보지사 전화지소 같은 버젓한 신식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역전 광장 건너편에는 일본인 거주 지역이 생겨났다. 이들 번화가를 지나서 영등포 시장이 생겼고 네거리 사방으로 가게와 밥집이며 주막집 봉놋방도 자리를 잡았다.


이백만은 처음 몇 년은 공장에서 기거하면서 시장 거리로 나아가 밥 세 끼를 사 먹었다. 나중에 남의 집 문간방에 세를 들어 살다가 정식 고원이 된 뒤에 철도관사에 들어가게 된 것은 한쇠 일철이가 철도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으니 오랜 뒤의 일이다. 밥집의 안양댁이란 사십 대의 여인이 안주인이고 시흥 사람 민 십장이 바깥주인이었다. 밥을 대어 먹는 이가 스무 명 남짓이었고 들락날락하는 단골손님 대부분이 시장 주위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어서 밥집은 늘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부엌 안방 마루 건넌방의 어디에나 흔한 서민 한옥 집의 비좁은 마당에도 평상을 둘이나 늘어놓았다. 주인 내외와 아들딸의 온 식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님을 받아냈다. 주인 민 십장은 이백만이 그래도 어엿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 새파란 총각이었지만 말을 놓지 않고 하게를 했다. 밥집에 손님이 파도의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한가한 때는 오후 두 점부터 네 점까지가 그랬고 다시 저녁 손님이 다 끝나고 하루를 마감하는 때가 밤 아홉 점 무렵이었다.


이백만이 밥을 붙인 지 여섯 달이 지나면서부터 그는 이제 식구처럼 되어서 찬이 떨어지면 부엌에 가서 준비된 찬그릇을 직접 갖다먹기도 했다. 하루는 이백만이 잔업 때문에 점심을 놓치고 오후 늦게 찾아가 평상에 앉아 밥을 기다리는데 시커먼 것이 발밑으로 쓰윽 지나가는 게 보였다. 


 “아이고 이게 뭐여?”


 백만이가 황급하게 두 다리를 들고 두리번거리자 안양댁이 부엌 문지방 앞에 서서 내다보았다.


 “조 조 요물단지. 또 왔네!” 


 그것은 검은 털의 고양이었다. 조선 사람들이 개는 즐겨 기르지만 고양이는 원수를 갚는다고도 하고 앙심이 깊어서 나중에는 해코지를 한단 전설 민담이 많아서 꺼려하고 가까이하질 않았다. 그런데 웬 고양이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밤마다 모여서 이상하고 앙칼진 소리로 울어대는 바람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민 십장이 안방에서 내다보며 말했다. 


 “조놈이 길 건너 왜촌에서 나들이 온 거여.”


일본 사람들이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그는 이죽거렸다.


 “아마 걔덜 성미에 맞는가부지.”


어쩌다 개화한 도회지 부잣집에서 아녀자들이 고양이를 좋아라 기르는 경우도 있다고 안양댁이 아는 체를 했다. 고양이는 분위기가 평소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마당을 지나 집 뒤편으로 돌아나갔다. 밥상을 들고나오며 안양댁이 말했다.


 “꽁치가 어찌나 통통하게 기름이 배었던지 화로에서 불이 확확 일어나데.” 


 “응 그러면 그렇지 조놈이 생선 굽는 냄새를 맡은 양이구먼.”


 “절인 조기 말릴라구 내다 놓으면 한두 마리씩 없어지더니 첨엔 누구 짓인지 몰랐네요. 참 낭패여, 조것들을 모조리 잡아야 하는데.”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서 한 이틀이나 되었을까 그날은 야간 잔업을 끝내고 아홉 점 가까이 되어서야 밥집에 찾아가니 안양댁은 면포를 덮어 두었던 상을 내왔다. 


 “밥은 아랫목에 묻어 두었으니 아직 따뜻할 테고, 국만 얼른 데워다 주리다.”


 하다가는 부엌에서 뭔가 일을 벌이고 있는 남편에게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에그 징해라. 이제 그만 끓여두 되겠수.”


 “푹 고아야 약이 되는 거여.”


백만이가 밥상을 받고 한술 뜨는데 민씨도 평상에 따로 소반을 올려놓고 앉았다. 그는 상 위에 올려놓은 대접에다 입김을 후후 불었다. 국물이 가득 담긴 대접 옆에 된장과 마늘을 담은 종지가 놓였다. 민씨가 국물이 식기를 기다리다 중얼거렸다.


 “이게 보약이라구. 매 맞은 데는 분탕이 제격이구 뼛골이 아픈 데는 호랑이 뼈가 제일이란 말이 있잔여.” 


 “호랑이 뼈요?”


이백만이 묻자 민 십장이 껄껄 웃었다. 


 “고양이가 말허자면 새끼 호랑이 아닌가베.”


이백만이 집히는 데가 있어서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고양이두 먹나요?”


 “이 사람아 약이라면 뱀두 먹구 지네두 먹구 굼벵이두 먹는단 말이네.”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백만이는 어렸을 때 고향 마을에서 폐병 앓는 아저씨가 도롱뇽을 잡아먹는 걸 본적이 있었다. 그 사내는 시냇가에서 돌 틈을 뒤져 도롱뇽을 잡으면 꼼지락거리는 놈을 엄지 검지로 쥐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놓아주기만 하면 작은 생물이 그의 목구멍을 향하여 재빠르게 사라져버렸다. 그는 꿀꺽하고는 시치미를 떼고 아이들을 돌아보며 힝 하니 웃고는 했다. 백만이는 민씨가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끓이고 있던 것이 바로 그 새카만 녀석이었다는 눈치를 챘다. 


 “헌데 고놈이 잽싸든데 용케 잡았네요.”


