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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책

『숨은 신발 찾기』, 『과학하는 여자들』,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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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9. 04. 25)

[채널예스] 어떤책임.jpg

 


불현듯 : 오늘 주제는 캘리님이 정해주셨잖아요?


캘리 : 네, 바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책’입니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생각해봤어요. 신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을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불현듯 : 저는 신날 때도 엉덩이를 들썩이지만 긴장될 때도 나도 모르게 들썩이게 돼요. 이 두 가지 마음을 다 느낄 수 있는 책을 찾아봤습니다.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숨은 신발 찾기』
은영 글 / 이지은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이 책은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에요. 저희가 동시도 소개하고, 그림책도 많이 소개했지만 동화책을 소개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더라고요. 이 기회에 소개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잠시 길을 잃은 어린이에게 도톰한 목도리를 둘러주는 이야기’라고요. 이걸 읽고 저는 마냥 따뜻한 이야기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지금까지 읽었던 동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이상 권장’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3-4학년이 읽게 된다면 두 번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어른도 마찬가지고요. 두 번째 읽을 때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또 다른 의미가 보였거든요. 생각할 게 많은 동화였어요.


총 다섯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수록작인 「시간을 묻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한 아이가 있는데요. 아이는 사람들에게 물어요. “지금 몇 시예요?”라고요. 어른들이 대답을 하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아이는 계속 더 묻는 거죠.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시간을 묻는 게 대화를 여는 것, 말하고 싶은 것, 교감하고 싶은 바람인 거예요. 그렇지만 어른들은 대화를 뿌리치고 말죠. 상심한 아이가 걷다가 연못 옆에서 할머니를 발견하고 또 묻습니다. “지금 몇 시예요?”라고 하자 할머니가 “그러게. 대체 지금 몇 시라니?”라고 되물어요. 이 할머니도 말하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이 동화를 다 읽으니까 아이와 할머니, 대화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동화가 대화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게 아니지만 한 번 읽고, 두 번 읽으니까 그걸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대화할 사람이 없을 때, 저는 책을 읽거든요. 그런데 책을 통해서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이 동화집은 수록된 다섯 편의 동화가 모두 아름답고, 훌륭해요. 색다른 동화, 뼈가 있는 동화를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과학하는 여자들』
김빛내리, 정희선 등 저 | 메디치미디어

 

제목만 봤을 때 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고요. 가볍고 아주 잘 읽히는 책입니다. 한 분야에서 성취를 한 다섯 분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굉장한 희열이 있었어요. 이 책은 여성 과학자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고요. 정리는 김아리 프리랜서 기자님이 하셨어요. 다섯 분의 과학자 소개를 해드리면요. 김빛내리 생명과학자는 유전자 연구를 하신 분이고요. 박문정 화학공학자는 인공근육을 연구하는 분이에요. 이홍금 미생물학자는 여성 최초로 남극극지연구소 소장에 취임하셨던 분입니다. 정희선 법과학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최초 여성 소장을 역임하셨던 분이고요. 마지막으로 최영주 수학자가 있습니다. 이렇듯 면면이 대단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책은 이분들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사회생활을 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일대기처럼 정리되어 있어요.


흥미롭게도 이 다섯 분에게 공통적인 내용이 많은데요. 특히 이분들이 겪어낸 차별의 경험이 그렇죠. 아무리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해도 이공계, 과학계에서 여성이라는 소수자가 겪은 미묘한 갈등이나 어려움이 반드시 있었던 거예요. 가령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을 지내셨던 정희선 법과학자는 국과수에 너무 가고 싶어했어요. 그렇게 들어간 곳인데 입사 몇 개월이 지나도록 이분에게는 커피 심부름만 시킨 거죠. 심지어 남자 후배가 들어와도 계속 커피 심부름을 해야 했어요. 그러다 용기를 내서 상사에게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에야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로는 가짜 벌꿀 선별 연구, 마약 연구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활발하게 연구를 하셨거든요. 그런데 계속 승진에서 밀렸어요. 두 번이나 밀렸을 때는 정말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했었다고 해요. 얄궂게도 그때 이분의 사표를 막은 것이 소변이었는데요.(웃음) 당시 필로폰 수사 때문에 매일 전국에서 검사해야 할 소변이 밀려온 거죠. 그 소변과 씨름하다가 승진 탈락의 우울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취를 얻은 것이 왜 이렇게 저에게 희열을 주는지 생각해봤어요. 그러다가 영화 <히든 피겨스>의 명대사가 떠올랐어요. “누구의 도약이든 우리 모두의 도약이야”라는 말인데요. 앞서간 여성들의 성취와 도약이 뒤에 가는 여성들에게도 아주 큰 도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와카미야 마사코 저 / 양은심 역 | 가나출판사

 

저는 성격이 진지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여전히 심각한 문제를 고민하고, 남의 기쁨보다 슬픔에 더 동화가 잘 되는 스타일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즐겁게 사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 낙천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의 저자 와카미야 마사코는 ‘마짱’이라고 불린데요. 그래서 저도 '마짱'으로 소개할게요. 마짱은 1935년생이에요. 한국 나이로 85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쓰비시 은행에서 60세까지 일했고요. 정년퇴직 후 어머니 돌보기와 수다 떨기를 잘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기로 마음 먹어요. 그러다가 시니어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게 되면서 디지털 세상에 매료가 돼요.

 

페이스북으로 친구도 사귀고, 구글 번역기를 갖고 해외 여행도 다니셨는데요. 지금까지 50개국 이상을 모두 자유여행으로 다녀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마짱에 대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4년에는 TED 도쿄 강연도 하게 되죠. 또 노인을 위한 게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6개월간 고군분투를 하다 2017년에 아이폰용 게임 앱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2017년 애플에서 진행하는 세계 개발자 회의에 초청을 받고, 팀 쿡 CEO도 만나죠. 마짱이 ‘노인들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면서 세계적인 주목도 받게 된 거예요.


여기서 잠깐! 마짱이 태어났을 때부터 특별했을까요? 은행원 시절에는 꽤 평범하게 사셨고요. 특별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을 쭉 보니까 마짱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더라고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채널예스>에 올라온 북 토크 기사 때문이었는데요. 인상적인 답변과 이야기가 정말 많았어요. 한 독자가 엑셀 아트를 할 때 어떻게 여든이 넘었는데 손도 안 떨고 하느냐고 물었대요. 그 질문에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엑셀 화면을 최대한 크게 확대하면 손이 흔들려도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손을 떨다가 색이 칠해지기도 합니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이 하기 좋은 놀이인 것 같습니다.”라고요. 이렇게 사고를 다르게 하시는 거죠. 여든을 넘은 분이 하시는 이야기가 이렇게 신선하고, 에너지가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또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말씀 드리고 이만 책 소개를 마무리 할게요. 

 

“일본에는 ‘공기를 읽는다’는 말이 있어요. 분위기 파악하라는 말인데요. 저는 분위기 파악을 안 하는 사람이에요. 잘 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환경이나 주변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게 실망하거나 그런 일이 없어요. 세상도 점차 변해가면서 개성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싹이 나지 않더라도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저의 경우 예순이 넘어서 싹이 트고 여든이 넘은 요즘에야 진정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느긋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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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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