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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왜 마음 건강에 좋을까?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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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꼭 우울증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시킨다. 뇌는 마음고생이나 몸 고생이나 똑같이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2019. 0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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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2주만에 집을 처음 나왔어요.”

 

진료실에 온 30대 N씨의 말이다. 우울증으로 치료 중인데, 심한 불안이나, 자살사고, 불면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이불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 전반적 에너지 저하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병원 오는 날이 외출을 하는 날이었다.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 것도 귀찮아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거절을 한지 오래다.

 

“그래도 오늘 병원까지는 나왔네요. 잘했어요.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격려였다. 그나마 나와의 만남, 병원에 와야 한다는 의무가 N씨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하라고 하신 하루 30분 운동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데, 이불에 한 번 만 더 눕고 나가야지 하다가 그냥 우울한 생각이 들면 끝이에요. 나가서 잠깐 걷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냥 있게 되었어요. 전 참 구제불능이죠?”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이 논쟁만큼 몸과 마음 중 무엇이 우선하는가도 큰 생각 거리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속없는 지인들은, “뭘 그런 걸 가지고 병원까지 다니고 약을 먹니? 의지로 극복해. 다 마음먹기에 따른 거야.”라고 아주 쉽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게 어려운 걸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마음이 약하니 몸이 쳐지고, 몸이 쳐지니 뭘 하려는 생각이 들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거꾸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버릇이 심해지니, 계획을 세우는 것만도 힘이 든다 여기고, 금방 포기하기 일쑤다. 사람들은 마음의 문제는 마음을 고치고, 의지를 강화하고, 좋은 생각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믿기 쉽다. 그렇지만, 몸과 마음은 서로 잘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한다. 마음이 약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마음의 모자란 곳을 채우거나, 더 이상 약해지지 않게 할 수 있다. 상부상조(相扶相助)란 이럴 때 쓰는 말인지 모른다.

 

 

달리기가 마음 건강에 좋은 근거는 무엇일까?

 

여기 달리기로 만성적 우울증을 극복해서 잘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스콧 더글러스의 ‘나는 달리고 마음의 병을 고쳤다’(수류책방)이다. 저자는 여러 권의 달리기 관련 책을 낸 저자이자, <러너스월드>, <러닝타임즈>란 달리기 전문 매체의 객원기자로 활동을 했다. 그는 젊을 때부터 만성적 우울 증상을 갖고 있었다. 아주 안좋을 때에는 집밖을 거의 나가지 않을 정도였고 더 어릴 때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 믿었다. 경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2년 이상 갖고 있을 때 ‘기분부전증(dysthymia)’라는 진단명으로 부르는데, 저자는 오래 고생을 하다가 30세에 이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이것보다 일찍인 9학년(우리 학년제로는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했는데, 이걸 하면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일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매일 1시간 정도의 달리기를 하고 나면 기분이 리셋이 되는 느낌과 남은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달리기는 원래 저자의 취미였지만, 이것을 자신의 우울 증상과 연결을 시키고 난 후, 달리기가 그냥 취미가 아니라,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것을 저자는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저자는 달리기를 하고, 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일정 기간 약물 치료를 받으며 심하게 무너지지 않은 채 정상적 일상을 보내는 50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달리기가 마음 건강에 좋은 근거는 무엇일까? 저자는 여러 연구를 기반으로 운동이 우울과 불안에 도움이 되는 근거를 제시한다.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행 능력이 운동을 통해 강화된다. 1주일에 8시간이상 훈련하는 철인3종 경기 선수와 운동을 별로 안하는 사람 22명씩에게 1시간 동안 지루하고 어려운 일을 수행하게 했다. 그러면서 반응 시간과 뇌활동을 측정하자, 철인3종 경기 선수들이 더 빠른 반응을 보였고, 정신적 자원을 업무에 배당하는 활동도 활발했다. 지속적 주의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

 

단기간 중등도의 운동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오랜 기간 달리기를 한 사람에서는 뇌의 변화가 관찰된다. 중년기에 접어들 때 뇌의 노화가 불가피한데,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뇌의 버퍼가 커지는 용량 변화가 생긴다. 인지적 예비 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25년간 꾸준히 운동을 한 53-55세의 사람들의 언어기억력과 정신운동속도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좋았던 것이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에서 9-13년간 3만 4천명의 성인을 추적조사하자, 주 1-2회 규칙적 운동을 한 사람보다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4%나 높았다.