 이백만이 감탄해주며 말하자 민씨가 웃으며 말했다. 


 “시골서 산토끼 잡던 식으루다 올무를 엮어놓았지.”


그가 드디어 대접을 들어 몇 모금 마시고는 얼른 마늘 한 알을 집어 된장에 찍어 씹어 먹고 나서 입맛을 다셨다. 민씨는 잠시 쉬었다가 이번에는 그릇이 비워질 때까지 단숨에 들이켜고 마늘을 집어 먹었다. 


 “노린내가 지독하네. 수컷이라 그런가.”


하고는 열적었던지 저고리를 젖혀 보였다. 어깨에서 가슴께로 움푹 팬 커다란 상처가 보였다. 


 “이걸 보게. 장검에 찍힌 자리여. 이렇게 목숨이 붙어 있는 게 다 마누라 덕분이지.”


 “아이구 어쩌다가요?”


 “어쩌긴 뭘 어째. 결끼 땜에 이렇게 되었지. 자네가 철도국에서 요행이 일을 얻어 밥 먹고 사는데 이런 얘기는 안해야 쓰겠지만. 왜놈덜이 철도 놓으면서 갖은 민폐를 끼쳤다네.” 


 민씨가 어째서 자기 별호에 십장이 붙었는가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야 원래 조선 사람 태반이 그러하듯 농사꾼이었지. 밭 두 마지기에 논이 여섯 마지기로 그만하면 식구가 부지런히 농사 지어 밥 먹구 살만 했네. 울 아부지가 양민이었으나 삼대독자로 일찍 부모를 잃어 타관에서 떠들어와 소작을 붙이고 근근이 살아갔다지. 자력갱생하여 평생에 이루어 놓은 것이 제 땅 마지기나 조금 이루어낸 거여. 내가 스무 살에 저 사람 만나 늦장가를 들어 아들 딸 남매를 보았는데 나이 들어 좀 살만해지니까 철도가 들어온다구 그래. 인천서 노량진 내왕하는 기차를 보러 수십릿 길을 걸어 영등포역에 가보았다네. 나야 뱃보가 있어서 기차를 첨 보구 놀라기만 했지 곧 진정을 했네만, 함께 갔던 동네 사람은 겁을 집어먹구 쇠달구지 수레바퀴 밑으로 대가리를 디밀고 나오질 못했어 껄껄. 무슨 김을 잔뜩 내뿜으멘서 칙칙폭폭 우당탕퉁탕 하면서 시커먼 쇳덩어리가 벼락치듯 달려드는데 그런 괴물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그러구 나서 좀 있다가 서울서 부산까지 기차 철로를 놓는다구 그래. 서울서 압록강 끝에 의주까지 철로를 놓는다고도 하구.”


갑자기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철도 연변의 드넓은 논밭과 삼림과 마을이 갑자기 징발되었다. 일본과 한국 정부가 협정을 맺었다지만 이미 국권을 잃기 시작한 한국 정부의 관리들은 거의가 일본의 앞잡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의 철도회사는 철도 연변의 땅들뿐만 아니라 역을 중심으로 광대한 지역을 철도의 부속 대지로 지정했다. 처음에는 거의 십 분의 일 가격으로 보상을 해주는 척하다가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키면서부터 노골적으로 군대가 직접 징발하기 시작했다. 경부철도주식회사의 기사들과 그 아래 청부를 준 일본의 토건회사들과 철도 노동자가 일본군을 앞세우고 공사에 필요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의선 구역에서 더욱 심각하여 철로가 지나는 곳마다 땅을 빼앗긴 백성들이 수만 명에 이르렀다.


철도부지의 수용은 거의 무상몰수나 마찬가지였다. 초창기에 몇 푼씩 눈가림으로 내주던 보상금마저도 지방 관아의 한국정부 관료나 아전들이 착복하였다. 백성들은 토지뿐만 아니라 집 삼림 조상의 무덤까지도 헐값에 빼앗겼다. 경부철도를 놓는 과정 자체가 개화한 지 얼마 안 되는 일본의 열악한 자본의 열세를 철도 부지의 약탈로서 만회해 갔던 과정이었다.


“하루는 논을 보러 나갔는데 일본 군인들과 인부들이 하얗게 들판을 메우고 있더라구. 이제 막 나락이 패고 있었는데 뭐하는 짓들인가 하구 몰려서서 두 발만 구르고 있었지. 그놈들이 논에 척척 들어가 작물을 함부로 베기 시작하데. 우리 중 몇몇 사람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더니 총대로 후려쳐서 논두렁에 피투성이가 되어 자빠지고 말았어. 통역이 우리에게 연설을 하드만. 이곳은 이미 철도 부지로 수용된 곳이니 억울하면 관아에 가서 알아보라는 게여.”     


민씨네 동네 사람들은 집강을 앞세우고 군아로 찾아갔지만 일본 헌병들이 착검한 총을 메고 삼엄하게 지켜서 있어서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베어낸 풋곡식을 군마의 먹이로 내주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촌민들의 저항이 일어났지만 일본은 헌병부대를 지방 곳곳마다 주둔 시켰다. 전국에서 철도 부지와 군주둔지로 집이 헐린 주민은 노숙을 하고 농토를 잃은 주민은 힘없는 관아에 몰려와서 울기만 할 뿐이었다. 관리들은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거나 듣지 않으면 잡아다 곤장을 쳐서 돌려보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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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석영(소설가)

「객지」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소설의 제목만 들어도 역사가 그려지는 한국의 대표 작가.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4.19와 5.18, 방북과 망명, 수감을 거쳐 한국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받아낸 시대의 증인이다. 2000년대 이후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 『손님』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등과 자전 『수인』을 잇달아 펴내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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