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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

『호호브로 탐라생활』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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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치기를. 그녀가 보살피는 개들이 얼마만큼 사랑스럽게 변하는지 확인하며 따스한 위로를 받으시기를. (2019.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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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도에 살았던 적이 있다. 봄에는 올레길, 여름에는 바다, 가을에는 오름, 겨울에는 한라산 설경까지 제주의 자연 풍광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런데도 나는 꽤 외롭고 쓸쓸했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자연도 나를 위로하진 못했다. 나의 향수병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저자가 운영하는 슬로우트립 게스트하우스에 하루 묵었다. 우리는 게스트와 호스트 사이일 뿐 서로를 몰랐지만, 그때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적어도 내 손을 통해서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 다 정리하고 서울 올라갈까?”


조식으로 오차즈케를 먹으면서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물었다.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으므로 우리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그때 반응을 보인 것은 카페 한 귀퉁이에서 잡지를 보던 한카피 님이었다.(전직 카피라이터였던 그녀는 한카피로 불린다.) 조리대 아래에 앉아 있어서 우리 테이블에서는 그녀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잡지를 보며 게스트들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적어도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조그맣게 인기척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설령 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기억에 남는 건 그녀의 태도였다. 타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을 때 보인 그녀의 반응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았다. 

 

제주살이 2년 만에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판미동 편집자가 되었다. 제주를 떠올리면 종종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인기척 후 무심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넸다던가 하는 사소한 것들이.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그날 나에게 보인 행동들은 적정거리에서 베푸는 적당한 위로이자 배려였다고 생각되었다. 그날의 나뿐만이 아니라, 그녀 주변에 있는 이들은 어떤 위안이나 사소한 배려나 보이지 않는 염려 들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동물들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게 이 책이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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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브로 탐라생활』 에는 그녀의 보살핌을 받는 세 마리의 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나는 무는 개 호이, 또 하나는 주운 개 호삼이, 그리고 하나는 죽다 살아난 개 김신. 그녀는 무는 개와 함께 사는 방법을 궁리하고, 주운 개를 입양하며, 죽을병에 걸린 떠돌이 김신을 치료하여 입양 보낸다. 그 외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그녀의 곁을 스치며 밥을 얻어먹고, 이름을 얻고, 건강을 회복하고,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 단순히 그녀 하나만의 선행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 곁에는 서점장과 이제는 히끄아범으로 더 잘 알려진 이신아 씨가 있다. 그들은 서로 의지하고 때로는 시련을 겪어 가면서 합심해서 동물들을 돌본다. 서점에는 수많은 동물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귀여움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동물과 함께 사는 법을 보여주는 책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우리 개는 유명하지도 않은걸요.’라고 하는 저자의 머뭇거림 앞에서도 뚝심 있게 이 책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날의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돌아오자. 사소한 그날의 일화가 나는 왜 그리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가. 스스로가 하찮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럴 때 누군가로부터 받는 적정한 배려는 이 세상을 좀 살아볼 만한 것으로 느끼게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위로하는 것은 큰 것들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세심한 보살핌들로 세상이 바뀐다고 믿고 있다. 책 이야기는 안 하고 왜 자꾸 사람 이야기만 하느냐고? 에세이란 곧 사람의 이야기이고, 한 사람의 세계와 만나는 것이므로. 그러므로 이 책은 사람과 생명에 대한 배려와, 관심, 용기를 지니고 있는 그녀에 대한 헌사다. 삶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치기를. 그녀가 보살피는 개들이 얼마만큼 사랑스럽게 변하는지 확인하며 따스한 위로를 받으시기를. 


 

 

호호브로 탐라생활한민경 저/구자선 그림 | 판미동
동물을 보살피고 살아가는 데는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동물이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위안이 된다는 사실 역시 잊지 않는다.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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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미 (판미동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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