 

같은 맥락에서 우울증에 이미 걸린 사람도 운동으로 도움을 받는다.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의 우울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운동을 우선치료법으로 추천하고 있고, 캐나다에서는 특히 경증 우울증에서는 운동을 독립적 치료법으로 추천한다. 물론 중등도 이상에서는 약물 및 기타 치료와 병합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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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시킨다

 

운동은 꼭 우울증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시킨다. 뇌는 마음고생이나 몸 고생이나 똑같이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평소 운동으로 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바로 몸이 편해지면서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것을 반복한 연습을 해온 사람은, 뇌도 거기에 맞춰서 적응력이 강해져서 멘탈이 흔들릴 만한 스트레스도 잘 버텨낼 수 있게 변화한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이날 일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리연구에서도 달리기를 하고 나면 긴장과 불안에 연계된 근육활동을 감소시키고, 감정적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해도 혈압이 떨어지며 심박수와 혈압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이 운동을 하고 난 좋은 결과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과 반응력이 좋아진다. 달리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잡념의 반추가 초기화 되고, 감정적 흔들림에 휘둘리지 않는 일종의 방어막이 잘 형성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달리기가 우울, 불안, 스트레스에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달리기가 명상이나 상담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라이프스타일을 건강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 설명한다. 그렇다면 달리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책 내용과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제시한다.

 

먼저 달리기는 30분 이상할 때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20분만 달린다고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바로 문밖으로 나갔다는 것으로도 좋은 변화다. 속도는 중간 강도로 하는게 뇌에 좋은 자극이 되는데, 자신의 그날 컨디션에 맞춰서 어떤 날은 목표의식을 갖고 밀어붙이고, 어떤 날은 몸에 맞춰서 적당히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러닝머신이나 실내보다는 자연이나 주변경관을 보는 야외가 낫고, 저녁보다는 아침달리기가 좋다. 아침에 달리면 하루를 버틸 힘을 준다. 혼자 달리는 게 좋은 사람은 혼자, 여럿이 달리거나 동반자와 대화하면서 달리는게 좋은 사람은 여럿이, 성격 따라 다르니 정답은 없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의 장점은 규칙적인 달리기가 정신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저자 본인의 경험뿐 아니라 여러 실험과 이론을 근거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약물치료와 같은 생물학적 치료와 운동이나 명상을 다른 치료접근법으로 보는 이분법적으로 대비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다. 이 책은 우울증에서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달리기의 부가적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인이 약을 끊거나 줄이고 느꼈던 겉잡을 수 없는 악화와 재발의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리라. 그 경험도 솔직하게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의사 입장에서는 마음의 문제를 보는 시각의 균형이 잡힌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안될 때에는 일단 몸부터 움직여야 하는 법이다.

 

“기분에 따라 운동하지 말고, 계획에 따라 움직이세요”


외래에 오는 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도 덩달아 견딜 만해지고, 뭐라도 한 것이고, 길고 지루하고 부정적으로만 여겨지던 일상이 최악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을 생각으로 이기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대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버릇을 들이고, 그중 쉬운 달리기를 해보도록 하자. 나쁜 생각이 내 마음을 모두 장악해 버리는 걸 막아낼 수 있을 테니. 일단 움직여라, 그것만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는 시작된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스콧 더글러스 저/김문주 역 | 수류책방
달리기는 우리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값비싼 장비도, 장소도, 장거리 같은 야심찬 목표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운동화를 신고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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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스콧 더글러스> 저/<김문주> 역13,9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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